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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을’이 아니다. 그리고 ‘갑’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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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는 ‘을’이 아니다. 그리고 ‘갑’도 아니다.
  • 이득영
  • 승인 2023.07.13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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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권리’, ‘갑질’ 정당화 수단 아냐, 소비자 자성 필요해
자료 제공: 연합뉴스
자료 제공: 연합뉴스

[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한국 문화에는 ‘손님이 왕이다’라는 격언이 존재한다. 손님을 중요하게 챙겨야 한다는 의식이 담겨진 말이다. 하지만 이따금 일부 소비자가 이러한 격언을 악용하여 ‘갑질’을 해 다른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는 사례가 발생한다. ‘손님이 왕이다’라는 격언은 판매자가 가져야 할 사고방식이지, 소비자의 '갑질'을 정당화하는 격언이 아니다. 

물론 소비자는 비용을 지불하고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받기에 소비자의 권리는 반드시 지켜져야 하고 판매자는 그들의 권익을 위해 최대한 노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소비자기본법에 따르면 소비자는 대략 8가지 정도의 권리를 가진다. 1. 안전할 권리, 2. 피해를 보상받을 권리, 3. 알 권리, 4. 선택할 권리, 5. 안전하고 쾌적한 소비 생활 환경에서 소비할 권리, 6. 교육을 받을 권리, 7. 단체를 조직하고 활동할 권리, 8. 소비자의 의견을 반영할 권리 등이 소비자에게 보장되는 권리다. 그러나 이러한 권리는 소비자가 피해를 받거나 기만을 당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방어적 권리지, 갑질을 하기 위한 공격적 권리가 아닌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 곳곳에서 ‘소비자 권리’를 무기 삼아 ‘갑질’이 발생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2021년 5월 경기 양주시에서 한 모녀가 고깃집에서 식사를 한 후에 고깃값을 환불해달라는 요구와 함께 욕설을 내뱉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했다. 해당 소비자들은 해당 식당이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이유로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하지만 확인해보니 식당은 테이블마다 칸막이를 설치했고 직원은 마스크를 착용했다. 오히려 모녀 중 어머니 A씨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다니는 모습이 식당 측 CC-TV 사진으로 확인되었다. 방역수칙이 지켜지지 않은 것도 아니고 정작 본인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으면서도 방역수칙을 약점 삼아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이는 명백히 소비자 ‘갑질’이다.

2022년 말 ‘29층 계단 배달’ 사건이 발생했다. 아파트 29층에 거주하는 한 소비자가 음식을 시킨 후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29층까지 계단으로 올라간 라이더에게 음식이 식었으니 환불을 요구한 것이다. 상식적 시각으로 봤을 때, 29층까지 걸어서 직접 배달한 것만으로도 대단한 것이고 음식이 식지 않은 게 이상하다. 이는 보편적인 시각에서 생각해봤을 때 불합리한 환불 사유이며 소비자의 ‘갑질’에 해당한다는 의견이다. 

이 두 개의 경우 외에도 언론에 공개된 소비자 갑질 사례가 많으며 언론에 공개되지 않은 사례는 더욱 많을 것이다. 소비자 ‘갑질’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지금 소비자들은 자성의 자세를 갖고 혹여 자신이 ‘소비자 권리’를 악용해 ‘갑질’을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소비자는 절대 ‘을’이 아니고 거래 관계에 있어 ‘소비자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주체다. 하지만 소비자가 ‘갑’도 아니다. ‘소비자 권리’가 ‘갑질’의 무기로 쓰이거나 그것을 정당화 해주는 수단도 아니라는 것이다. ‘소비자 권리’가 날로 중요시되는 만큼, 소비자들이 스스로 행동을 돌아봐 우리 사회에서 소비자들이 ‘갑질’을 벌이는 사례가 사라져야 한다.

소비자들의 권익은 갑질이 아니고 정당한 요구와 공정거래를 통해 지켜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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