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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본적인 예방책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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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끊이지 않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본적인 예방책 없나
  • 이현정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7.29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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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 발생... 2014년 295건 → 2019년 1384건
2015년 CCTV 설치 이후에도 증가 추세 여전, 근본적인 예방책 안 돼
15년 보육계 종사자 “보육 교사 근무 환경 개선이 최우선“

[소비라이프/이현정 소비자기자] 매년 되풀이되는 어린이집 아동 학대의 근본적인 예방책은 없을까.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2019 아동학대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보육교사에 의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추이는 2014년 295건에서 2019년 1384건을 기록하며 매해 꾸준히 증가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2015년 인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이후 어린이집에 CCTV를 의무 설치하도록 영유아보호법을 개정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자료제공=보건복지부
보육교사에 의한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추이는 2014년 295건에서 2019년 1384건을 기록하며 매해 꾸준히 증가했다. 자료=보건복지부

한국영유아보육학회가 2019년 발표한 논문 ‘어린이집 CCTV에 대한 보육교사의 인식’에 따르면,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은 CCTV가 과연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갖고 있다. 보육교사 A 씨는 “CCTV를 설치하고 나서 아동학대가 정말 예방되었는지, 효과가 있었는지 검증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실제로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어린이집 아동학대 발생 건수는 CCTV 설치 의무화가 시작된 2015년 이후 오히려 세 배가량 늘었다. 결국 CCTV가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예방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을까. 2019년까지 보육계에 15년간 종사했던 B 씨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15년간 보육계에 종사한 B 씨. 사진제공=이현정 소비자기자
15년간 보육계에 종사한 B 씨는 아동학대의 원인이 보육교사의 근무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사진=이현정 소비자기자

우선 어린이집 아동학대 예방책에 앞서,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에 대해 물었다. B 씨는 보육교사의 근무 환경을 원인으로 꼽았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높다는 점, 즉 교사가 맡는 아동의 수가 많은 점을 지적했다. 교사 대 아동 비율이 과부하 상태에 있다는 것이다. 

B 씨는 0세의 경우 교사 대 아동 비율을 1 : 2까지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태어나서부터 생후 12개월에 속하는 0세 아이는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B 씨는 “울음으로 의사 표현을 하는 아이 3명을 교사 1명이 돌보기엔 벅차다”며 “특히나 낮잠 시간엔 교사 1명으로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자는 아이는 작은 소음에도 금방 깬다. 그래서 자는 동안에도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다. 또 화장실을 가는 것도 힘들다. 교사 1명이 봐야 할 아동이 이미 많은데, 한 보육 교사가 자리를 비우게 되면 그 자리를 다른 보육교사나 원장이 채워야 하기 때문”이라고 B 씨는 말했다. 물론 보조 교사가 있다. 하지만 보조교사의 근무시간은 4시간 정도로 사실상 보육 교사의 근무 부담을 덜기엔 역부족이다. 

비단 0세의 아동에만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다. “만 2세 아이들은 보육 교사 1명이 7명의 아이를 돌봐야 하는데, 아이들의 발달 정도가 동일하지 않다. 7명의 아이가 똑같이 말을 잘하고, 배변 활동을 잘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1명의 보육 교사가 아동 발달 차이에 맞춰 7명을 돌봐야 하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근무시간도 지적했다. “현재 보육 교사는 휴게시간을 제외한 8시간을 근무하고 있다”며 “거의 종일 보육을 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고 했다. 1시간의 휴게시간 마저 제대로 쉬는 어린이집을 찾기는 힘들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점심시간을 휴게시간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것. 게다가 점심시간에도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아이들을 돌보면서 먹어야 할 때가 많고, 휴게 공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해도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면 바로 아이를 돌보러 가야 해 사실상 휴게시간이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휴가 제도도 있지만 이 역시 사용하긴 어렵다. B 씨는 “평일에 보육 교사 1명이 비게 되면 소규모 어린이집의 경우 타격이 크다. 결국 남아있는 보육 교사들이 빈자리를 해결해야 하는데, 이미 교사가 맡는 아이의 수가 과부하 상태에 있으니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보육교사가 보육 외에 각종 청소나 서류 업무, 보육을 위한 자료나 보육 일지, 부모 상담 등 많은 업무를 해야 하는 점도 언급했다. 여기에 차량 운행을 하는 어린이집은 담임 보육 교사가 돌아가면서 등원, 하원을 도맡는 일까지 더해진다. B 씨는 “8시간 동안 소수의 보육 교사들이 정말 많은 업무를 본다. 단순히 보육만 맡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육 교사의 업무 스트레스가 만만치 않다”고 토로했다.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보육 교사가 맘 편히 쉴 수 있는 시간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B 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예방책에 대해 ▲교사 대 아동 비율 낮추기 ▲보육교사 5시간 교대 근무제 도입 ▲보육 교사가 보육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 조성 등을 꼽았다. 

B 씨는 “보육 교사 1명이 감당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아이를 돌보도록 보육 교사의 부담을 줄인다면 어린이집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원인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며 0세의 경우 1:2, 만 1세 1:3, 만 2세 1:4, 만 3세 1:7까지 교사 대 아동 비율을 낮추길 제안했다. 또한 보육 시간을 5시간으로 줄이고 나머지 시간은 서류 업무나 놀이 연구 등 다른 업무를 할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동시에 교대 근무제를 통해 보육 교사가 쉴 수 있는 시간을 준다면 과한 업무 스트레스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보육 교사는 오로지 보육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조력자 역할만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B 씨는 “어린이집 아동학대를 막기 위해 CCTV 의무화를 실시했지만, 여전히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일어나고 있는데, CCTV가 능사는 아니다”라며 “어린이집 아동학대는 정말 어려운 문제로, 단편적으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국가가 다각도로 바라보고 충분한 지원을 통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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