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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몇 장 사야 팬싸인회 갈 수 있나요?"환경오염 부추기는 아이돌 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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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범 몇 장 사야 팬싸인회 갈 수 있나요?"환경오염 부추기는 아이돌 산업
  • 장은빈 소비자기자
  • 승인 2023.11.23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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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사의 마케팅으로 인해 과잉 생산되는 음반, 대부분 듣지도 않고 버려져
대량 구매할 수밖에 없는 구조 - 팬들의 소비 패턴 변화가 시급

[소비라이프/ 장은빈 소비자기자] 케이팝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면서 인기 아이돌들은 점점 많은 음반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판매 증가가 환경 오염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환경 운동연합에 따르면 연간 K-POP 피지컬(실물) 앨범 판매량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6년 1,080만 8921장에 달했던 판매량이 2022년에는 6,000만장 이상을 기록하였다. 물론 전세계적으로 높아진 인기에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높아졌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상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업계는 아이돌이 앨범을 발매한 이후부터 1주일 간의 초동 판매량을 중요하게 본다. 이때 아이돌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아이돌을 위해 듣지 않을 앨범들을 구매하게 된다.

기획사는 앨범을 많이 구매할수록 당첨 확률이 올라가는 팬싸인회를 진행한다. 어떤 아이돌을 보기 위해선 몇 장 이상의 앨범을 구매해야 한다는 "팬싸컷"이 존재하기도 하며, "팬싸컷"은 아이돌 인기를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팬들은 자발적으로 "팬싸컷"을 올리기 위해 더 많은 앨범을 사들이며 이는 출혈 경쟁으로 이어진다. 2020년 코로나 팬데믹이 발생한 이후 대면 팬싸인회는 줄어들었으나 "팬싸컷"은 더욱 올라갔다. 그 이유는 코로나 이후 시작된 "영상 통화 팬싸인회"의 참여 가능 인원이 훨씬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기존 대면 팬싸인회 참여 인원은 100명이었으나 영상통화 팬싸인회는 참여 인원이 약 30명에서 50명밖에 되지 않는다.  2020년부터 폭증한 피지컬 앨범 판매량이 증거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앨범에 동봉되어있는 "랜덤 포토카드"를 모두 모으기 위해 앨범을 다량으로 구매하는 모습도 쉽게 볼 수 있다. 기획사들은 이를 이용하여 더 많은 미공개 랜덤 포토카드를 찍어낸다. 포토카드 버전 수가 50종에서 60종에 달하는 앨범도 있다.

사진 = 환경운동연합
사진 = 환경운동연합

앨범을 구성하는 CD, 케이스, 코팅 종이 등은 대부분 플라스틱이다. 이러한 플라스틱은 혼합재로 재활용도 쉽지 않다. 기획사들은 폐기물 부담금과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EPR) 분담금을 부과받고 있지만 음반 판매로 인해 올린 수익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한 인터뷰 에 따르면 서울의 대형 음반 판매 매장에서 판매된 음반의 80%는 그 자리에서 버려진다고 밝혔다. 폐기된 음반은 분리수거조차 되지 않은 채 매립되거나, 소각된다.

이러한 문제 의식이 공유되어 문제 해결에 나선 기획사들도 있다. YG플러스는 '포레스트 팩토리'라는 친환경 앨범 제조 자회사를 설립하여 친환경 인증을 받은 재생 용지, 콩기름 잉크, 생분해 플라스틱 등을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또한 플라스틱 CD를 없애고 QR코드로 구성된 '플랫폼 앨범'을 제작하는 기획사도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판매량을 반영하기 위해 써클차트에서는 플랫폼 앨범의 판매량을 집계하는 차트를 만들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노력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많은 기획사들이 아직까지도 실물 앨범 구매수를 통해 팬싸인회 참여 여부를 결정하고 있으며 랜덤 포토카드 또한 늘어나고 있다. 건강한 '덕질'을 위한 팬들의 요구가 지속되고 있지만 매출을 올리는 것이 목적인 기획사와 충성도가 높은 팬덤이 변화하지 않는 이상 문제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자본주의 사회는 끊임없는 생산과 소비를 부추기고 폐기물을 발생시킨다. 케이팝의 산업 구조와 소비 패턴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덕질'은 지속될 수 없다. 높은 앨범 판매량을 더 이상 자랑스럽게만 바라보아서는 안된다.

사진 = 연합뉴스
사진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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