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빨래, 청소, 식사까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구독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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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빨래, 청소, 식사까지 일상으로 자리 잡은 구독서비스
  • 박지연 기자
  • 승인 2021.09.14 14: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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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오전 6시. 어제 요청한 세탁 서비스가 완료했다는 알림톡이 울린다. 현관문을 여니 문 앞에 세탁물 전용 케이스와 샐러드 박스가 나란히 놓여있다. 앱으로 잠금을 해제하고 세탁물을 확인한다. 깨끗하게 세탁된 와이셔츠와 재킷, 바지를 꺼내 입고 아침을 대신할 샐러드 박스를 연다. 요즘 자꾸 배가 나오는 것 같아 샐러드 정기배송을 시작했다. 한 주에 6일, 매일 다른 샐러드를 맛볼 수 있어 질리지 않는다.

분주하고 정신없는 월요일. 점심 후 동료들과 마시는 커피 한 잔은 하루 일과에서 빠질 수 없는 즐거움이다. 아메리카노 석 잔을 주문하고 구독 쿠폰을 제시한다. 원래 커피 한 잔에 4000원 정도지만 구독권으로 3000원 정도에 마실 수 있으니 경제적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퇴근하는 길, 집 앞 편의점에 들렀다. 좋아하는 맥주를 고르고 앱을 보여준다. 캔맥주 구독은 혼자 맥주를 즐기는 혼술러에게 딱이다. 넷플릭스 드라마를 켜고 맥주캔을 따며 숨 가빴던 하루를 마무리한다.” 

세탁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세탁물 수거함 모습. 

매달 일정 비용을 내고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서비스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기존 넷플릿스, 왓차와 같은 몇몇 동영상 서비스와 우유, 잡지, 샐러드 등 일부 제품에 한정됐던 서비스가 몇 년 새 세탁물, 과자, 양말, 생리대, 전통주, 반려동물용품, 영양제 등 생활 전반으로 확대됐다. 최근엔 청소, 자동차, 명품백까지 분야를 망라하고 외연을 확대해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이 2019년 내놓은 정책연구자료집(조혜정, 구독경제의 현황 및 시사점) 내용에 따르면 스위스의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트스위스’는 전 세계 구독경제 규모를 2015년 약 4200억 달러(470조원)에서 2020년 약 5300억 달러(594조원)로 예측했다. 나아가 2023년 전 세계 기업의 75%가 구독서비스를 제공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구독서비스 시장 규모도 지난해 기준 40조 1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용자도 늘고 있다. 한국리서치가 지난 5월 대한민국 소비자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67.5%는 한 번이라도 구독서비스를 이용해 봤다고 답했다(정기배송형 64%, 무제한 구독형 71%).

롯데제과의 월간과자는 자사의 제품을 랜덤으로 발송해주는 서비스다.

소비자 입장에서 구독서비스는 시간을 아낄 수 있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에, 다양한 상품을 사용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세탁 서비스의 경우 전날 세탁 서비스를 신청하면 다음날 맡긴 세탁물을 받는다. 요금은 기존 오프라인 세탁소에 비해 20~30% 높고, 별도 배송료를 내야 하지만 이불이나 겨울 점퍼 등 무거운 세탁물을 직접 들고 가지 않아도 될 뿐만 아니라 빠르다는 점이 인기를 끄는 요인이다. 커피와 같은 소비재의 경우엔 구독서비스를 이용하면 20~30% 저렴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다. 콘텐츠 상품은 한 번 결제로 정해진 기간 내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다. 개인 취향에 맞춘 큐레이션 서비스는 덤이다.

시간을 아껴 내 취향에 집중

이처럼 구독서비스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소유 대신 경험을 원하고, 한 번 제품을 사서 오래 쓰기보다는 다양한 제품과 서비스를 사용(경험) 해보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욕구가 구독경제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다. 풍부한 정보로 무장한 이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춘 서비스에 눈길을 돌리는 건 어쩌면 자연스런 현상이다. 여기에 코로나로 집에서 즐기는 콘텐츠와 제품을 선호하게 된 분위기도 구독서비스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그렇다면 구독서비스를 이용할 때 소비자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뭘까. ‘필요성(52%)’과 ‘비용(48%)’이었다(한국리서치 설문 결과). 실례로 커피 구독서비스를 자주 이용한다는 박 씨(여, 38세)는 “카드나 통신사 할인보다 할인율이 높아서 구독서비스를 이용한다”며 “다만 항상 이용하진 않고 커피도 넷플릭스도 필요할 때마다 결제했다, 해지했다를 반복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필요에 따라 접속과 비접속을 반복하며 자신에게 맞는 서비스를 이용한다는 말이다. 더러는 편익을 좇아 구독서비스를 이용하지만 조금이라도 아깝다는 생각이 들거나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그 즉시 소비를 중단한다. 이전보다 쉬워진 해지방법도 구독서비스를 활성화하는 요인이다.  

기업 입장에서도 구독서비스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매달 안정적인 수입을 기대할 수 있고 브랜드 또는 기업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유치할 수 있어서다. 축적된 고객 데이터를 가지고 향후 제품 개발이나 마케팅에 활용할 수도 있다. 소비자의 욕구만큼이나 점점 다양화, 세분화되는 구독서비스가 앞으로 또 어떤 모습으로 변화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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