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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영상통화 공짜’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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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 연휴 영상통화 공짜’ 소외계층을 위한 정책
  • 배수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2.15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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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격차 해소 위한 과기부 '무료 영상통화'
다양한 관점에서 정책 바라볼 필요성 요구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배수현 소비자기자] 올해 설 연휴 기간(2021년 2월 11일~14일) 동안 전 국민은 휴대폰 영상 통화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최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동통신3사 CEO들이 9일 간담회를 통해 논의한 민생안정 및 통신 분야 지원방안의 결과물이다. 이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5인 이상 사적 모임 금지 조치가 14일까지 연장되면서 명절에 고향을 찾지 못하는 부모님과 귀성객의 아쉬운 마음을 조금이나마 달래고, 가족들과 명절 인사를 나눌 영상 통화에서 오는 비용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이 소식에 싸늘한 반응을 보인 네티즌들도 있엇다. 시중에 나와 있는 영상 통화 무료 혜택이 많다는 이유 때문이다. 또한 와이파이를 이용해 ‘카카오톡’과 ‘페이스톡’을 이용하면 영상통화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기에 이와 같은 정책은 필요하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았다. “이때까지 영상통화 돈 주고 쓴 사람 말 좀 해봐”, “당연한 거로 선심 쓰는 척한다”, “지하철만 가도 와이파이가 펑펑 터진다” 등 이번 정책에 대하여 불만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 혜택들은 모바일기기와 친숙한 계층에게 해당하는 말이다. 물론 고령층, 농어민, 장애인, 저소득층 계층의 스마트폰 보급률과 인터넷 이용률은 해에 걸쳐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모바일 스마트기기 보유율은 2019년 고령층의 경우 18년 68.4%에서 4.9% 상승한 73.3%의 보유율을 보인다. 농어민의 경우 모바일 스마트기기 보유율은 19년 72.0%로 18년 69.1% 대비 2.9% 상승했다. 스마트폰 보급률은 계속해서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지만 스마트폰 보급률만큼 소외계층의 모바일 이용률은 그리 높지 않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지난해 발표한 '2019디지털정보격차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나라 고령층의 인터넷 이용률은 74.0%로, 일반 국민 인터넷 이용률인 91.8%보다 17.8% 낮은 수준이다. 또한 모바일을 이용한 ‘사회적 관계 서비스 이용률’은 일반 국민을 100으로 가정할 때, 일반 국민 대비 고령층의 ‘사회적 관계 서비스 이용률’은 87.0% 수준이다. 성∙연령∙월가구소득별 사회적 관계 서비스 유형 표에 따르면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신저의 이용률은 60대는 74.2%, 70대 이상은 51.3%의 이용률을 보이고 있다.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더라도, 메신저를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꽤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 농어민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농어민의 인터넷 이용률은 72.5%로, 일반국민 인터넷 이용률 91.8%보다 19.3% 낮은 수준이다. 사회적 관계 서비스 유형 표에 따르면 메신저의 이용률은 60대는 86.6%의 수치를 보인다. 고령층의 경우보다 비교적 높은 이용률의 수치이지만 일반국민의 이용률에 비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를 보인다.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활용하지 못하는 고령층이 많을뿐더러 실수로 전화 요금이나 인터넷 요금이 과하게 부과되는 것을 걱정하는 노인들도 많다. 대학생 A 씨는 “아버지가 아직 젊으시지만 문자와 영상통화를 사용한다. 카카오톡 영상통화를 걸면 받긴 하지만 전화를 걸 때는 기본영상통화를 이용한다. 아직 스마트폰을 어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B 씨는 "우리 할머니는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요금이 과하게 부과될 걱정에 전화를 빨리 끊으려 한다. 이전에 사용하던 폴더폰은 닫으면 그만이지만 스마트폰은 그렇지 않아서 불안해한다"라고 말하며 노인들의 스마트폰 요금 부과에 대한 염려를 표했다.

이를 비롯해 ‘설 연휴 영상통화 무료 정책’을 비난하는 네티즌에게 “와이파이가 되는 지하철은 전국에 다 있는 게 아니다”, “모든 할머니 할아버지가 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하는가” 하는 반응도 있었다. 소외계층을 배려하지 않고 스마트폰의 혜택을 누리는 일반 국민 관점으로만 정책을 바라보는 시각에 날린 일침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자세도 중요한 시점이다.

이처럼 우리 사회에는 우리가 인지하지 못하는 소외계층은 항상 존재하고 있다. 여전히 디지털 격차 속에서 스마트폰 세계에 발을 디디지 못하고 있는 계층이 존재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설 연휴 영상통화 무료 정책’은 코로나19로 인하여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 코로나19로 인해 가족을 만나지 못해 아쉬움을 달랠 소외계층을 위한 방안이다. 정책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필요하지만, 무조건적인 비난은 오히려 독이 된다. 정책 결정 과정에 관심을 가지고 정책을 보다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시각 또한 요구돼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가 발표한 ‘설 연휴 영상통화 무료’ 정책 이외에도 소외계층을 위한 설 연휴 통신 서비스 방안이 존재한다. 저소득층 학생 교육용 데이터 요금을 지원하고,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에게 데이터 제공을 확대한다는 방안도 나왔다. 또한 2~3월 간 통신비 미납으로 인한 휴대폰 중지를 유예하기로 했으며 시각∙청각 장애인을 위해 영상 통화량을 일반 요금제 대비 2배로 늘린 상품도 내놓았다.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은 “이번 통신 분야 지원방안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는 데 있어 일상과 경제의 단순한 회복을 넘어 모두가 함께 누리는 포용 사회 실현에 큰 발걸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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