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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에서 커피가 사라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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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지구에서 커피가 사라진다고?
  • 성해영 인턴기자
  • 승인 2022.04.07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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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커피 생산지 브라질이 최악의 기상이변을 겪으면서 커피 생산량이 급감했다. 자연히 커피콩 가격은 배로 뛰었다. 커피 원두인 아라비카의 선물 가격은 작년과 비교해 무려 76% 급등했다.  

브라질의 기상이변은 일시적인 현상일까. 영국왕실 식물원은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38년이면 커피 생산량이 40~50%가량 줄어들고, 2040년이 되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 원두가 거의 멸종한다는 예측을 내놨다. 우리가 그토록 사랑하는 커피를 더 이상 마시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다. 


줄줄이 오른 커피 가격이 말해주는 것 
올 초부터 주요 커피브랜드의 가격 인상이 잇따랐다. 업계 매출 1위 스타벅스는 아메리카노(톨 사이즈 기준) 가격을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렸다. 아메리카노, 카페라떼, 카푸치노 등 23종은 400원, 카라멜 마키아또와 돌체라떼 등 15종은 300원 인상했다.  

스타벅스가 가격을 인상하면서 주요 커피전문점 역시 연이어 가격을 올렸다. 업계 매출 2위인 투썸플레이스는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 400원, 카라멜 마키아또 300원을 포함해 21종의 가격을 인상했다. 할리스는 커피류 400원을 포함해 주스류 등 일부 음료를 100원에서 200원씩 올렸다. 커피빈, 탐앤탐스, 폴바셋 등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커피믹스 제품의 가격도 올랐다. 동서식품은 평균 7.3%, 롯데네슬레코리아는 8.7% 제품 가격을 올렸고, 남양유업도 커피믹스 9.5%, 컵커피 가격은 평균 7.5% 인상했다.   

한국뿐 아니라 전세계 커피 가격이 줄줄이 오르는 추세다. 스타벅스는 전세계 거피가격을 일제히 올렸고 영국의 유명 프랜차이즈 프레타 망제는 커피 월 구독료(하루 최대 5잔의 커피를 제공)를 25% 인상해 25파운드(약 4만 1000원)로 정했다. 

이처럼 커피 값이 오르는 데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물류비 상승과 인건비, 재료비 등 전반적으로 생산 비용이 오른 탓도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두 가격이 고공 행진 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원두 가격 상승의 중심에는 기상이변이 자리한다. 

브라질에 가뭄과 한파? 

커피나무는 아열대 작물로 연중 온화한 기온이 유지되고 연 강우량이 1,500mm 이상인 지역에서 잘 자란다. 비가 너무 많이 오거나 바람이 너무 강하게 부는 환경에서는 잘 자라기 힘들다. 

우리가 대부분 소비하는 품종은 아라비카(Arabica)와 로부스타(Robusta) 원두 2종류로 특히 세계 커피 생산량의 60~70%를 차지하는 아라비카(Arabica)는 온도 변화에 굉장히 민감하기 때문에 15~24도 사이를 유지해야 한다.  

그러나 최근 라니냐(동태평양의 저수온 현상)와 아마존의 대규모 산림 파괴로 강수량이 줄어들어 브라질에 가뭄이 발생하고 남극 한파가 브라질의 남동부와 남부 지역으로 유입되면서 열대성 작물인 커피 재배에 큰 차질이 발생했다.   

브라질 남동부 최대 커피 생산지역으로 손꼽히는 미나스제라이스 주의 커피나무가 가뭄과 서리로 30% 가량 손상됐다. 더 큰 문제는 그 정도가 심각해서 다시 재배하려면 최소 3년이 걸린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면 공급과 수요에 불균형이 발생하여 앞으로 커피 가격 급등을 방어하기가 더 어렵다는 것이다. 

브라질의 커피 생산량이 급감함에 따라 브라질 산지 커피콩 가격은 2배 이상 상승했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 따르면 국제 원두 가격은 지난해 2월 파운드 당 121.10센트에서 이달 9일 258.35센트로 2배 이상 급등했다. 커피 원두인 아라비카의 선물 가격은 작년에 무려 76% 급등했다. 10년 만에 최고가다. 

