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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치킨 1마리, 중량은 서로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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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치킨 1마리, 중량은 서로 다르다?
  • 이득영
  • 승인 2023.08.3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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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 중량 미표시, 소비자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어
돼지고기/소고기처럼 중량 기재 필요해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자료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9년 성인 남녀 5,306명을 대상으로 ‘가장 선호하는 배달음식’ 조사(오픈 문항, 응답자별 최대 3개 선택)를 시행했다. 이에 따르면 치킨은 2등인 짜장면(11.6%)의 3배 이상인 38%로 1등을 달성했다. 이를 통해 한국인의 막대한 치킨 사랑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는 치킨, 그 중량을 알고 먹는 소비자는 적다. 바로 치킨 중량 미표시 때문이다. 과거 2015년 한국소비자원에 제기된 치킨에 관한 민원 중 71%가 치킨의 중량과 관련되었다. 이는 많은 소비자가 ‘마리’라는 한정적인 정보만 얻기에 기대에 비해 치킨의 양이 적다고 느낀다는 걸 나타낸다. 그렇게 느끼는 이유를 찾기 위해선 치킨업계의 오랜 관행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과거부터 치킨업체들은 중량을 표시하지 않고 대신 ‘마리’로 그 표시를 대신한다. 이런 단순한 표기 관행은 소비자들에게 혼란을 불러올 수 있다. 닭의 머릿수가 곧 닭의 중량을 나타내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물론 업체별 고객센터를 통해 치킨의 닭 ‘호수’를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닭의 ’호‘는 중량의 ’범위‘를 나타내는 부정확한 정보다. 치킨업계가 자주 쓰는 9호 닭은 851g~950g, 10호 닭은 951g~1050g를 통칭한다. 간단히 말해 1호 차이가 곧 평균적으로 100g의 차이인 것이다. 또 이는 같은 호 내에서도 최대 99g의 차이가 날 수 있다는 뜻이므로 호수는 부정확한 중량 표시라는 걸 나타낸다.

프랜차이즈 업계 측은 호수 뿐만 아니라 조리법 차이도 있어 중량 표시가 곤란하단 입장이다. 치킨의 조리법에 따라 닭 체내의 수분이 빠져나가는 정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더불어 튀김옷을 묻히고 양념과 부재료를 넣는 과정의 차이 또한 존재해 업체별, 메뉴별 중량의 차이가 필연적이라 중량 표시가 어렵다고 설명한다. 실제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10호 닭을 쓰는 교촌치킨의 레드오리지날 치킨은 중량이 698g이고 11호 닭을 쓰는 네네치킨의 쇼킹핫치킨의 중량은 1234g이다. 그 차이는 536g으로 둘은 단지 1호 차이지만, 조리법에 따라 중량 차이가 그 이상으로 커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인기 배달메뉴인 피자는 어떨까. 직접 국내 피자 대표업체 격인 미스터피자, 도미노피자, 피자헛의 홈페이지를 확인해봤다. 확인 결과 세 곳 모두 영양 성분 옆에 피자의 총 중량을 표시하였다.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가 생닭의 유통 과정상 표시 단위를 ’호’에서 ‘g’으로 변경하면서 치킨의 중량 표시 문제도 사회적으로 논의된 적이 있다. 하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는 치킨은 규격화된 가공식품이 아니기에 중량 표시를 강제하기에는 행정적 어려움이 있다 밝혔고 현재까지 이렇다 할 진전은 없다. 

이렇듯 업계의 입장과 관련 부처의 행정적 어려움으로 인해 치킨의 중량 미표시는 계속되고 있다. 그로 인해 소비자 불만 또한 지속되고 있다. 하루빨리 소비자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 치킨 업계와 관련 부처, 소비자 단체 간 사회적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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