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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하지만 법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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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나는 데이트 폭력, 하지만 법 정의는 아직까지 없다!
  • 안유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1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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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 건수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
조속한 법안 마련 필요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안유진 소비자기자] 최근 들어 데이트 폭력 사건 발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작년 통계청 통계 플러스 가을호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데이트 폭력 신호 건수는 약 1만 9천 건으로 2017년보다 41.1% 증가했다. 이는 3년 만에 증가폭이 거의 50%가 된 것이다. 또한 피해자 중 20대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데이트 폭력 방지법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태이다.

데이트 폭력은 연인 사이의 단순히 말다툼이나 싸움이 아닌 언어적, 경제적, 신체적, 정서적, 성적인 폭력 등으로 인해 정신적, 신체적 피해를 입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헤어지면 죽이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성관계 사실을 유포하겠다고 협박하는 경우, 폭언이나 감시 및 통제하는 경우 등이 있다. 심한 경우에는 강간, 살인사건으로 이어진다. 통계청 통계 플러스에 따르면 폭행, 상해가 71%로 가장 많았고 경범은 16.9%, 체포와 감금 및 협박은 10.8%, 성폭력은 0.8%, 살인은 0.3%로 나타났다. 그리고 경기도 가족 여성 연구원이 경기도에 거주하는 만 19세에서 69세 성인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연인에게 최소 1번 이상 데이트 폭력을 경험한 경우는 54.9%로 과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 중에서 62%는 사귄 후 1개월에서 1년 미만의 기간에 최초로 데이트 폭력을 당했다고 답했다.

데이트 폭력으로 인해 피해자들은 심한 신체적 부상을 당하고 정신적인 피해도 평생 남는다. 통계청 통계 플러스에 따르면 피해자 중 26.6%는 정신적 고통을 겪었다고 답했다.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피해 중 가장 많이 나타나는 것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이다. 외상후스트레스장애란 신체적인 손상 또는 생명에 대한 불안 등 정신적 충격을 수반하는 사고를 겪어 극심한 스트레스를 얻고 나서 발생하는 심리적 반응으로 정신 질환이다. 증상으로는 과민반응, 반복적인 충격, 감정 회피 또는 마비가 나타난다. 그리고 이 이외에 강박 장애, 니코틴 의존증, 광장 공포증, 불안 장애, 알코올 중독 등 피해자들은 매우 다양한 정신적 고통을 겪는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는 충남 아산 FC에 입단한 미드필더 미치부치 료헤이 선수이다. 료헤이 선수는 지난해 데이트 폭력으로 연루되어 일본 축구리그인 J리그에서 퇴출되었다. 료헤이 선수는 지난 2017년에 여성에게 폭력을 가하고 지난해 10월 교제하던 여성에게 데이트 폭력을 가하다 현행범으로 체포되었다. 하지만 아산 FC는 이 선수를 입단시켜 논란이 되었다. 이는 일본 현지에서도 화제가 되었고 일본 팬들은 “한국은 데이트 폭력에 의외로 관대한 나라인 것 같다”라고 말해 충격을 주고 있다. 그로 인해 충남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힘을 모아 데이트 폭력 전과자인 료헤이 선수를 즉각 퇴출하라는 시위를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아산 FC는 합당한 방법을 통해 올해 안에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아산 FC는 “일방적 계약 해지 위약금 지급과 국제적인 문제, 구단의 추가적인 재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결정하느라 발표가 늦었다"라고 답했다.

지난 2일에는 한 20대 남성이 동거하는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도주한 사건이 일어났다. 가해자는 술에 취한 상태에서 여자친구의 얼굴, 배, 다리, 팔 등을 무자비하게 가격했다.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이유는 여자친구가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윙크를 했다는 이유였다. “처음에는 말다툼으로 시작하다가 그만 화를 이기지 못해 폭력을 행사하게 됐다”라고 가해자는 진술했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가해자는 이미 도망갔고 주변 골목길 수색 작업을 통해 검거했다. 경찰은 가해자를 폭행죄로 입건하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피해자는 상처는 그리 깊지 않지만 정신적 충격이 매우 큰 상태이다.

이처럼 현재 우리 주변에서는 데이트 폭력이 무수히 많이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그에 대한 법 정의는 아직 없는 상태다. 즉 별도의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지난 2017년에 표창원 의원이 데이트 폭력 방지법에 대해서 발의를 했지만 아직 통과되지 못했다. 심지어 심의, 의결 과정이 아예 열리지도 않았다. 표창원 의원 이외에도 데이트 폭력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한 신보라 의원, 박인숙 의원, 임이자 의원 등 총 13명의 의원들을 통해 여러 번 발의가 되었지만 감감무소식이다. 그로 인해 현재 형법, 성폭력 처벌법, 경범죄 처벌법, 기타 특별법에 따라서만 처벌이 가능해 실제로 가해자가 받는 형량은 매우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청원에서 20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었던 강서구 데이트 폭력 살인미수 사건은 불법 촬영물을 미끼로 여자친구를 유인해 감금, 성폭행을 했지만 겨우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구체적인 신상정보 공개와 전자발찌 부착은 거부되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 사건으로는 매우 높게 받은 형량으로 해당 청원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의 공분을 사 청와대는 “처벌을 강화하고 수사도 엄정하게 행했다”라고 답했다. 또한 여자친구를 폭행하고 주거침입까지 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은 결국 벌금형으로 그쳤다. 이렇게 데이트 폭력 방지법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 않아 처벌이 매우 약하고 그로 인해 재범률도 상당히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해외의 여러 나라들은 데이트 폭력을 살인과 같이 아주 중한 범죄라고 인식하고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따로 마련했다. 영국은 클레어법을 만들어 데이트 상대의 폭력과 관련된 전과를 경찰에게 요청해 조회할 수 있다. 영국 경찰은 이 법안을 통해 한 해에 약 1,300여 명의 여성을 구할 수 있었다고 발표하였다. 호주는 연인 간의 폭행, 스토킹, 폭력 위협을 형사상 범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고 이에 따라 처벌도 아주 엄격하게 시행하고 있다. 미국은 여성폭력 방지법에 데이트 폭력 처벌을 추가했다. 법에 따라 데이트 폭력 가해자를 의무 체포하고 피해자와 격리시킬 수 있다. 이렇게 법안을 따로 마련해 처벌 강도를 높임으로써 여러 나라들은 데이트 폭력 피해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현재 우리나라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가 늘어나는 상황이므로 이같이 데이트 폭력 방지법을 빠른 시일 내에 만들어야 한다. 많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처벌이 약해 가해자들이 단순히 벌금형에 처해지거나 몇 개월만 감옥에서 살고 나오는 경우가 많아 보복이 두려워서 신고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즉 아무 잘못 없는 피해자가 오히려 법 앞에서 약자가 되고 뒤로 숨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도 심각한 범죄에 속하는 만큼 반드시 신고해 가해자가 정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피해자가 더 이상 숨지 않고 당당하게 신고할 수 있도록 정부는 반드시 법안을 개정해야 하고 우리도 데이트 폭력을 연인 간의 싸움이라고 단순하게 치부하는 것이 아닌 중한 범죄라고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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