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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포장된 가위 뜯기 위해 가위 사용해보신 적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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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포장된 가위 뜯기 위해 가위 사용해보신 적 있나요?
  • 이예지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7.12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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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스터 포장, 플라스틱 밀폐 포장으로 소비자 불편 호소
환경오염에도 막대한 영향 끼쳐...'악마의 포장'이란 오명도

[소비라이프/이예지 소비자기자]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플라스틱 밀폐 포장 방식인 블리스터 포장이 사용하기 불편하고, 환경 오염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아 개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블리스터 포장은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해 기업에서 선호하는 포장 방식이다. 하지만 뜯기 어렵고 재활용도 어려워 ‘악마의 포장’으로 불린다. 사진=이예지 소비자기자

‘블리스터 포장’은 흔히 물집포장으로 불린다. 종이와 플라스틱이 결합한 포장 방식으로 제품만 볼록 튀어나온 모습이 물집(Blister)처럼 보여 이런 이름이 붙었다. 이 포장 방식은 얇은 플라스틱 시트 1개를 가열해 오목한 공간을 만든 다음 제품을 넣고 평평한 플라스틱 시트에 밀폐, 접착해 생산한다. 보통 마우스, 전구, 건전지, 면도기, 칫솔 등 일반적인 생활용품과 어린이용 장난감에 적용되는 포장 방식이다. 

기업에서는 이런 블리스터 포장 방식을 선호한다. 단순하고 가격이 저렴해 생산성이 좋기 때문이다. 또한, 포장이 물건과 달라붙어 있어서 유통 중 물건이 빠지거나 파손되는 경우가 적다. 투명 필름 사용으로 내부가 보이기 때문에 전시효과도 뛰어나다. 내용물보다 부피가 큰 포장이라 도난 방지에도 유용하다는 장점을 지닌다. 이 외에도 포장지에 제품 사용 방법이나 간단한 홍보 문구를 작성할 수 있어 마케팅 효과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블리스터 포장 방식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오고 있다. 블리스터 포장은 플라스틱이 밀폐돼 압축 생산하기 때문에 포장을 뜯기 매우 어렵다. 블리스터 포장 상품 구매 경험이 있는 소비자 5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47명(92.2%),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불편하다고 응답했다.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50명의 소비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 한 결과, 대부분의 소비자들이 블리스터 포장에 불편함을 느끼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료=이예지 소비자기자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블리스터 포장을 손으로만 개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가위나 칼을 이용하더라도 개봉 과정에서 소비자들은 상해의 위험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료=이예지 소비자기자

블리스터 포장을 손으로만 개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우며 가위나 칼을 이용해 개봉해야 한다. 포장의 60% 이상을 가위로 절단해야만 제품을 개봉할 수 있다. 더군다나 플라스틱이기 때문에 가위나 칼로 절단하기에도 쉽지 않다. 이런 이유로 영미권에서는 블리스터 포장에 대해 ‘포장 분노(wrap rage)’라는 말이 흔히 쓰인다. 있는 힘을 다해 포장재를 자르다 보면 포장재 절단면이 매우 날카롭기 때문에 다칠 위험도 크다. 이런 위험 요소 때문에 64.4%(33명)가 블리스터 포장을 해체할 때 두렵다고 응답했다(위).


과대포장, 플라스틱 재질 실용성도 의문
블리스터 포장은 뜯고 나서도 문제다. 보통 블리스터 포장은 안에 내용물보다 포장 용기가 큰 과대포장인 경우가 많다. 플라스틱 포장 용기부터, 제품 설명 문구가 작성된 종이도 있다. 포장 하나 뜯었을 뿐인데 쓰레기가 많이 나온다. 이와 같은 이유 때문에 설문에 참여한 사람 중 42명(82.4%)은 블리스터 포장에 실용성이 떨어진다고 응답했다. 

블리스터 포장 쓰레기는 재활용도 어렵다. 블리스터 포장에 사용되는 폴라염화비닐(PVC)과 복합재질 플라스틱 대부분 재활용이 되지 않는다. 일반 쓰레기로 소각, 매립돼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이 된다. 더욱이 블리스터 포장은 플라스틱 두 개가 달라붙어 있어 부피가 없는 것으로 간주해 별다른 제재도 받지 않는다.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출처 : 이예지 소비자기자

다수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고 실용성도 떨어진다고 인식함에도 생산업체가 블리스터 포장 방식을 바꾸지 않는 이유는 별다른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일부 소비자들은 택배 수령 시 겉포장이 조금이라도 찌그러지면 제품에 아무런 이상이 없음에도 반품이나 환불을 요청한다. 이에 제품 손상이 적은 블리스터 포장 방식을 선호하는 것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는 2019년 231억원 규모였던 전 세계 블리스터 포장이 2027년까지 7.2% 이상 늘어날 것으로 추측했다. 한국에서도 사용량이 계속 증가할 것으로 평가한다. 하지만 블리스터 포장은 소비자들에겐 불필요하고, 위험하며 환경 오염을 가속하는 포장 방식이다. 이른바 ‘악마의 포장’으로 불리는 블리스터 포장을 대체할 수 있는 포장 방식이 하루빨리 개발돼야 하는 이유다. 

김재능 연세대 패키징학과 교수는 “제품 보호나 포장 비용, 홍보 효과를 고려하면 업체들이 블리스터 포장을 쉽게 포기할 순 없을 것”이라면서도 “손으로 뜯기 쉽게끔 패키징 구조나 디자인을 변경하는 등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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