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젖병, 물 뜨거울수록 미세 플라스틱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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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 젖병, 물 뜨거울수록 미세 플라스틱 방출한다
  • 김회정 인턴기자
  • 승인 2020.10.20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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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리프로필렌(PP) 식기에서도 미세 플라스틱 나온다는 연구 결과 나와
유동식 비플라스틱 용기에서 준비하고 젖병에 옮겨 담기 ·음파 통한 젖병 세척 자제 등 권고
출처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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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김회정 인턴기자] 폴리프로필렌(PP)이 함유된 유아용 젖병이 유동식 준비 과정에서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젖병을 소독하거나 유동식(액상 음식물)을 만들 때 뜨거운 물을 사용하면 미세플라스틱 방출이 크게 늘어난다고 발표했다.

과학 저널 ‘네이처 푸드(Nature Fodd)’는 19일 더블린 트리니티대학(TCD) 공학부 리둔주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이 세계보건기구(WHO) 지침에 맞춰 진행한 연구에 대해 발표했다. 연구팀은 유아 유동식을 만드는 도중 PP 젖병에서 나오는 미세 플라스틱의 양을 분석해 48개의 국가와 지역에서 12개월 유아가 미세플라스틱에 노출된 정도를 측정했다.

연구팀은 세계 젖병 시장의 68.8%를 차지하는 10개 회사의 제품을 대상으로 유동식 표준 준비 절차에 따라 연구를 진행했다. 세척한 새 젖병을 95도의 탈이온수(deionized water)에 5분간 담군 뒤 소독한 후, 70도의 탈이온수를 넣고 60초간 흔들어 유동식을 만들었다. 이후 젖병의 물을 식힌 뒤 금으로 코팅된 0.8㎛(1㎛=0.001㎜) 필터로 미세플라스틱을 걸러냈다.

그 결과 70도 물에 노출된 젖병에서 리터당 130만~1,62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물의 온도를 95도로 높인 경우에는 미세플라스틱 방출량이 리터당 5,500만 개까지 늘어났다.

반면, 국제 표준 지침보다 훨씬 낮은 온도인 25도의 물에서는 미세플라스틱 양이 60만 개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젖병 내 온도가 높을수록, 즉 유동식이 뜨거울수록 미세플라스틱이 더 많이 방출되는 것이다.

또한 연구팀은 48개 국가와 지역의 분유 이용량과 모유 수유율, PP 젖병이 방출하는 미세플라스틱 양, 젖병 제품별 시장점유율 등을 분석해 12개월 유아의 평균 미세플라스틱 흡입량이 매일 158만 개에 이른다고 보고 있다. 이는 특히 서구권 유아가 더욱 많은 미세 플라스틱을 흡입한다고 나왔다. 유럽의 아이는 261만 개, 북미는 228만 개, 오세아니아는 210만 개의 미세플라스틱을 흡입하는 반면, 아시아와 아프리카는 상대적으로 낮은 수치를 보였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PP 젖병에 대한 근본 대책이 나오기 전까지 유아의 미세플라스틱 노출 및 흡입을 줄일 방안도 함께 발표했다. WHO 권고안에 따라 젖병을 소독하되, 유리나 스테인리스 주전자 등에 끓여 소독한 물을 상온에서 식혀 3차례 이상 헹구라고 권고했다.

유동식을 준비할 때는 플라스틱 대신 유리나 스테인리스 주전자에 물을 끓여 70도 이상의 온도에서 비플라스틱 용기에서 유동식을 준비하기를 추천했다. 이후 상온에서 식혀 일정 온도가 되면 젖병에 옮겨 유아에게 사용해야 한다.

아울러 유동식을 플라스틱 용기에 담아 전자레인지로 데우기, 젖병에 유동식을 넣고 흔들기, 음파를 이용한 젖병 세척 등도 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논문 공동 저자인 TCD 화학과의 존 볼랜드 교수는 “미세플라스틱이 유아 건강에 미치는 잠재적 영향력에 대해서는 충분한 정보가 없다”라며 “이번 연구 결과로 부모들이 지나치게 놀라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책결정자들이 플라스틱 젖병으로 유동식을 준비하는 지침을 재평가할 것을 촉구한다. 용기 소독과 유동식 준비 과정에서 관행을 바꿔 미세플라스틱을 먹는 위험을 완화할 중요한 기회다”라고 전했다.

역시 논문 공동 저자인 TCD 사오리원 교수도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토양, 바다 등을 통해 인간에게 오는 것에 초점을 맞췄지만, 일상에서 사용하는 플라스틱이 주요 오염원으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라며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에게 미치는 잠재적 위험을 시급히 평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PP는 식기에 가장 자주 쓰이는 플라스틱 유형이다. 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보이는 PP 식기가 미세플라스틱을 방출한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아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존 볼랜드 교수의 말처럼 미세플라스틱이 우리의 건강에 구체적으로 어떤 악영향을 주는지는 밝혀진 정설이 없다. 이에 플라스틱 사용을 무조건 지양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과거 생리대 사태처럼 근거 없는 ‘케미포비아’로 번질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건강에 대한 잠재적 위험이나 환경을 고려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여나가고, 연구팀이 제시한 조언에 따르는 것은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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