“2080년 야생커피 대부분은 멸종할 것”  
영국 왕실 식물원(The Royal Botanic Gardens)의 커피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브라질의 기후는 1959년부터 2018년까지 최근 30년 동안 더 습해졌고 더위와 추위가 점점 더 자주 발생하고 있다. 

보고서는 커피 나무가 회복할 수 없는 상태로 파괴돼 뿌리채 뽑고 묘목을 심어야 할 경우 재생산 시점까지 최소 4~5년에서 최대 7년의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차후 2~3년간 생산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보고서는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2038년에 커피 생산량이 40~50%가량 줄어들고 2040년이 되면 아라비카와 로부스타가 거의 멸종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스위스 취리히대학 연구팀도 현존 기후변화 모델을 토대로 분석한 결과 아라비카의 재배지 경작 여건이 2050년까지 급격하게 나빠질 것이라고 발표했다. 또한 베트남, 인도네시아, 콜롬비아 등 커피 재배 지역도 기후변화의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어 앞으로 커피 재배 가능 면적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브라질은 76%, 콜롬비아는 63%가 줄어들 것이라고 예측했다.

2016년 호주 기후학회가 발표한 기후학회보고서 역시 비슷한 예측을 내놨다. 2050년까지 전 세계 커피 가능 재배 지역의 50%가 감소하며 2080년에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야생 커피 품종 거의 대부분이 멸종할 것이라는 암울한 분석이다. 국제열대농업센터 역시 2050년에는 전세계 커피 재배 가능 지역이 50%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실험실에서 만드는 세포배양커피
기후이상으로 멸종 위기에 놓인 커피를 대체할 수 있는 품종 실험도 이어지고 있다. 세포배양커피가 개발되고 새로운 커피 품종이 발견되면서 기후변화로 인한 커피의 재배 및 생산 문제 해결에 희망을 걸어보는 것이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소 연구진은 커피나무 잎에서 채취한 샘플로 세포를 배양해 커피를 만들었다. 세포를 배양한 커피는 자연에서 재배할 경우 필요한 여러 가지 물리적인 여건으로부터 자유롭다. 자연 환경이 아닌 완전히 폐쇄된 환경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아도 되고 자연 재배가 아니므로 땅에 흡수되어야 하는 비료가 필요하지 않아 필요한 비료의 양도 적다. 

무엇보다 실내에서 재배가 가능하기 때문에 외부 날씨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 큰 장점이며 커피 생산지에서 직접 커피를 재배할 수 있다. 커피 맛과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로스팅 방법과 시간에 따라 다양한 맛을 만들어낼 수 있다. 핀란드 국가기술연구소는 4년 안에 세포배양커피를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나라마다 산지마다 독특한 커피의 향과 맛을 재현해 낼 수 있을진 알 수 없다.   

스테노필라의 재발견
1834년 서아프리카 시에라리온에서 처음 발견된 스테노필라는 다른 커피나무에 비해서 재배기간이 길어 농부들이 재배를 선호하지 않아 1954년 멸종된 것으로 보고되었다. 하지만 2018년 12월 영국, 프랑스, 시에라리온 공동연구진이 시에라리온 중부지역 열대우림에서 스테노필라를 다시 발견했다. 

스테노필라(Coffee Stenophylla)는 아라비카와 맛이 비슷한 야생품종으로 일반 커피나무보다 높은 기온에서도 재배가 가능하다. 스테노필라는 연평균 24.9도에서 자란다. 가뭄에도 잘 견디며 거피잎녹병과 같은 질병에도 강하다. 

네스프레소, JED, 벨코 소속 커피 전문가들이 아라비카와 스테노필라를 블라인드 테스트한 결과 참여자의 81%는 두 가지 맛을 구별해내지 못했다. 스테노필라는 2020년 8월 스페셜티커피협회 기준에 따라 고급 품종인 아라비카와 같은 스페셜티 등급을 받았다. 커피 전문가들이 대중적인 입맛에 잘 맞을 것이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으면서 앞으로 재배가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성해영 인턴기자 ldwsc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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