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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에 분노한 게이머들... 게임 소비자의 권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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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사에 분노한 게이머들... 게임 소비자의 권리는?
  • 이준섭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1.2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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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마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일방적 이벤트 중단으로 유저 불만 최고조
사태 공론화로 게이머도 소비자임을 자각하는 계기가 되기도
게임사들도 건강한 소통을 이어나가며 유저를 고객으로 대우해야

[소비라이프/이준섭 소비자기자] 게임사의 유저 적대적 운영에 유저들이 분개하며 오프라인 시위까지 벌이는 등, 게임사와의 소통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권리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게이머들 역시 소비자임을 다시금 깨닫는 한편, 게임업계의 자성으로 이어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2020 게임백서’에 따르면 국내 게임 시장은 2010년부터 2013년을 제외하고 꾸준히 성장세를 기록해 2020년 국내 게임 시장은 17조 93억 원으로 추정된다. 특히 2019년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은 2019년 게임 시장 규모 대비 49.7%에 해당하는 7조 399억 원, 2020년의 경우 21.4% 성장한 9조3926억 원으로 추정되는 등 모바일 게임이 게임사의 주요 캐시카우로 자리 잡으며 매출의존도 역시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게임사의 운영능력은 그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국내 대형 게임사의 성숙하지 못한 운영이 연초부터 도마 위에 올랐다.

출처 :  넷마블 홈페이지
출처 : 넷마블 홈페이지

넷마블은 지난 2017년부터 일본 원작의 모바일 RPG ‘페이트 그랜드 오더’를 국내에서 퍼블리싱하고 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는 전세계 매출 1위를 기록하고 국내에서도 출시 초기 매출 최상위권에 머물렀으며, 지난해 여름에는 구글 플레이 매출순위 10위권에 재진입하는 등 장기간의 서비스에도 서브컬쳐를 좋아하는 게이머들을 중심으로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바 있다.

새해를 맞아 이 게임은 현금 20만 원 상당의 게임 내 재화를 지급하는 ‘스타트 대시 캠페인’ 이벤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지난 4일 신규 유저만을 대상으로 하는 타 국가 서버와 다르게 기존 유저들까지 재화가 지급됐다며 돌연 중단됐다. 이후 유저들은 스타트 대시 캠페인이 게임 출시 후 현재까지 기존 유저까지 재화를 지급해줬는데 갑자기 취소된 것에 대한 의혹, 그동안 일본과 미국 서버에서 진행됐던 이벤트들이 한국 서버에서는 진행되지 않는 등 차별받았다고 지적했다.

출처 :  구글 플레이
출처 : 구글 플레이

이후 운영진 측이 여러 차례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사과문의 내용에 실질적인 대처방안이 부족했고, 미온적인 태도가 지속되자 유저들은 쌓아온 불만을 표출시키며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넷마블 본사 앞에서 전광판 트럭을 통한 오프라인 시위를 벌였다. 이에 담당 본부장 사퇴, 넷마블 사업총괄 대표의 사과문 및 다음 달 6일에 유저 대표와의 간담회 등을 발표하며 현재는 사태가 절정을 지나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이미 돌아선 유저들의 마음과 실추된 이미지를 회복하기엔 역부족으로 보인다. 사태가 절정일 무렵 1.1을 기록했던 해당 게임의의 구글 플레이 평점은 27일 기준 여전히 1.2에 불과하며, 게임사를 비판하는 리뷰가 이어지고 있다. 

출처 :  페이트 그랜드 오더 공식카페
출처 : 페이트 그랜드 오더 공식 카페

넷마블이 자체 개발한 모바일 MMORPG ‘세븐나이츠2’ 역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지난 21일 임시점검 이후 지난달에 이어 게임 내 유료재화를 중복 수령하는 버그가 발생했고, 이에 대한 추가점검 역시 예고한 시간보다 몇 시간 연장되며 유저들의 원성을 산 것이다. 이에 구글 플레이 평점이 1.2까지 하락했다가 27일 기준 1.6에 머무르고 있다.

