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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편의점의 변신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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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 편의점의 변신엔 끝이 없다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2.05.16 14: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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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최수종, 최진실 주연 드라마 <질투>에는 두 주인공이 편의점에 들어가 컵라면을 먹는 장면이 등장한다. 당시 트렌디 드라마로 꼽힌 <질투>의 인기에 힘입어 90년대 초 편의점에 대한 관심은 크게 증가했다. 특히 얼음과 음료를 직접 따라 마실 수 있었던 탄산음료 디스펜서는 기존 가게나 슈퍼에서는 미처 해보지 못한 경험을 소비자에게 선사했다. 편의점은 새로운 소비의 경험을 전달하는 공간이었다.  

실제 드라마 <질투>가 인기를 끌던 90년대 초반은 편의점이 급증하던 시기이기도 하다. 우리나라에 처음 편의점이 등장한 것은 1982년 11월, 롯데쇼핑이 서울 중구 신당동 약수시장 입구에 개점한 ‘롯데세븐’이 처음이었다. 하지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지금보다 소득수준도 낮았거니와 편의점의 물건값이 상대적으로 비쌌기 때문이다. 

편의점이 본격적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편의점이 프랜차이즈 형태로 출현하면서부터다. 1989년 5월, 서울 송파구 올림픽선수촌에 등장한 ‘세븐일레븐’ 이후 편의점은 방이동, 가락동, 동부이촌동, 여의도, 목동 등 주로 고학력 중산층이 거주하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에 속속 들어섰고 초창기엔 고급스러움과 세련된 소비장소로 인식되기도 했다. 당시 언론도 새롭게 등장한 소매유통 업체를 ‘구미식 구멍가게’, ‘심야 만물 슈퍼’ 등으로 부르며 큰 관심을 보였다. 이후 편의점은 엄청난 성장을 거듭해 90년과 91년 사이 점포 증가율은 약 500% 정도였다고 하니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라 할만하다. 

이후 편의점은 매년 급증해 유동인구가 집중된 지역뿐 아니라, 골목까지 진출해 들어서지 않은 곳을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가 됐다. 다만 지나친 점포 경쟁으로 인한 수익성 약화는 피할 수 없는 결과였다. 지난해 점포당 총매출을 보면 1인당 구매단가가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5년 전 4396만원 보다 낮은 4357만원을 기록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편의점 수는 매년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며 편의점 수는 3만 8451개(’18) → 4만 672개(’19) → 4만 2877개(’20) 등 매년 4~5% 증가율을 보이고 있고 지난해 전국 편의점 개수는 대략 5만여 개 정도다.  

삼각김밥에서 위스키까지
편의점을 대변하는 상품은 삼각김밥과 라면이다. 특히 삼각김밥은 편의점이 탄생시킨 발명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각깁밥은 밥을 삼각형 모양으로 빚어 김을 싼 일본 전통음식인 오니기니를 즉석 식품화한 것으로 일본에서 개발해 히트친 후 국내에 들어왔다. 

1990년 세븐일레븐에서 첫 선을 보인 삼각김밥은 22년 전 1000원이란 비싼 가격 때문에 쉽게 대중화되지 못하다가 관련 설비가 자동화되면서 가격이 낮아져 2000년 대에는 700원, 2011년 이후 800원, 현재는 1300~1800원 내외의 가격을 형성하며 컵라면, 얼음컵, 빙그레 바나나맛 우유와 더불어 편의점 스테디셀러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대한민국에서 들어온 지 약 30년. 그 사이 편의점은 공과금 수납, 택배, 유명 맛집과의 콜라보, 자체 식품 개발 등 수많은 시도를 해왔고 끊임없는 변신을 거듭한 끝에 서민들의 일상으로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 오늘날 1인 가구의 증가로 대량구매 보다는 소량구매를 중심으로 한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 업계는 다시 한번 성장의 계기를 잡았다. 

최근 편의점에는 없는 게 없다. 생필품에 더해 신선제품과 주류 등 취급 품목은 다양화됐고 카페형, 금융형, 주류형 특화매장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달라진 건 그 편의점에만 가야 살 수 있는 상품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 특화매장은 어디를 방문하든 비슷한 편의점이라는 인식 대신 ‘찾아가는 편의점’이란 인식을 소비자에게 심어 주고 있다. 

오늘날 편의점은 변신에 변신을 거듭하며 식품 및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트렌드 성지로, 트렌드 세터(trend setter)로 여겨진다. 요즘 유행하는 것을 보려면 편의점에 우선 방문해야 할 정도다. 변신의 귀재 편의점이 내일은 또 어떤 서비스, 브랜드와 결합해 색다른 제품과 서비스를 내놓을지 여전히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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