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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80·90년대를 다오!” 뉴트로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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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80·90년대를 다오!” 뉴트로 열풍
  • 이상연 기자
  • 승인 2021.08.31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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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엔 ‘노스텔지어’ 누군가엔 ‘갬성’을
“유행은 돌고 돈다.” 이 말에 소위 ‘갬성’(감성)을 한 움큼 첨가해보자. 그 순간 옛것은 누군가에겐 추억 속 그날의 파편을, 다른 이에겐 신선한 ‘갬성’을 선물하는 근사한 매개체로 탈바꿈한다. 오늘날 우리는 과거를 현재로 끄집어내 때 빼고 광내면 신선한 ‘요즘 것’이 되는 신묘한 세상을 살고 있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가 조화를 이루는 이른바, ‘뉴트로’(Retro)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최근 몇 년 새 새로움(New)과 복고(Retro)가 조화를 이루는 ‘뉴트로’(Retro)가 산업계 전반에 걸쳐 핫 키워드가 되고 있다. 사진=던킨 도너츠

‘블루투스’ 탑재한 카세트·LP 

수년 전부터 전자업계에는 거센 뉴트로의 물결이 일고 있다. 특히, 가전제품 시장에서 뉴트로, 레트로, 복고 등을 상표명에 삽입한 예스러운 형태의 제품들이 상당량 소비자에게 판매되거나 대중매체를 타고 전파되면서 이러한 붐을 부추겼다. 

레트로 TV란 별칭으로 더 잘 알려진 ‘LG 클래식 TV’(2014년 출시). 정면에서 보면 오른쪽 윗 부분에 요새는 좀처럼 보기 힘들어진 채널 돌리는 스위치가 달려 있다. 이처럼 옛 TV 감성을 물씬 풍기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명성을 얻은 이 TV는 출시 7년이 지난 현재까지 판매되고 있다. 

음향가전 역시 뉴트로 시대 영향권에 있음은 당연하다. 음향가전사(史) 조상 격인 LP 플레이어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음악감상은 물론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주목받았다. 올해로 설립 72년째인 ‘매킨토시’는 2년 전, 앰프 내장형 턴테이블 ‘MTI100’을 내놓은 바 있다. 곡이 연주되면 바늘 표시창(매킨토시 블루)에서 아날로그 바늘이 움직이며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물론 수천만원대 고가 제품을 주로 공급 중인 기업의 제품인 만큼 파워앰프와 진공관 프리앰프 등 시스템을 갖춰 뛰어난 오디오 품질을 자랑한다. 블루투스 등 다양한 기능 지원은 기본. 

뉴트로 유행의 파도는 가전에서 음향가전으로, 그다음 휴대용 음향가전까지 이르렀다. ‘KT 카세트’(KASSETTE)는 지난 3월 출시 직후 물량이 빠르게 매진된 데 힘입어, 최근 시장에 재등장했다. 베이지색 외관에 투명하게 처리된 앞면 커버가 그때 그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제품 상단 재생 버튼은 주황색으로 포인트를 줬다. 재생버튼 누르기 번거롭다면 블루투스로 스마트폰이나 무선이어폰 등을 연결해 제어할 수 있다. 다만 아쉽게도 음질마저 예전 그대로 재연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어? 서태지 없는 서태지 CF?”

시선을 유통업계 전체로 확장해보자. 소위 ‘추억팔이 마케팅’은 여전히 유효하다. 추억의 인기 상품을 리뉴얼 해 재출시하거나, 서로 다른 업계가 협업해 과거의 추억을 소환하고 동시에 세련된 현재를 입혀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을 공략한다. 

추억을 저장하려면 사진관에서 필름을 현상해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 그 당시 디자인을 입고 최신 기술을 탑재한 즉석카메라가 최근 출시됐다. 한국후지필름의 ‘인스탁스 미니40’다. 검은색 가죽 질감에 실버 포인트가 더해진 외관은 고풍스러움과 트렌디한 매력이 공존한다. 기존 인스탁스 미니 라인이 자랑하는 ‘자동노출기능’ ‘셀피모드’ 등 직관적인 기능도 그대로 적용됐다. 

