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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 속도 못 따라가는 조세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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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발전 속도 못 따라가는 조세제도
  • 김진주 소비자기자
  • 승인 2021.11.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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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공회의소, ‘기업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 현황’

그린수소 등 신성장 기술 포함되지 않아
공제 대상 신기술 해외선 폭넓게 인정

[소비라이프/김진주 소비자 기자]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상황에서 그린수소와 같은 신기술이 신성장 기술에 포함되지 않아 조세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등 기업 현장과 동떨어진 조세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지난 14일 336개 기업(대기업 110개·중소기업226개)을 대상으로 ‘기업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 현황’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기업현장과 괴리된 10대 조세제도’를 소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업들은 조세제도가 기술발전의 속도를 따라 오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응답기업의 81.3%가 신성장 기술이 시행령에 즉시 반영되지 않아 세제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탄소중립을 위한 수소경제로의 전환이 필요하나 그린수소와 같은 수소신기술은 아직 신성장 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 차세대 메모리반도체의 경우에도 비슷하다.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자체는 신성장 기술로 세액공제 대상이나, 그 중에서도 최신 기술인 지능형 반도체는 이에 포함되지 않았다. 최신기술이 오히려 세제지원을 받지 못하는 역차별이 발생한 것이다. 

해외는 공제대상이 되는 신기술을 우리보다 폭넓게 인정하고, 연구개발(R&D)활동에 대한 세제지원도 유연하게 적용한다. 중국의 경우 ‘고도신기술산업’에 대한 연구개발비용 우대지원 대상을, 가능한 대상을 나열하는 ‘포지티브(Positive)방식’에서, 안 되는 것만 나열하고 그 외에는 모두 가능한 ‘네거티브(Negative)방식’으로 변경했다. 그 결과 담배업과 부동산업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대부분의 산업기술이 고도신기술로 인정돼 공제대상이 된다.  

한편 일부의 편법을 막기 위한 칸막이식 조세지원이 제도활용을 가로막는 장애물로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가령 신성장 세액공제를 받으려면 신성장 R&D 전담인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경우 동일 인력이 신성장 R&D와 일반 R&D를 병행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지원을 활용하기 어려우며, 이에 공감한 기업이 응답기업의 70.5%에 달했다. 반면 미국, 캐나다 등은 신성장 R&D ‘전담인력’과 같은 요건을 두지 않고 실제 R&D 활동 여부를 검증해 해당 인력이 투입된 시간에 따라 연구개발비용을 산정하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작년 일반 R&D 조세지원을 신청한 기업은 약 3만 4000개 사로 신청비율이 99.4%에 달한 반면, 신성장 R&D 조세지원은 0.6%(197개 사)로 매우 저조했다”며 “신성장 투자를 늘리자는 제도취지에 맞게 하루빨리 정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의 응답 기업들은 활용하기 어려운 조세지원제도의 사례로 ▲경력단절여성 채용 시 동일 업종 경력자인 경우만 공제(72.3%)▲신산업 인프라 구축 등 전국적 투자가 필요한 경우도 수도권 설비투자는 지원 제외(65.5%) ▲연구소 보유한 기업에만 R&D 공제, 연구소가 불필요한 서비스업 등에 불리(61.6%) 등을 꼽았다.

다른 나라에는 없는 세법상 규제로 불편을 호소한 기업들도 있었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는 부의 편법적 이전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지만, 외국에서도 유사한 입법례를 찾기 힘들다. 또한 계열사의 관련 특허 보유 등으로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경우에도 일감 몰아주기 증여세가 부과되는데, 이것이 기업 현실에 맞지 않다고 응답한 비율은 72.9%에 달했다.

이 밖에 ▲기업인 사회공언 목적으로 보유주식의 일정비율 이상을 공익법인에 기부하는 경우 증여세 부과(66.1%)▲배당을 임금이나 투자와 달리 사내유보와 동일시해 법인세 추가 과세(70.8%)▲배기량 100cc 초과시 업무용승용차로 인정되지 않아 세제상 불이익(69.9%) 등도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로 꼽았다.

송승혁 대한상공회의소 조세정책팀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기업현장에 맞지 않는 조세제도 사례를 파악할 수 있었다”며 “현장의견을 최대한 수렴하고 주요국 사례를 참고해 기업환경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재설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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