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를 통해 직접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
[소비라이프/이득영 소비자기자] 코로나19가 끝을 보이면서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여행수요가 증가한 요즘, 저렴한 항공권을 찾기 위해 해외 항공권 비교 사이트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많다. 하지만 해외 항공권 비교 사이트를 이용 시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이 4월25일에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해외 온라인 여행사인 키위닷컴(kiwi.com)과 관련된 소비자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상담 내용을 살펴보면 키위닷컴이 소비자 개인사정으로 항공권 취소 시 개별 항공사의 환불정책과 상관없이 10유로(14,766원)만을 적립금 형태로 지급해 소비자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고 한다.
[사례] A씨는 2023년 3월 가격비교 사이트를 통해 연결된 키위닷컴에서 항공권(서울-괌 왕복, 2023년 9월 예정) 2매를 구입하고 약 196만원을 지급함. 다음 날 개인 사정으로 취소를 요구했으나 적립금 형태로 10유로만을 받음. 키위닷컴에 문의하자 상품 판매페이지 내용 및 약관을 통해 사전 안내했고, 취소 시 10유로만 지급하는 것에 동의했으므로 항공사 개별 환불규정과 별개로 추가 환불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음 (출처: 한국소비자원 보도자료)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키위닷컴과 관련된 국제거래 소비자 상담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3월까지 총 187건이 접수됐다.(국제거래 소비자포털 및 1372소비자상담센터 접수 건) 분기마다 접수 건이 증가되는 추이를 보이며 올해 1분기에만 총 95건의 상담이 있었다. 이는 전년도 4분기(46건)의 2배가 넘는 수치다.
환불금 문제를 보다 자세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키위닷컴의 이용 약관에 나와 있는 티켓의 특징을 알아야 한다. 키위닷컴의 이용 약관에는 현재 Saver, Standard, Flexi라는 3가지 형태의 티켓이 있다. 우선 Saver의 설명을 살펴보면 “1. 여정을 변경 시에 신규 예약의 전액을 지불해야 한다 “ 2. 취소 시 예약 금액이 20유로 이상인 경우에 한해 10유로의 적립금을 받습니다”라는 조건이 있다. 소비자에게 가장 불리한 조건이다. 두 번째로 Standard는 Saver의 첫 번째 특징과는 달리 여정을 변경할 시 신규 예약과 기존 예약의 차액만 지불하면 된다. 그러나 마찬가지로 10유로의 적립금만을 받게 된다. 마지막으로 Flexi 티켓은 Standard와 마찬가지로 여정 변경 시에 차액만 지불하면 되고 취소 시에도 90%의 환불금을 받는다. 이 환불금은 Saver, Standard와는 다르게 입금 시 사용한 수단을 통해 돌려받는 것이 가능하다. 소비자에게 가장 유리한 조건이다.
여기서 핵심은 키위닷컴이 ‘자사의 자체적인 환불약관’을 적용한다는 것이다. 해당 약관에 따르면 개별 항공권이 해당 항공사의 환불 규정에 따라 취소수수료를 공제한 전액을 받는 것이 아니고 10유로의 적립금만을 돌려받고 나머지 대금에 대한 권리는 키위닷컴 측이 가지게 된다.
물론, 키위닷컴의 약관에는 소비자가 항공사를 통해 직접 취소/환불을 요구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소비자가 직접 항공사를 통해 항공권을 구매한 것이 아니기에 구매처에 문의하라고 답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결국 소비자 입장에서는 구매처인 키위닷컴에 환불 문의를 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일부 여행사가 소비자의 취소 요구 시 항공사와 직접 연락해 항공사 개별 환불규정에 따른 적정금액을 소비자에게 돌려주는 것과 대조적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해 키위닷컴을 포함한 8개 글로벌 온라인 여행사의 약관 등 거래 조건 실태를 조사하고, 사업자에게 소비자의 권리를 지나치게 제한하는 이용 약관을 개선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권고는 법적 강제성이 없어 키위닷컴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또한 키위닷컴은 국제거래 소비자포털에 접수된 소비자상담 처리 과정에서도 이용약관을 근거로 추가적인 대금 환불을 거부하고 있다.
키위닷컴의 불합리한 환불규정 문제로 인한 소비자 피해와 지속적인 항공사 개별 약관 위반으로 인해 몇몇 해외 항공사는 자사의 항공권을 키위닷컴이 팔지 못하게 하고 있다. 해외 항공사인 아메리칸 항공(American Airlines) 등 4개 항공사는 실제로 지난해 판매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문제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키위닷컴을 포함, 온라인 가격비교사이트 이용 시에 소비자들의 철저한 주의가 필요하다. 항공권 구매 전 이용약관과 환불규정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세심하게 조항을 살펴보기란 쉽지 않다. 따라서 항공권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면 항공사에서 직접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