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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김연희 이사장 “정리수납”의 진정한 의미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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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김연희 이사장 “정리수납”의 진정한 의미 찾아야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1.04.14 1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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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보다는 질을, 적게 소유하면서도 더 충만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 제시
"정리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제공 :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제공 :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소비자 운동의 중심에 선 단체 대표와 운동가를 만나는 인터뷰, 이달에는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김연희 이사장과 이야기를 나눴다.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은 정리수납을 통한 교육과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적기업이다.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를 통해 물건을 소유하고 채우는 것에 집중했던 예전의 생활방식에서 벗어나, 양보다는 질을, 적게 소유하면서도 더 충만한 삶을 추구하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이사장 김연희)은 2012년 정리수납을 배운 6명의 주부들이 작은 모임으로 시작해 2013년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정리정돈이 서툰 이들에게 정리수납 교육을 진행하고, 정리정돈 전문가인 오거나이저 양성과 정리수납 교육및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목적이다.

김연희 이사장(이하 김 이사장)은 과학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모든 것이 풍족하면서 복잡한 양상을 띠는 현대 사회 속에서 한 개인이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보다 질서정연하게 정리를 하기란 쉽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또 그 어떤 때보다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이 효율적인 관리를 도울 전문가로서의 역할을 담당할 때임을 인식하고, 특히 홈 오거나이저 스쿨은 사회의 가장 작은 집단이라고 불리는 ‘가정’의 체계부터 바로잡을 수 있도록 전문적인 교육 과정을 통해 건강하고 규모 있는 ‘가정’의 모습으로 탈바꿈시키고자 한다고 전했다.

사실 조합 설립 초창기에는 ‘정리를 왜 돈을 주고 해’, ‘고급 가사도우미 아니야’라는 부정적인 시선을 던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이런 시선에도 김 이사장은 지방자치단체의 요청을 받아들여 주거취약계층의 집을 자원봉사로 정리수납했다. 온갖 잡동사니들이 쏟아져 나왔던 그 짧은 경험 속에서 김 이사장은 인식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오쿱오거나이저스쿨(Ocoop Organizer School)을 설립해 교육사업에 매진했다. 2016년에는 교육과 정리서비스로 지역의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하는 사회적기업으로 발돋움했다.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 김연희 이사장

김 이사장은 ‘정리에도 노하우가 필요한가’라는 질문에 “먼저 정리한다는 말의 의미를 생각해봐야 한다”고 운을 띄웠다. 그는 “정리가 집을 치우는 것, 물건을 정돈하는 것, 집을 청소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정리를 한다는 것은 소유하고 있는 물건을 필요한 것과 불필요한 것으로 분류하여 불필요한 것을 밖으로 배출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이어 정리에 있어 명심할 사항을 알려줬다. 김 이사장은 “정리를 시작하기 전 먼저 본인의 생활공간을 둘러보고, 그 공간에서 내가 어떤 일들을 하는지 파악해야 한다”라며 “필요한 물건, 사용하는 물건을 작업 동선에 맞추어 지정석을 정하고 소유하는 물건의 총량을 정하는 것이 정리의 시작”이라고 전했다. 또한 “우리 삶에 정리가 필요한 이유는 기준 없이 너무 많은 물건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 번에 끝내려하기보다는 하루에 한 공간씩 차근차근 해보시기를 권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정리수납협동조합은 지난 2013년부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오거나이저 2급 과정과 1급 과정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오거나이저 자격 과정은 지난 2014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 민간자격증으로 등록되기도 했다. 

교육을 수료한 인원은 약 1,000명에 이른다. 또한 경력단절여성들을 대상으로 구청 등 지역사회와 함께 정리수납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도록 재취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퇴 후 새로운 인생을 원하는 시니어들을 위해 (사)50플러스코리안과 함께 ‘시니어라이프오거나이저’ 양성 과정과 ‘고령친화마을시범사업’에도 참여하고 있다. 특히 고령친화마을시범사업을 통해 시니어들이 자주 방문하는 식당, 상점, 가게의 정리정돈과 클리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취약계층의 주거환경 개선을 위한 자원봉사에 힘쓰고 있다. 2017년부터는 송파구사회적경제지원센터, 사회적기업 두 곳과 함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사랑의 열매)의 협력사업 모델로 지역 내 독거노인, 장애우, 알콜중독환자 등 취약계층의 주거환경개선사업인 ‘우리집이 달라졌어요!’ 프로젝트를 연간 37회 목표로 진행하고 있다.

이밖에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방과 후 프로그램과 동아리 운영, 학부모, 교직원 연수 등을 통해 현장 교육을 하고 있다. 

조합은 앞으로 주거 공간뿐만 아니라 사무실, 창고, 공장 등 다양한 분야에서 공간 인테리어와 정리수납, 클리닝이 접목된 복합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 이사장은 ‘주거환경개선’과 습관의 변화를 위한 ‘인식개선’을 위한 다양한 협력사업도 지속적으로 추진할 예정이라며 전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우리 조합의 일이 단순히 집을 치우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정리를 통해 한 사람의 인생을 구하고, 발생할 수 있는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정리수납에 대한 긍정적 인식이 점점 확산되다 보면, 이와 관련한 지역사회 네트워크가 생겨나고, 지속가능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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