한편 최근 몇 달 새에 반가운 인물들을 소재로 한 광고가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90년대 ‘문화대통령’ 서태지와 ‘국민 캐릭터’ 둘리가 그 주인공. 삼성전자와 서태지가 만난 ‘컴 비스포크 홈’(COME BESPOKE HOME) 광고는 뉴트로를 감각적으로 선보인 광고 중 하나로 꼽힌다. 영상은 서태지와 아이들의 곡 ‘컴백홈’(1995년 발표)을 배경음악으로 해 다양한 전자제품을 소개하는 구성이다. 정작 곡의 주인공은 영상에 한 컷도 나오지 않지만, 광고를 시청한 네티즌들은 “90년대 감성에 푹 빠졌다”고 평가 했다. 이에 힘입어 해당 영상은 광고 영상으로는 이례적으로 유튜브 조회수 2261만건(지난달 기준)을 넘겼다.  

둘리는 만화세상을 잠깐 나와 피자광고에 들어왔다. 광고대행사 펜타클이 제작한 피자헛의 ‘리얼 하프앤하프 피자’ 광고캠페인 영상에 둘리가 등장한 것. 둘리가 고길동(만화 캐릭터)과 함께 등장한 이 영상은 유튜브 조회수 130만건(지난달 기준)을 기록 중이다. 이 영상 킬링 포인트는 CM송.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삽입곡 ‘비누방울’을 “쏙쏙쏙 고기 뱅글뱅글, 새우 토핑 반반 피자헛”으로 재치 있게 개사했다. 

“기다렸어요 ‘1975’포니”

올드카, 전기차로 ‘재질주’

‘구관이 명관’이란 옛 어르신들의 말은 자동차 업계에선 자주 통용되는 격언이다. 이를 증명하듯 과거 국내외에서 디자인과 성능으로 엄지를 세우게 한 그 명차들이 전기자동차로 재탄생해 또 한 번 시동 걸 채비를 하고 있다.  

과거 1975년부터 대한민국 구석구석을 질주했던 차량이 한 대 있다. 바로 최초의 국산 고유 자동차, 현대자동차(현대차)의 ‘포니’다. 자동차 마니아들이 오매불망 부활을 바라던 이 전설의 차량이 드디어 전기차로 업그레이드돼 우리에게 다가오려고 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현대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포니의 고유 디자인 요소를 재해석한 전기 콘셉트카 ‘헤리티지 포니 시리즈’를 공개했다. 대중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특히, 1세대 포니를 그대로 구현한 외형에 열광했다. 더욱이 내부는 전기차 파워트레인 등 현대 아이오닉 전기차의 핵심 기술과 디자인이 적용돼 국내 자동차 마니아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해외에서도 오래됐거나 단종돼 자취를 감춘 올드카들이 전기차로 재출시되고 있다. BMW 미니는 지난해 ‘클래식 미니 전기차’를 선뵀다. 오래된 작은 미니쿠퍼 옛 모습을 그대로 한 전기차다. BMW그룹은 올해 미니를 전기차 전용 브랜드로 전환하며 전기차 판매 확대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GMC는 거대 트럭 차량인 허머를 전기 트럭으로 바꾼 ‘허머 전기차’ 예약 판매에서 완판을 기록했다. 대당 1억 3000만원임에도 예약 대기자가 수천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고 알려진다. 

 

바야흐로 ‘갬성’을 사는 시대 

‘뉴트로’에 앞서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Retro)가 있었다. 하지만 레트로는 과거를 그대로 좇는다는 지점에서 뉴트로와 길이 갈린다. 새롭다는 의미의 ‘뉴’(New)와 ‘레트로’(Retro)의 합성어인 뉴트로는 과거의 것을 현대에 맞게 해석해 재창조된 상태를 일컫는다. 오리지널의 현재적 재해석, 이 점이 아련한 추억 깃든 ‘아날로그’ 시대부터 초단위로 변화하는 ‘디지털’ 세상까지 맞은 현대인의 ‘갬성’을 제대로 저격했다.   

특히 이 변화의 물결 가운데 나고 자란 MZ세대(1980~2000년 출생 세대)는 이런 트렌드를 반기며 맘껏 누리고 있다. 뉴트로가 요즘 산업계의 화두로 부상한 이유다.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핫 키워드’가 된 것이다. 

요즘 세상에서 ‘일부러’ 예스러움을 칠한 카페 공간은 트렌드를 담은 장소로 인식되곤 한다. 나아가 예스러움을 넘어 일부러 촌스러움을 내세운 마케팅도 꽤 흔해졌다. 요리연구가 겸 기업인 백종원의 ‘더본코리아’ 일부 브랜드명과 매장 디자인이 그 예다. 

이제 고객들이 단순하게 상품만을 사는 시대는 저물어가는 형국이다. 상품에 감성이 담겨야 고객들의 지갑이 더 잘 열리는 시대에 이르렀기에 당분간 뉴트로는 산업계 인기 키워드가 될 전망이 높다. 앞으로도 뉴트로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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