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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 갈등 최고조…. 소비자 보호가 우선인가 사생활 보호가 우선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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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금융거래법 갈등 최고조…. 소비자 보호가 우선인가 사생활 보호가 우선인가?
  • 김영록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3.08 09: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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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금융결제원이 빅브라더(Big Brother)로 전락할 위험 지적
‘공정성’과 ‘효율성’ 간의 갈등으로 압축 가능

[소비라이프/김영록 소비자기자]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관한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공정성을 근거로 개정안에 반대하는 한국은행과 효율성을 근거로 개정안에 찬성하는 금융위원회 중 어느 쪽의 주장이 소비자의 편익에 기여하는가?

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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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2020년 11월 윤관석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일이다. 전자금융거래법개정안 중 청산 과목에 관해 한국은행과 금융위원회가 첨예하게 대립했다. 한국은행은 개정안에 반대하는 입장인 반면에 금융위원회는 개정안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이번 논쟁의 논점은 크게 ‘공정성’과 ‘효율성’의 대립으로 압출할 수 있다.

우선 이번 논쟁을 이해하기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청산, 빅테크에 대한 상식을 정리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전자금융거래법이란 스마트폰, 컴퓨터, ATM과 같은 전자적 장치를 통해 이루어지는 금융거래를 규율하는 거래법을 말한다. 일상 중 스마트폰으로 영화표를 예매하거나 컴퓨터로 옷을 구매하는 일, ATM으로 체크카드에 용돈을 저금하는 일 모두 전자금융거래법의 영향을 받는다.

또한 청산이란 금융거래를 하면서 생기는 채권, 채무관계를 계산해 금융회사가 주고받는 금액을 확정하는 일을 말한다. 사례를 들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서로 다른 은행 계좌를 쓰는 갑과 을이 서로 계좌에 입금한다고 하자. 갑이 A은행 계좌로 B은행에 1억 5,000만 원을 보낸다. 을은 B은행 계좌로 A은행에 5,000만 원을 보낸다. 이때 청산이란 A은행과 B은행이 번거롭게 1억 5,000만 원과 5,000만 원을 주고받지 않아도 되도록 중간에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이 개입해 A은행이 B은행에 5,000만 원만 주도록 정리해주는 것이다. 이때 금융위원회는 결제를 맡고 한국은행은 송금을 맡는다.

다만 빅테크 기업의 등장으로 문제가 발생했다. 빅테크 기업이란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플랫폼 제공사업을 핵심으로 하다가 금융시장에 진출한 업체를 말한다. 네이버 페이와 카카오 페이를 사례로 들 수 있다. 다만 빅테크 기업은 청산 과정을 내부거래를 통해 처리할 뿐 금융위원회나 한국은행과 같은 외부기관의 감사를 받지 않는다. 그리고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서는 이러한 청산 권한을 온전히 금융위원회에 위임하고 있는데 이것이 이번 논쟁의 논점이다.

공정성을 주장하는 한국은행은 사생활 보호를 목적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반대한다. 본래 지급 및 결제업무는 중앙은행의 고유 업무인데 이를 외부기관에 부여하고 빅테크 기업의 내부거래에까지 확대하는 것은 과하다는 것이다. 공정성의 측면에서 과대한 권한의 위임은 지양돼야 한다. 정부 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빅브라더(Big Brother)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고 말한다. 한국은행은 청산제도가 중앙은행의 심장과 같은 고유업무이며 따라서 개정안에서 청산 과목은 빠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효율성을 주장하는 금융위원회는 소비자 보호를 목적으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에 찬성한다. 그들은 확실한 금융사고 수습을 위해 빅테크 기업의 내부거래도 청산을 거쳐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만 빅테크 기업 내부 거래 과정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을 때 관련 자료의 제출과 감사를 통해 빠르게 진상을 파악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점점 빅테크 기업의 금융관련 거래량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금융위원회는 중앙은행과 지급결제권한을 공유해야함을 주장한다.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은 소비자들에게 편익과 위험을 동시에 제공한다. 우선 소비자정보유출이 발생했을 때 외부기관인 금융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빠르게 문제를 수습할 수 있다. 외부기관의 압력이 강해질수록 소비자들은 소비자정보유출에대해 보다 체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게되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장점과 달리 정부기관이 소비자들의 카드결제내역 등의 개인정보를 열람하여 개인사찰할 수 있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따라서 이러한 관점에서 과도한 권력의 쏠림 현상을 막기 위한 한국은행의 견제는 일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한국은행도 빅테크 기업에 대한 개입 권한이 주어졌을때 충분히 문제를 수습할 수 있는 중앙기관이다. 2020년 12월 16일 정경영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상사법학회의 학술지 '상사법연구' 제39권 제3호에서 "지급 결제 청산의 제도화를 위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이 아닌 한국은행법에 법적 기반을 마련하고 기존의 운영기관에 대한 감시권한의 명문화를 통해 지급결제제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방안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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