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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양면성 AI 유튜버 '루이' vs 딥페이크 성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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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양면성 AI 유튜버 '루이' vs 딥페이크 성범죄
  • 김예닮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15 14: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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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기술의 발전 과연 그 끝은 어디일까, 버츄얼 유튜버 탄생
늘어나는 디지털 범죄... 강력한 법적 기반 마련 시급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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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예닮 소비자기자] 발전하는 AI 산업이 일상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사람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는 부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버추얼(virtual) 유튜버 '루이'가 화제를 모으고 있다. 유튜브에 '루이 커버리' 채널을 검색하면 한 젊은 여성의 여행 브 이로그, 커버 곡 영상 등을 볼 수 있다. 이 영상을 처음 본 사람들은 영상 속 여성이 실존하는 인물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루이는 온라인에서만 만날 수 있는 버추얼 유튜버로서, 실존하는 인물이 아니라 가상 얼굴을 동영상에 합성하는 기술로 제작한 인물이다. 즉 실제 인물이 루이를 연기하는 것은 맞지만 '딥페이크' 기술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을 합성해 온라인에서 만날 수 있는 버추얼 휴먼 캐릭터이다. 이 영상을 본 사람들은 "무섭다. 영상으로 보니까 말할 때 입 모양이 어색하긴 하지만 진짜 실존하는 인물 같다", "흥미롭다.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디지털 기술의 발전이 기대된다" 같은 반응을 보였다.

발전하는 AI 기술로 버츄얼 유튜버 ‘루이’를 만들어 내고, AI 기술에VR 기술을 접목해 먼저 세상을 떠난 가족을 다시 만나게 해줬던 사례는AI 기술의 긍정적인 측면이다. 하지만 기술이 발전하면 그 기술을 이용한 범죄들도 교묘하게 발전한다. 그렇기에 발전 속도에 발맞춰 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제도와 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법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과연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한 범죄에 관한 법적인 제도가 잘 마련돼 있는지 묻고 싶다.

'딥페이크(Deepfake)' 기술이란 ‘딥러닝(Deep learning)’과 ‘페이크(Fake)’의 합성어로 사진이나 영상을 원본에 겹쳐서 만들어 내는 기술이다. 사실 딥페이크의 시초는 2017년 미국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 올라온 유명 연예인을 합성한 포르노 영상이다. 이후에 'Fake App'이라는 무료 소프트웨어가 배포되면서 초보자도 쉽게 딥페이크를 이용한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점점 기술이 고도화되면서 딥페이크와 진짜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발전했다.

지난달 27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딥페이크를 악용한 범죄를 다루었다. 온라인 딥페이크의 96%는 포르노를 만드는 데 사용되고 있으며, 일반인 A 씨는 어느 날 SNS 메시지를 통해 자신의 얼굴이 나오는 성관계 영상을 받았다. 그 영상은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다른 여성의 몸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영상이었다. 예전에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의 얼굴을 이용한 디지털 성범죄가 주를 이루었지만, 최근에는 그 대상이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돼 피해 받는 일반 여성들이 많아지고 있다. 심지어는 딥페이크 포르노에 자신의 얼굴이 합성된 한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허위 영상물 제작, 시청, 배포 등은 명확한 디지털 성범죄에 해당한다. 지인을 능욕하는 허위 영상물을 제작하거나 배포할 시 이는 성폭력 범죄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에 해당하며, 타인의 얼굴과 신체를 대상으로 성적 욕망 혹은 수치심을 유발하는 형태로 편집 및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더불어 촬영물을 통해 협박하면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며 특히 영상물 제작 및 배포를 통해 금전적인 이득을 취했을 경우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하지만 이 같은 처벌이 과연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합당한 처벌 강도가 이루어지고 있을까 의구심이 든다.

작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웰컴투비디오 손정우’ 사건과 ‘N번방’ 사건을 살펴보면 제대로 된 처벌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세계 최대 규모 아동포르노 사이트인 웰컴투비디오 운영자 손정우는 ‘초범’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반성하고 있다’는 이유로 고작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아동포르노를 시청하고 소유한 한 남성에게 20년 형을 선고한 미국에 비하면 1년 6개월은 솜방망이 처벌에 불과하다.

N 번방의 동시접속자는 26만 명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처벌받은 범죄자들의 수는 매우 적으며 그마저도 제대로 된 처벌을 받지 않았다. 닉네임 '켈리'는 초반에 고작 1년 형량을 선고받았으며, 법원은 성 착취 포르노를 구매한 한 고3 남성에게 "대학 진학 준비 중에 수시 전형에 실패하자 불안감과 중압감으로 인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감형을 통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위 같은 사례를 미루어보았을 때, 타 범죄보다 더 교묘한 '딥페이크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더욱더 강화되고 정교해질 필요가 있다. 지난달 딥페이크 영상물을 제작하고 유포한 20대 남성이 구속됐고, 연예인 얼굴을 합성한 음란 사진을 돈을 받고 판 10대 남성 2명이 구속되었다. 지금도 트위터나 텔레그램을 통해 '딥페이크 포르노'는 비밀리에 거래되고 있다. 이렇게 딥페이크를 이용한 범죄는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곳에서 지금도 이루어지고 있다.

딥페이크와 같은 디지털 범죄는 음란물이 지속해서 공유되기 때문에 사실 피해회복이 매우 어려운 범죄이다. 한 사이트에서 동영상을 삭제해도 다른 사이트에 여전히 남아 있어 피해자를 쉼 없이 괴롭히는 것이 바로 디지털 범죄가 반드시 제대로 처벌돼야 하는 이유이다. 그렇기에 사이버상의 모든 불법 행위를 끝까지 추적해 합당한 처벌을 내리고, 디지털 성범죄는 심각한 문제라는 인식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리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딥페이크를 비롯해 점점 발전하는 AI 기술을 실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분야에 활용하고, AI 기술을 통해 긍정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태도 또한 강조돼댜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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