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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교통사고 5건 中 4건이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 사고, '경량리어카' 지원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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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교통사고 5건 中 4건이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 사고, '경량리어카' 지원 확대
  • 이예지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30 11: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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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덕, 비탈길 많은 지역 우선 경량리어카 지원 점차 증가 중
야광조끼·야광 묶음줄 등 안전장비에 이어 추가 지원
출처 : 울산 중구청
출처 : 울산 중구청

[소비라이프/이예지 소비자기자] 전국에서 언덕·비탈길이 많은 지역과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경량리어카'를 지원하는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기존 재활용품 수집을 위한 리어카의 무게는 무려 70~80kg이다. 어르신들이 사용하기엔 무게가 상당하다. 재활용품을 수거하는 어르신들은 고령이 많은 관계로 상대적으로 리어카 운전이 쉽고 적재된 폐지 운반이 쉬운 자동차 도로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다. 무거운 리어카를 끌고 빠른 자동차를 피하기 어려워 항상 사고 위험에 노출돼 있다. 서울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서울에서 폐지수집을 하다 교통사고로 숨진 어르신은 2016~2018년 사이 18명이다. 

더운 여름에 80kg에 육박한 리어카에 많은 재활용품을 싣게 되어 문제가 더 심각해진다. 2017년 청주에서는 재활용품을 수거하던 70대 할머니가 열사병으로 쓰러진 뒤 숨지기도 했다. 할머니는 20만 원가량의 노인 기초연금만을 받는 넉넉지 못한 형편이었다. 이 할머니가 살던 아파트 주민들은 "할머니가 평소 마을 청소를 도맡아 하는 등 부지런하고 봉사도 많이 했던 분"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이웃 김 모 씨는 "손자 용돈도 줄 겸 소일거리 삼아 헌책이나 폐지를 모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재활용품 수거 특성상 어두운 밤이나 새벽에 작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2020년 서울 관악구의 야간 교통사고 5건 중 4건이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이었다. 관악구에서 재활용품 수집을 하는 한 어르신은 갓길로 다니면 위험하지 않냐는 질문에 "인도는 사람들도 많고 바닥이 울퉁불퉁해서 리어카를 끌고 다니기가 힘들어"라고 대답했다. 그는 "작년에 갓길에서 폐지를 줍다 택시랑 부딪혔어. 팔에 실금만 조금 가서 천만다행이었지. 근데 연초에 옆 동네에서 폐지 줍던 할머니가 트럭에 치여 반신불수가 됐다는데 그런 얘기 들으면 겁나긴 해"하며 한숨을 쉬었다. 야간에 기존 리어카 운전이 얼마나 위험한지 알 수 있다.

김영광 전국고물상협회 사무총장은 "지자체에서 지급하는 야광 조끼 등 안전용품 개수가 턱없이 모자랄뿐더러 덥고 불편하다는 이유로 착용하지 않는 노인들도 많다"며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는 노인들이 다수인만큼 경제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특히 지자체는 폐지 수거 노인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철저히 한 뒤 안전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들의 안전을 위한 경량리어카 보급이 전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경량리어카는 기존 리어카 무게의 1/3배 가벼운 약 15kg이다. 또한 고정이 수월하도록 브레이크가 부착되어 있다. 여기에 태양광을 충전하는 안전경광등까지 설치되어 야간 작업 시에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 전국에서 언덕, 비탈길이 많은 지역과 사고다발지역을 중심으로 우선 보급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서울 관악구에서 44대의 경량리어카가 보급됐다. 이전엔 서울 강동구, 서울 종로구, 울산 중구, 양산시, 공주시, 부산 금정구, 완주군 고산면 등에서 경량리어카를 지원했다. 

특히 서울 관악구 경량리어카의 경우 리어카 양면에 구정 홍보판을 설치한다. 이를 주기적으로 교체하고 지역 내 곳곳을 순회하며 구민 밀착형 구정 홍보 채널의 역할도 펼칠 예정이다.

경량리어카 이외에도 재활용품 수집 어르신을 위해서 다양한 물품을 지원한다. 여름철엔 보랭 텀블러와 휴대용 선풍기, 모자, 쿹토시 등이 있다. 겨울철엔 방한복, 방한화, 방한 장갑, 핫팩 등이 있다. 야간작업 시 유용한 야광 밧줄이나 야광조끼 등을 지원하기도 한다. 

네티즌들은 이러한 경량리어카에 대해 "앞으로도 사회 약자들을 위한 따뜻한 지원이 이어졌으면 좋겠다", "항상 리어카 볼 때마다 안전하지 못해 보였는데, 경량리어카는 가볍고 튼튼해 보인다"라며 경량리어카에 대한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달에 경량리어카를 보급한 관악구의 박준희 구청장은 "이번 경량리어카 지원이 지역 내 재활용품 수집 노인들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생활하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안전 사각지대에 놓인 취약계층에게 실질적 지원이 가능한 안전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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