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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당근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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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당근이세요?
  • 손은경 객원기자
  • 승인 2021.11.11 15: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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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국민 “당근” 하게 만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

“혹시... 당근이세요?”

2년 전만 해도 차마 타인에게 던질 수 없는 이 괴상한 질문이 2021년 대한민국 길거리 위를 자연스럽게 오가게 될 줄 그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온라인도 아닌 오프라인에서 낯선 사람들끼리 “당근이세요?”를 외치게 만든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의 성장세가 심상치 않다. 


 

당근마켓의 등장
2015년 자본금 5억원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던 당근마켓의 원래 이름은 ‘판교장터’였다. 이름에 ‘판교’가 붙었던 이유는 당시만 해도 이 서비스가 경기 일부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하이퍼 로컬(hiper-local, 아주 좁은 지역의 특성에 맞춘) 서비스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3년 만에 전국구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만큼 신뢰도를 쌓는 데 성공했고, 2018년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의미를 담아 ‘당근마켓’으로 이름을 바꿨다. 안 써본 사람은 있어도 처음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당근마켓의 등장이다.

당근마켓이 등장 이후 3년 만에 또 일을 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당근마켓이 올해 1월 기준 전 연령대가 가장 많이 사용한 국내 중고거래 서비스 앱 1위를 차지한 것. 

당근마켓의 2021년 1월 한 달 사용자 수는 1,325만명에 달했다. 주요 중고거래 앱 전체 사용자 1,432만명 중 92.5%(타 서비스 중복 사용 포함)에 달하는 수치다. 이 수치 또한 불과 몇 개월 만에 달라졌다. 올해 8월경 당근마켓 사용자는 20% 이상 늘어난 1,600만명을 달성했다. (2위는 사용자 284만의 ‘번개장터’, 3위는 ‘중고나라’가 차지했다.) 

8월 기준 당근마켓 가입자 수는 우리나라 총인구의 40%에 달하는 2,100만명. 주간 이용자 수는 국내 경제활동인구의 74%에 달하는 1,000만명이다. 데이터분석 플랫폼 앱애니에 따르면 당근마켓은 질병관리청 앱 ‘COOV’에 이어 지난 분기 한국인이 가장 많이 다운받은 앱 2위를 차지했고, 올해 기업 가치 3조원을 인정받으며 국내 16번째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당근마켓은 무엇을 바꿨나
하나은행에 따르면 국내 중고거래 시장은 2008년 4조원 대비 2020년인 지난해 20조원까지 성장했다. 올해는 지난해의 20%에 달하는 24조원까지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가파른 성장을 이끈 주역이 당근마켓이라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당근마켓이 바꾼 것은 시장 규모만이 아니다. 우리는 자연스레 ‘당근하세요?’라는 말을 ‘중고거래 하세요?’라는 말로 받아들이게 됐다. MZ 세대만의 말이 아니다.

기존에 온라인을 통해 중고거래를 하던 연령이 주로 MZ 세대였다면, 요즘은 4, 50대 중장년층도 당근마켓으로 중고거래를 이용한다. 시사저널에 따르면 당근마켓 이용자 중 35% 이상이 45세 이상, 15% 이상이 55세 이상이다. 이용자 절반이 중장년층인 것이다. MZ 세대에 비해 온라인 중고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중장년층까지 끌어들인 당근마켓만의 비법은 무엇일까. 

먼저 연락처나 주소, 계정 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적다는 게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 거래를 원하는 사람은 앱 채팅 기능으로 상대와 만날 곳만 정하면 된다. 약속 한 시간 전후로는 번호 교환 없이도 앱을 이용해 상대와 통화 할 수 있다. 

또 기존 오프라인 중고가게에선 팔지 않던 다양한 생활용품을 살 수 있다. 무엇보다 버리려면 돈을 내야 했던 제품을 비용을 들이지 않고 처분할 수 있는 데다, 추가 수익까지 생긴다는 점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나아가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가 늘었다는 점도 중요하게 작용했다. 

이런 여러 요인이 만나 직접 만나서 거래하는 것을 꺼릴 것이라는 초반 우려와 달리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과 만나서 물건을 주고받기 시작했다. 거래 반경이 4~6km 이내로 한정돼 있기 때문에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동네 이웃이라는 신뢰감도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현 공동대표는 중고거래 증가에 대해 “중고거래에 대한 인식이 경제적 여유가 없을 때 하던 행위에서, 불필요한 물건을 나누거나 다른 주인을 찾아주기 위한 행위로 바뀐 것”으로 해석했다. 

당근에서는 무엇이 거래되나
당근마켓에서는 양말부터 고가의 명품까지 상상 가능한 대부분의 제품이 거래되고 있다. 반려동물, 주류, 담배, 음란물, 의료기기, 헌혈증, 암표 등 거래금지 물품을 제외한 일상 속 모든 제품이 그 대상이다. 

2021년 상반기 기준 당근마켓 검색어 1위에 오른 상품은 자전거다.(이용률이 높은 서울시 5개 동네 기준) 청년층이 많이 거주하는 신림동에서는 아이패드 등 소형기기가, 역삼동에서는 명품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동네 특성에 따라 인기 검색어도 다르다. 

무료로 물건을 제공하는 ‘나눔’도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당근마켓에 따르면 가장 많이 나눔 되는 제품은 가구와 육아용품이다. 전체 나눔 중 각각 42.7%와 31.7%를 차지할 만큼 높은 비율이다.

최근에는 서초구 인근에서 1억 6500만원 가량의 명품 시계 등 총 130억으로 추정되는 명품 중고품을 판매한 여성이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누리꾼들 사이에서 명품 거래에 대해 탈세나 불법을 의심하는 여론이 불붙으면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테이블 위에 오르기도 했다. 국감을 통해 문제가 제기된 만큼 향후 고가 중고물품 거래에 대해서는 국세청과 기획재정부가 방침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당근마켓의 진화
당근마켓이 꿈꾸는 최종 목적지는 종합 로컬 플랫폼이다. 카카오톡이 채팅 기능을 기반으로 사용자를 확보해서 각종 생활서비스로 플랫폼 기능을 확장한 것과 비슷하다. 이미 ‘내 근처’ 메뉴를 통해 지역 커뮤니티, 동네 GS편의점 마감 할인 제품 구매, 동네 장보기, 동네 알바, 동네 부동산 정보, 동네 생활서비스 등 각종 로컬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당근마켓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고 올해 하반기 자체 페이, 배송 기능을 도입해 로컬 커머스 시장을 본격적으로 노릴 계획이다. 당근페이와 당근배송은 과연 소비자의 생활에 또 다른 변화를 가져올까. 

손은경 객원기자  twelvenos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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