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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펀드 은행권 제재 시작, 책임회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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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사모펀드 은행권 제재 시작, 책임회피 논란
  • 김혜민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9 10: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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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기업은행장에 중징계 예고... 은행권 '초긴장'
일각에선 인적 징계에 몰두하는 후진적인 감독 관행이란 지적도
출처 : 금융감독원
출처 : 금융감독원

[소비라이프/김혜민 소비자기자] 금융감독원이 라임자산운용과 디스커버리자산운용의 불법·부실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은행들에 대한 제재를 예고하면서 은행권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27일 금융감독원은 기업은행의 김도진 전 행장에게 중징계를 사전 통보하면서, 다른 은행들에 대한 징계 수위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금융감독원은 28일 오후 2시 비대면으로 기업은행에 대한 첫 제재심의위원회를 열었으나 결론은 내지 못한 채 회의는 종료됐다. 심의 내용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의 사모펀드 불완전 판매 관련 안건이며, 오는 2월 5일 제재심을 이어갈 예정이다. 앞서 기업은행은 3년간 디스커버리US핀테크글로벌채권펀드를 3,612억 원,  디스커버리US부동산선순위채권펀드를 3,180억 원가량 판매했다. 하지만 미국 운용사가 펀드자금으로 투자한 채권을 회수하지 못해 글로벌채권펀드는 695억 원, 부동산순위채권펀드는 219억 원이 환매 지연된 상태다. 또한 기업은행은 대규모 환매 중단을 일으킨 라임자산운용 펀드도 294억 원가량 매각했다. 

금감원이 사전 통보한 기업은행 징계안에는 김도진 전 은행장에 대한 중징계가 포함됐다. 금감원의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제재 수위는 해임권고·직무정지·문책경고·주의적경고·주의 총 5단계로 나뉜다. 문책경고 이상은 연임 및 3~5년간 금융권 취업이 제한되는 중징계에 해당한다. 김 전 은행장에 대한 징계 수위 결론이 다음 달로 미뤄진 상태지만, 중징계 선례가 나올 경우 다른 은행들에 대한 제재심에서도 비슷한 수위의 결과가 나올 것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은행권에서는 사모펀드를 판매한 금융사에 사모펀드 부실 사태에 대한 책임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징계 처벌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하다는 반응이다. 은행 관계자는 "수수료 경쟁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에 대해서는 처벌을 받을 수 있어도 은행이 상품을 판매했다는 이유로 사모펀드 사태 책임을 과도하게 지우는 것은 억울한 입장이다"고 전했다. 기업은행을 비롯해 다른 은행들에서도 중징계가 확정될 경우 불복 소송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각에서는 금융당국이 은행 CEO에 대한 중징계와 같은 인적 징계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후진적인 감독 관행을 반복하는 것이라 말한다. 인적 징계에 집중하기보다 관련 제도 개선과 같은 감독관행이 함께해야 재발을 방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현행법상 판매사는 운용사의 투자계획서만을 토대로 상품 판매를 하기 때문에 운용사의 투자 진행 상황을 추적하고 이를 반영할 수 있는 제도가 미흡하다. 지난 2015년 투자자의 최소 투자액을 5억 원에서 1억 원으로 하향조정하고 사모펀드 운용 사전심사제를 사후신고제로 개편한 것 또한 수수료 과다경쟁을 부추겨 불완전판매를 유도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영업점에서 판매행위를 한 행위에 대해서까지 은행장에게 책임을 지우는 것은 모든 판매 건을 최고경영진이 살펴볼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하지 못한 과도한 징계 남발이라며 반발했다.  

특히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 부실이 사모펀드 사태의 주된 원인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책임을 금융사에 떠넘기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계속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금감원의 은행권 CEO 중징계에 대한 법적 근거 부족 논란도 반복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들에게 내부 통제 기준 마련 의무 위반 혐의를 근거로 들 수밖에 없는데 이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법원이 금감원의 지난 DLF 사태 관련 우리금융, 하나금융의 중징계에 대한 효력을 정지했던 사례가 이를 방증한다. 따라서 금감원의 은행권에 대한 이번 제재심도 과거의 사례처럼 소송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28일 진행된 제재심에서 결론을 내지 못한 것도 금감원 측은 내부통제 부실 등 책임 규명에 주력한 반면, 은행 측은 그간의 투자자 피해 구제 노력 등을 강조하며 자신들의 입장만을 적극적으로 방어했기 때문이라고 풀이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사모펀드 사태에 연루된 우리·신한·산업·부산은행에 대한 제재심을 3월 내로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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