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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폐비닐·플라스틱 ‘새롭게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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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폐비닐·플라스틱 ‘새롭게 태어나다’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1.04.15 17: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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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비닐에서 만든 청정오일, 폐플라스틱으로 제조한 튜브짜개
발상 전환으로 소비자들 관심 모아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언택트가 일상에 파고들면서 생활폐기물은 갈수록 늘고 있고, 국제유가 하락과 폐기물 분리수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폐기물 대란’이란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폐기물 급증에 대한 문제 의식을 가지고 새로운 기술 개발과 발상의 전환으로 변화를 꾀하는 이들이 있다.

폐비닐에서 청정오일을 만든다!
지금까지 폐기물 에너지화는 거의 모두 소각 과정을 거친다. 하지만 쓰레기를 태우는 과정에서 나오는 대기오염물질이 항상 문제를 일으킨다. 한때 쓰레기 소각 과정 중 발암물질인 다이옥신이 나와 소란이 벌어졌지만 이후에도 문제가 끊이질 않았다. 이런 피해를 줄이고자 폐기물 에너지화 공정 분야에서는 열분해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원장 김종남)은 이경환 에너지순환자원연구실 박사 연구팀은 폐비닐을 연속 열분해해 높은 수율의 고품질 오일로 전환하는 자동화 공정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일정한 반응온도에서 낮은 에너지를 사용, 오일 생산 수율을 60% 이상 유지할 수 있다.

국내 몇몇 업체에서도 이 같은 결과물을 얻고 있었지만 낮은 기술 수준과 효율성으로 인해 상용화가 어려웠다. 기존 사용되던 회분식 반응기는 5~10톤의 원료를 투입해 반응온도를 상승시켜 장시간 가열해 오일을 생산한다. 장시간 가열로 중간에 원료 투입이 어렵고 생산 이후 장시간 냉각하는 시스템으로 1일 1회 운전만 가능하다. 생성된 오일의 수율은 30~40% 정도로 낮다. 가열과 냉각을 반복하며 설비의 수명도 단축되는 문제가 있었다.

연구진이 개발한 기술은 지속적으로 투입이 가능한 전처리된 플러프(작은 비닐조각) 형태의 폐비닐을 반응기의 원료로 활용했다. 밀폐 구조로 산소가 주입되지 않도록 하고 산소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안정성을 더했다. 또 일정한 온도에서 최대의 오일 수율과 질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반응기 내부의 온도분포를 달리하고, 반응기에 투입되는 원료가 온전히 활용되도록 투입되는 양을 조절하는 등 공정을 최적화했다. 그 결과 동일 설치공간에서 기존 회분식 반응기에 비해 원료 처리량이 3배 이상 확대됐다.

이 기술은 폐비닐 원료 투입과 생성 오일 포집, 그리고 반응 후 잔사물 배출이 안전하게 이뤄져 연속운전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처리 규모 확대가 용이하다. 이를 통해 생산된 오일 제품은 4대 중금속(납, 카드뮴, 수은, 크롬) 등의 환경 규제치 이내라 판매에 어려움이 없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이번 기술개발과 관련해 연구팀은 10여 건의 국내외 특허 등록과 출원 등 다수 기술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향후 폐비닐 처리 문제가 되는 동남아 등 해외에 기술과 플랜트 수출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경환 책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연속식인 동시에 고급 오일을 생산할 수 있는 열분해 오일화 기술이다. 올해 1일, 2톤 규모의 스케일업 공정 연구를 수행하고 내년에는 1일 10톤 규모 처리로 사업화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출처 : 서울환경연합

플라스틱을 찧는 방앗간이 있다?
사람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워낙 양이 많고 다양해서,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정교하게 분류하기가 어렵다. 산더미처럼 쌓여오는 쓰레기 속에서 쓸 만한 것들을 재빨리 골라내야 해서다. 그 과정에서 크기가 너무 작은 것들은 그냥 버려진다. 집에서 부지런히 분리수거 해서 내놓아 봤자 결국 일반쓰레기가 된다는 의미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하 서울환경연합)에서 운영하는 ‘플라스틱 방앗간’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선 곳이다. 재활용이 잘 안 되는 작은 플라스틱 조각들을 모아서 보내면 그걸 가지고 튜브짜개 같은 제품을 만들어 다시 보내준다. 

이 방앗간에 플라스틱을 보내려는 ‘참새클럽’에 가입해야 하는데 신청자가 워낙 많아 경쟁률이 세고, 자주 모집하지 않아 희망자가 누적돼 있다. 지난해 7월 1일 참새클럽 500명 모집을 목표로 시작했으나 트위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신청자가 나흘 만에 900명을 넘어섰다. 두 번째 시즌은 오픈 5시간 만에 정원이 마감됐다. 최근 진행된 세 번째 시즌은 접속이 폭주해 홈페이지가 먹통 되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올해 3월에 새 참새클럽을 최대 2천 명 모집했는데 알림을 신청한 사람이 4만 명을 훌쩍 넘었다. 이처럼 플라스틱 방앗간은 환경에 관심 많은 소비자들에게 치열한 러브콜을 받고 있다.

플라스틱 방앗간으로 모인 작은 조각들은 지금까지 800kg, 병뚜껑으로 환산하면 26만 5천 개 분량이다. 효율과 안전성 등을 고려해 HDPE(고밀도 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 두 가지 소재만 받는다. 일반 소비자들은 플라스틱의 종류 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도 요즘은 그 기준에 잘 맞춰 보내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 편이라는 게 관계자 설명이다. 

방앗간은 소비자들이 보낸 플라스틱 조각은 일일이 세척하고 분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한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과 에너지가 소모되는데, 플라스틱 방앗간은 바로 이 부분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싶어 한다. 재활용이 어려운 작은 플라스틱을 집에서 내보내 ‘처리’하는 게 매우 쓸모있는 일이지만, 문제의 근본적 해법은 아니라는 의미다. 

생수통이나 세제통 등 가정에서 분리배출하는 크고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는 재활용이 쉽지만, 병뚜껑이나 병목 고리, 소스 뚜껑 등 작은 플라스틱은 일반쓰레기로 처리돼 매립, 소각된다. 플라스틱 방앗간은 재활용이 어려운 이런 작은 플라스틱을 모아 분쇄·사출 방식을 거쳐 튜브짜개와 비누받침, 카라비너, 프리즈비, 가구나 소품을 만들 수 있는 중간재 등 다양한 다회성 제품을 재생산하고 있다. 이 제품들은 ‘모레상점’ 등 지속 가능한 소비를 위한 온라인 플랫폼과 협력해 제품 시판도 하고 있다. 판매 금액은 서울환경연합으로 전액 기부된다.

플라스틱 방앗간을 운영하는 환경활동가 김자연 씨는 “플라스틱 방앗간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기계는 어떻게 살 수 있는지 등 문의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 있다”며 “국내에서 이미 프레셔스플라스틱을 하고 있는 팀들을 연결해 R&D와 니즈 소통·충족할 수 있는 네트워킹, 예비 메이커를 위한 사업설명회 등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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