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틱룰 면제 폐지 및 시장조정 대상 종목 졸업제도 도입
[소비라이프/황보도경 소비자기자] 불법 공매도의 온상이라 의심받던 시장조성자 제도가 대폭 개편되며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물량이 절반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지난 20일 ‘시장조성자 제도개선 기본방향’을 발표했다. 불법 공매도에 대한 약한 처벌 수준, 적발·감시 체계의 부재 등에 대한 지속적 문제 제기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성자란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해 거래를 원활히 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로, 현재 증권사 22곳이 시장조성자로 지정돼있다. 주식을 사려는 사람에게는 팔 물건을, 팔려는 사람에게는 살 물건을 내놓는 역할이다. 실제 시장조성자 덕분에 거래가 많아지고 매수가격과 판매가격의 차이가 감소하는 등의 효과가 있었다.
평소 시장조성자들은 시장조성을 위한 주식 보유의 손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공매도를 이용했고, 정부에서도 시장조성자에게 일부 공매도 규제 적용을 면제해주는 등 특혜를 줬다.
그뿐만 아니라 앞서 코로나19의 여파로 지난 3월부터 내년 3월까지 시행되는 공매도 금지 조치도 시장조성자들은 예외였다. 효율적인 시장을 만든다는 명분으로 예외적으로 공매도가 가능했던 것이다.
최근 동학 개미들은 시장조성자가 특혜를 이용해 사익을 챙긴다며, 이들을 불법 공매도의 온상이라 의심했다. 실제로 거래소에서 지난 2017년부터 올해 6월까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규제 준수 여부를 점검한 결과, 불법 공매도 의심 사례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주식시장 시장조성자의 ‘업틱룰’ 면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업틱룰이란 직전 체결가 이하의 공매도를 금지하는 제도다. 만약 특정 주식이 만원에 체결되면, 공매도 호가는 만 원 이상으로 내놔야 하는 것이다. 앞으로는 시장조성자들도 체결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공매도를 내놓지 못한다. 다만 파생시장 시장조성자는 위험 회피를 위해 업틱룰 예외를 유지하기로 했다.
미니 코스피 200 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주식 시장 내 공매도도 전면 금지됐다. 미니 코스피 200 선물·옵션은 코스피200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으로, 통상 파생상품 시장조성자는 현물 주식을 공매도한다.
시장조성 과정에서 파생상품을 보유하게 되면, 현물 주식시장에서 미니 코스피200을 공매도하는 식으로 손실을 피하는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미니 코스피200 선물·옵션 시장조성자의 공매도를 금지하면, 전체 공매도 물량의 42%가 감소할 것”이라 말했다.
유동성이 높은 종목은 시장조정 대상에서 제외하는 ‘시장조정 대상 종목 졸업제도’도 도입하기로 했다. 회전율과 호가 스프레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기준을 만들고, 이를 이용해 주기적으로 평가하며 기준치를 넘는 종목은 시장조정 대상에서 제외된다.
그 외에도 시장조성제도 관련 정보 공개 확대, 시장조성거래 내역 공개, 시장조성자의 불법 공매도 관련 내부통제 시스템 발전 등을 추진해 제도 투명성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내년 상반기 중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한편 정부는 무차입 공매도를 형사 처벌하도록 하고, 부당 이득액의 3~5배까지 벌금을 부과하는 등 불법 공매도에 대한 사후적발 및 처벌을 강화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허용되는 공매도는 실물을 빌린 뒤 파는 차입 공매도뿐이다. 그 외의 무차입 공매도는 시세 조종 수단으로 악용될 수도 있고 결제가 이행되지 않을 가능성도 있어 불법이다. 그러나 무차입 공매도가 적발돼도 과징금에 그쳐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있었고, 이번 처벌 강화는 이와 같은 지적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어 처벌 강화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 불법 의심 거래 감시도 강화하기로 했다. 거래일의 이틀 뒤인 결제일 정오까지 증권사에 결제 주식이 들어오지 않으면 불법 무차입 공매도로 의심하고, 거래 점검을 강화할 예정이다. 지금까진 대상 중 일부를 선정해 6개월 단위로 점검했으나 앞으로는 매달 이상 거래를 점검한다.
차입 공매도 시장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도 구축한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증권사가 거래소에 호가를 제출할 때 일반 매도인지, 차입 공매도인지를 표시해야 하며 업틱룰 예외·외국인·시장조성자 여부 등도 표시해야 한다.
거래소는 미소유 주식 당일 매도·매수 주문을 찾아내는 기법을 개발할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무차입 공매도여도 뒤에 현물 주식을 보유하고 있으면 의심을 받지 않아 증권사 내잔고 정보가 없는 투자자가 당일 동일수량을 선매도·재매수한 경우도 있었다.
다만 애초 약속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사전 차단’은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는 내년 2월까지 불법 공매도 적발 시스템을 구축해 실시간으로 종목별 공매도 호가를 표시하는 시스템과 공매도 규모 및 상위종목 등이 실시간으로 집계되는 종합 감시 시스템을 개발함으로써 불법 공매도를 사후 적발해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얻은 정보와 여타 거래정보를 연계·대조해 불법 공매도 의심 거래 적발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정부는 앞선 개정안들이 효과적으로 시행되면 공매도에 대한 차가운 시선도 누그러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잘됐다”, “속 시원하다” 등의 긍정적 반응을 보였으나, 일부 소비자들의 경우 “금융위원회가 법규 위반 사례를 축소 발표한다”, “그냥 공매도를 전면 금지해라” 등 부정적 의견을 내비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