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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천천히 만들어 오래 입는 슬로 패션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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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호] 천천히 만들어 오래 입는 슬로 패션이 뜬다!
  • 홍보현 기자
  • 승인 2020.04.09 1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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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 가능한 패션에 뜨거워지는 관심

[소비라이프/홍보현 기자] 슬로 패션은 영어 단어 뜻 그대로 ‘패션을 천천히 바꿔 입자’는 움직임이다. 최근 패션업계에서 친환경 천연·재활용 소재를 쓰는 지속 가능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오늘날 패션업계의 주류 흐름인 패스트 패션을 대변하는 SPA 브랜드는 유행에 따라 급변하는 소비자 기호를 즉각적으로 파악해 그에 맞춘 스타일의 제품을 불과 몇 주 주기로 시장에 낸다. 고객은 트렌드에 따라 자신의 기호를 맞춰주는 옷에 자연스레 지갑을 연다.

하지만 이에 따른 대량 생산·대량 소비는 자연을 파괴하는 화학·의류 폐기물량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는 주범이 됐다. 미국 환경청(EPA)에 따르면 2012년 한 해 동안 미국 내에서 약 1,430만 톤의 섬유 폐기물이 생겼다. 이러한 ‘부작용’으로 패스트 패션에 대한 질타가 커지고 있다.

패션업계는 패스트 패션의 등장으로 환경오염 주범으로 낙인찍혔던 과거의 모습을 버리고, 오랫동안 입을 수 있는 옷을 만들어 환경과 공존하는 이미지를 쌓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지속 가능한 패션 브랜드만을 모은 플랫폼이 계속 등장하고 있고 의류를 소유의 대상이 아닌 공유의 개념으로 받아들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의류 렌털 서비스 등이 인기를 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맥킨지 뉴 에이지 컨슈머 미국 소비자 설문조사’ 결과에선 응답자 가운데 66%가 제품 구매 시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다고 답한 것이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응답자 중 75%는 밀레니얼 세대로 나타나 젊은 층일수록 패스트 패션보다 ‘슬로 패션’에 더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슬로 패션 열풍은 패션 대기업과 명품 업계를 바꾸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는 올해 패션 시장 전망 보고서에서 ‘지속 가능 패션’ 트렌드가 더욱 강화될 전망이라고 관측했다. 임지연 삼성패션연구소장은 “단순히 수요와 공급으로 소비가 결정되는 시대는 끝났다”며 “대안적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신념·명분 소비 트렌드가 뿌리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8월 G7 정상회의에서 명품 샤넬·에르메스·구찌, 패스트 패션 H&M·자라·망고, 스포츠 아디다스·나이키 등 150여 의류 브랜드는 기후변화 문제 해결에 동참하는 ‘패션 협약’을 체결했다. 아디다스는 플라스틱 폐기물을 재활용한 친환경 소재 신발을 최대 2,000만 켤레 생산할 계획이다. H&M은 2030년까지 의류 소재를 재활용 및 지속 가능한 소재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구찌는 모피 생산을 중단했다.

국내 패션 기업들도 이런 흐름에 뛰어들고 있다. 빈폴은 친환경 패션인 ‘비싸이클’ 라인을 출시하고, 동물 학대 없이 채취한 거위 털로 만든 다운 점퍼도 처음으로 선보였다. 앳코너는 친환경 데님, 식물성 원료로 가죽 질감을 구현한 ‘에코 레더’ 상품을 출시했다. 단순히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는 데만 그치지 않았다. 옷을 더 오래 입도록 해서 자원 낭비를 줄이고, 친환경 문화 확산에도 기여하는 업체도 증가하고 있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계절 구분 없는 패션 브랜드 ‘텐먼스(10MONTH)’를 출시했다. 1년 중 10개월 동안 입을 수 있는 바지, 재킷 등으로 구성한 슬로 패션 브랜드다. 저렴한 옷을 구입해 잠깐 입고 버리는 패스트 패션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들을 위해 1년 내내 옷장에 두고 꺼내 입을 수 있는 브랜드를 내놓은 것이다.

환경과 인간을 위한 ‘착한 패션’ 운동은 이미 수십 년 전부터 존재해 온 흐름이다. 하지만 패션계 주류 문화로 자리 잡기보다는 저변의 대안적 움직임으로 평가받았다. 최근 들어 슬로 패션은 미래를 위한 대안이라 불리며 주목받고 있다. 의식 있는 소비를 원하는 젊은 층의 욕구를 만족시키며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슬로 패션이 대세로 떠오른 배경에는 소셜미디어가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트렌드 분석가는 “신념 소비 열풍은 소셜미디어 속 관심에 기꺼이 지갑을 여는 밀레니얼의 독특한 소비 성향이 맞물린 것”이라며 “소셜미디어의 ‘좋아요’와 해시태그 캠페인을 타고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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