이들 사건을 단편적으로 보면 유저들이 게임재화를 받을 수 없게 되거나 혹은 게임 오류 때문에 불만을 쏟아내는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실상은 게임사와 소통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에서 문제가 발생했다고 할 수 있다.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경우 타 국가 서버와의 차별 문제는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됐으나, 이는 무시된 채 간극을 일부라도 메꿔주던 이벤트마저 일방적으로 중단 시켜, 유저 입장에서는 몇 년간 받아온 차별대우가 더욱 공고화된 셈이다. 이어진 사과문 역시 유저들이 원하는 명확한 배경설명과 구체적인 대안이 없었다는 것은 물론, 지난해 7월에도 소통 개선 약속을 했으나 지켜지지 않는 ‘불통’이 지속되는 등 그간의 불만이 쌓인 상태에서 최근의 사태가 도화선이 됐다. 이는 세븐나이츠2도 마찬가지로, 게임 출시부터 크고 작은 오류가 잦았고 특히 유료재화 버그는 즉각 수정하는 것과 달리 지속해서 지적되던 버그 및 개선사항은 고쳐지지 않은 채 게임 내 유료상품 출시만 이어지는 등 유저들과 소통하지 않는 듯한 운영이 계속된 것이 컸다.

물론 게임 내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다반사지만, 최근의 사태는 게임사와 유저 간의 관계를 재조명하는 결과를 낳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전에는 문제들이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만 다뤄졌다면, 페이트 그랜드 오더의 사태가 커지며 타 커뮤니티에도 공론화돼 유저들도 소비자였음을 자각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대부분 모바일 게임의 경우 확률형 아이템이 주요 매출 수단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는 다른 일반적인 업종과 달리 매우 특이한 방식이며, 도박성이 짙어 많은 소비를 유도하고 실제 많은 소비가 이루어진다. 실제로 ‘리니지m’ 등 과금 유도가 심한 게임에서는 수 천만 원을 들여 아이템 하나를 뽑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러한 금액을 다른 업종에서 소비했다면 좋은 대우는 물론 추후 관리까지 받을 수 있지만, 게임의 경우 오히려 게임 내 밸런스를 이유로 추후 성능이 하향조정되거나 더 좋은 아이템이 나오면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일을 걱정해야 한다. 많은 돈을 쓴 유저가 그만한 권리를 가졌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된 것이다.

한 게임 전문 유튜버는 페이트 그랜드 오더 사태에서 억대의 금액을 결제한 계정들이 게임을 접겠다 인증하는 것은 백화점 VIP가 명품백을 불태워서 인증하는 것과 같은 심각한 사안이라며 게임 업계에서만 가볍게 다뤄지는 소비자 문제를 지적하는 한편, “확률 방식까지 허용되는 관대한 시장환경에서 사업하는 걸 고려하면 소비자 대우를 그에 걸맞게 해달라는 것이다”라며 게임 업계가 고객을 대하는 태도를 꼬집었다. 네티즌들 역시 “자신도 고객이었다”, “게임회사는 조금 더 진지하게 소비자 권리에 대해 임해야 한다”등 게임사와 유저간의 관계를 다시금 바라보고 있다. 실제로 25일과 26일에는 각각 엔씨소프트의 ‘프로야구 H2’, 넥슨의 '바람의나라: 연'의 유저들이 게임사의 기만적 운영을 비판하며 본사 앞에서 전광판 트럭 시위에 돌입하며 온라인에서 벗어나 적극적으로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다.

기업은 상품이나 서비스를 판매하고 이를 구매하는 것은 소비자이기에 기업의 매출은 소비자에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게임업계 역시 이러한 기본적인 관계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이 소비자의 권리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위해 게임사들이 건강한 소통을 이어나가며 유저를 단순한 게이머가 아닌 고객으로 대우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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