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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또 다른 카르텔 ES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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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또 다른 카르텔 ESG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1.09.3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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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ESG는 코로나19 이후 경제계 뉴스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단어다. 2020년 초에 본격적으로 언론을 통해 언급되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경제계는 물론 학계, 출판계까지 ESG에 대한 자료가 쏟아지고 있다. 이 단어는 코로나19 이후로도 앞으로의 세계 경제 질서를 재정립하는데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다.  

ESG는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칭이다. 기업을 평가할 때 재무적 성과만 따졌던 과거와 달리 비재무적 요소를 포함해 기업을 평가하겠단 말이다. 나름 의미심장하다. 언론과 학계, 시민 모두 동조하는 분위기다. 

ESG는 앞으로 기업의 수출입 업무부터 정부의 지원사업, 소비자의 구매선택, 자금유치를 위한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전 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거래할 때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 

다만 이렇게 좋아 보이는 ESG를 불편하게 바라보는 필자의 불안감은 ESG를 아무런 제약과 부담 없이 실천할 수 있는 것은 대부분 대기업이라는 데 있다. 대기업은 자본력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ESG 변화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고 기업의 체질을 변화시키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지출해도 회사 경영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다르다. 실천하고 싶어도 거기에 필요한 경비를 부담할 수 있는 여력이 부족하다. 이에 정부도 관련 정책자금 융자나 지원사업 등 각종 지원책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이는 진정으로 중소기업을 위한다기보다 대기업의 공급망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데 목표가 있다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특히 신흥국 또는 중소기업 대한 기술이전과 금융지원 없이 새로운 ‘게임의 법칙’만을 내세우는 태도는 이해하기 어렵다. 

대기업은 앞으로 진행될 ESG에 관련 기준에 맞춰 협력업체들이 만족할만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도록 부족한 자금력과 기술을 보완하는 지원을 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이 역시 대기업이 가는 길에 제약이 되지 않도록 ‘상생’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지원일 가능성이 높다. 자칫 ESG는 앞으로 대기업의 독점 내지는 과점형태를 깰 기업을 나오기 어렵게 만드는 장벽이 될 수 있다.

대부분 동의하듯 ESG의 한 축인 환경(nvironmental) 문제는 산업혁명으로 시작된 오늘날의 서구 문명이 낳은 문제다. 그런데 어느 정도 경제성장을 이룬 선진국들은 이제 와서 이 길이 잘못되었다며 새로운 ‘게임의 법칙’을 강조한다. 이제 갓 기지개를 켜는 후진국과 신흥국은 낯선 환경에 적응할 기술력과 자본이 부족해 성장에 발목을 잡힐 가능성이 높다.  
 
환경이 문제라면 환경파괴로 이득을 봤던 선진국들이 더 많은 책임감을 느끼고 다른 방식으로 환원해야 한다. 지구의 환경을 지키기 위한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진행될 ESG는 대기업에게 더 큰 정당성을 부여할 것이고 기업의 사회참여는 그들의 이미지를 개선하는 홍보와 마케팅에 활용될 것이다.
 
ESG가 또 다른 지배 시스템이 되지 않고 진정으로 ‘함께 사는’ 방법이 되려면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한 쪽에 일방적으로 수준 높은 기준을 제시할 게 아니라 새롭게 도약을 준비하는 신흥국들에 대한 기술이전과 금융지원이 우선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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