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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텀블러는 ‘환경템’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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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소비] 텀블러는 ‘환경템’이 아니다!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11.12 1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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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가 일회용 컵보다 환경파괴 부를 수 있어…
여러 개를 쓰기보다 텀브러 한 개를 오랫동안 사용해야 환경 보호에 기여

[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지난해 발생한 ‘쓰레기 대란’ 이후 쓰레기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변화에 나선 국민이 적지 않다. 이제 가방에 보관했던 에코백을 꺼내는 모습이나 카페에 가기 전 텀블러를 씻어 챙겨나가는 모습은 더 이상 이색 풍경이 아니다.

인식 전환으로 쓰레기 대란 극복하자
지난해 4월 수도권 아파트를 중심으로 재활용 쓰레기 대란이 일어났다. 일부 민간 재활용 수거업체에서 비용 부담이 증가했다는 이유로 폐비닐·스티로폼 수거를 중단한다고 통보하면서다. 환경부가 수거업체들을 설득하면서 문제는 겨우 처리됐지만 근본 원인은 해결되지 못했다.

그린피스는 지난해 12월 한국 업체가 필리핀에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의 사진을 공개했다. 그린피스는 “한국에서 두 차례 불법 수출한 플라스틱 쓰레기 6,500톤은 둘로 나뉘어 5,100톤은 미사미스 오리엔탈 소재 베르데 소코 소유 부지에 방치되어 있고 나머지 쓰레기 1,400톤은 동 지역 터미널에 있는 51개 컨테이너에 압류 보관되어 있다”고 전했다.

이후 국민적으로 쓰레기를 줄여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지난해 10월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쓰레기 대란’ 이후 전국 만 19~59세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환경 관련 사회적 인식 및 관심도’ 조사를 발표했다. 그 결과 “쓰레기 문제를 무섭다고 생각하게 됐다”는 응답이 72.1%에 달했다.

이 같은 인식은 시민들을 바뀌게 했다. 응답자들은 해당 사건 이후 ▲다회용 장바구니 상시 구비 40.6% ▲일회용품 사용 자제 37.1% ▲비닐봉지 사용 자제 35.1% ▲머그컵 사용 33.3% ▲텀블러 사용 30.1% 등을 통해 자발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을 취하고 있다고 답했다.

텀블러, 많이 생산하면 비환경적
환경을 지키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노력으로 실제 텀블러 사용 빈도와 판매량은 늘었고, 일회용 컵 사용은 줄었다. 종로구에 위치한 한 카페 매니저 A 씨는 “매장에서 사용하는 일회용 컵 사용량이 줄어 쓰레기가 많이 줄었다”면서 “보통 하루면 쓰레기봉투 하나가 일회용 컵으로 가득차는데 요즘은 이틀에 1번 정도만 버리면 될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고 말했다.

대신 텀블러 판매가 증가했다. 종합생활용품 기업 락앤락에 따르면 일회용 컵 규제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난해 8월부터 12월까지 국내 텀블러 판매량은 2017년 같은 기간에 비해 두 배 이상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텀블러가 환경 보호 기능을 하려면 하나의 텀블러를 오랫동안 사용해야 한다. 만일 여러 개의 텀블러를 구매하거나 텀블러를 산 뒤 사용하지 않고 보관한다면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부작용이 나타난다.

미국 수명 주기 사용 에너지량 분석 연구소(institute for life cycle energy analysis)는 텀블러 사용으로 실제 환경 보호 효과를 누리려면 유리 재질 텀블러는 최소 15회, 플라스틱 재질은 17회, 세라믹 재질은 최소 39회 사용해야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업계는 텀블러의 디자인과 재료를 다양화해 소비자들의 소유욕을 자극하기도 한다. 한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시즌마다 다양한 디자인의 텀블러를 출시하고 있다. 환경 운동가는 이를 두고 플라스틱 컵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 아니라 그저 MD상품 매출을 올리려는 수작에 불과하다며 비판한다. 텀블러를 수집한다는 B 씨는 “집에 텀블러가 시즌별로 재질별로 열 개가 넘는다”며 “텀블러는 환경에 좋을 줄 알았는데 아니라니 배신감이 든다”고 덧붙였다.

환경 운동가들은 일회용 컵을 대체하기 위해 생산하는 텀블러가 일회용 컵보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고 주장한다. 

기후변화연구소는 300mL 용량의 텀블러와 카페에서 많이 쓰이는 일회용 플라스틱 컵, 그리고 종이컵의 소재를 분석하고 무게를 잰 뒤, 소재별 탄소배출계수를 적용하는 실험을 했다. 그 결과는 충격을 주고 있다. 텀블러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종이컵의 24배, 일회용 플라스틱 컵의 13배로 압도적 수치를 보인 것이다. 텀블러 세척 시 사용하는 물과 세제도 환경을 망치며 플라스틱 텀블러를 생산하고 버리는 과정도 문제가 많다.

텀블러와 같은 친환경 제품을 구매하는 행위가 환경에 해가 되는 현상을 학계에서는 ‘리바운드 효과(rebound effect)’라 부른다. 소비자의 환경 의식이 높아져 에너지 고효율 제품 구매가 늘지만 반면 가전제품의 수도 함께 늘어나 전기 사용량이 줄어들지 않는 것이 대표적인 리바운드 효과 사례이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지 않게 하려면 한 텀블러를 오랫동안 아껴 쓰고 다시 쓰는 게 중요하다. 일회용품이 환경에 나쁜 이유는 자주, 많이 버려지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대신 다른 물건을 사용한다면 그 물건 역시 자주 버려지면 안 된다. 만드는 과정에서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한번 사서 오래 쓸 수 있어야 한다.

실험을 진행한 이윤희 선임연구원은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대안인 텀블러를 여러 개 자주 바꿔가며 사용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난다”라며 “환경 보호라는 원래 목적을 부합하기 위해선 하나의 다회용 컵을 오래도록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소비라이프Q 제157호 환경소비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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