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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항공기 이대로 괜찮을까? 올해 B737MAX에 이은 B737NG 논란 총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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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 항공기 이대로 괜찮을까? 올해 B737MAX에 이은 B737NG 논란 총정리
  • 김회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19.11.06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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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봄부터 겨울까지 논란 지속되는 보잉 B737 기종… 운항 적색 신호에 얼어붙은 항공사들

 [소비라이프/김회정 소비자 기자] 다음 달 시작되는 겨울 성수기를 앞두고 국내 항공 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 B737NG(넥스트 제너레이션) 기종이 타 항공기보다 높은 수준의 동체 결함을 보이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지난 10월 초부터 3만 회 이상 비행한 42대를 대상으로 정밀검사를 했으며, 점검 기체 대비 균열 발생 비율은 세계시장(4.6%)보다 높은 21.4%로 나왔다.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 로고
출처: 미국 항공기 제조사 보잉 로고

  보잉의 B737 기종은 B737MAX(맥스)와 B737NG로 나뉜다. B737MAX 항공기는 올해 보잉의 차세대 주력모델로 많은 관심을 받았던 기종이다. 그러나 2번의 대형 추락사고로 많은 사상자를 내며 논란의 중심이 됐다. 첫 사고는 지난해 10월, 인도네시아 라이언에어 소속 B737MAX가 이륙 직후 바다로 추락해 157명의 사상자를 냈으며, 이듬해 3월 에티오피아에서도 이륙한 지 단 6분 만에 추락해 157명이 사망했다. 이에 전 세계적으로 “우리의 영공에 MAX는 들어올 수 없다”는 성명과 함께 ‘날 수 없는 비행기’라는 오명을 썼다. 현재 B737MAX는 공항 내 이착륙뿐만이 아니라, 국가 영공을 지나가는 것도 불가능한 상태다. 

  당시 올해 내로 운항을 재개한다는 보잉의 계획과는 달리, 국내를 포함한 여러 국가는 아직도 B737MAX 기종의 운항 승인을 연기하고 있다. 유럽·호주에서는 운항 금지를 지속한다는 입장이며, 심지어 보잉의 나라인 미국마저 FAA가 승인을 미루면서 이달 내로 MAX의 운항 재개를 바라던 아메리칸 항공의 바람도 함께 물 건너갔다. 그러나 1월 16일 운항을 재개한다는 발표에 미국 승무원 연합에서 2만 8,000명의 승무원이 “안전하지 않은 항공기에서 일하는 것을 거부한다”는 성명을 내면서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는 국토부가 “빨라야 내년 3월에나 운항 가능”이라고 밝혔으나, B737NG에서도 결함이 발견되면서 사실상 3월에도 MAX의 하늘길은 막혔다. 

  이러한 상황에 지난 30일, 보잉에서 B737NG마저 결함을 인정하면서 항공 업계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보잉의 결함 공지에 전 세계 항공사에서 실시한 조사에서 총 1,137대 중 53대에서 결함이 확인됐으며, 이 중 9대가 국내(대한항공 5대, 진에어 3대, 제주항공 1대)에 있다. 올봄, 문제가 된 MAX 사태에 이어 NG까지 결함을 보이면서 보잉의 항공 안정성과 신뢰도는 바닥을 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국내 LCC 항공사 대부분이 B737NG가 주력 모델이라는 점이다. 제주항공과 티웨이는 모든 기종이 NG이며, 진에어와 이스타항공도 NG 보유율이 90%에 육박한다. 위의 항공사들은 이번 사태로 대부분의 기종이 안전 점검의 대상이 된다. 결함이 발견될 시 즉각 운항 중지로 이어지기에 별다른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형세다. LCC 항공사들이 기종을 통일한 이유는 ‘효율성’ 때문이다. B737NG는 소형기로 다른 기종에 비해 저렴하며, 상당수가 일본을 포함한 단기 노선으로 이용되고 있다. LCC 항공사는 기종을 통일함으로써 조종사 훈련 비용과 정비 비용을 낮추는 방식으로 경영 효율을 높이고 있었다. 이것이 현 상황에서 독배로 변해 회사의 존폐를 뒤흔들고 있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이스타 항공은 현재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이스타 항공은 지난해 10월, B737MAX를 국내 항공사 중 가장 먼저 도입했으나, 운항 금지로 B737-800을 대체 운항하고 있다. 이에 두 대의 MAX 기종은 인천공항 주기장에 보관된 채로 남아있다. 그러나 정비 비용, 인건비, 리스료 등으로 매달 MAX 1대당 5억 원의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보유 자금이 있는 대형 항공사들은 손해를 감수하면서 결과를 기다릴 수 있지만, 당장의 자금 순환을 통해 경영하는 LCC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보잉 측에서 아직 MAX에 대한 보상금 언급이 없을뿐더러 일본 불매운동과 겹치면서 매각설까지 돌고 있다. 진에어와 제주항공도 NG 기종이 각각 3대, 1대씩 운항이 중지되면서 경영난을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에어서울, 에어부산은 B737NG 기종을 보유하지 않아 국토부의 안전 점검에서 한숨 돌릴 수 있다. 아시아나도 B737NG는 보유하고 있지 않으며, 대한항공은 운항 중지된 5대를 포함해 총 31대를 보유하고 있다. 이는 대한항공의 전체 대비 20% 수준으로 적지 않은 피해가 예상된다. 

  국내 항공사들은 적자의 늪에 시달리며 무급 휴가 및 휴직을 장려하는 사내 분위기가 난무하다. 일본 불매운동으로 활력을 잃었던 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보잉 사태가 발생하면서 항공사들의 실적 악화는 물론이고, 사태가 장기화되면 대규모 구조조정과 매각 논의도 불가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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