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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도 증가하는 고액 화폐 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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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침체에도 증가하는 고액 화폐 수요
  • 박민준 소비자기자
  • 승인 2020.10.12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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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의 영향으로 증가한 비대면 소비 및 결제
현금수요는 오히려 증가하는 중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박민준 소비자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에서 비대면 거래가 증가했지만, 현금 수요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3월부터 8월까지 6개월 동안 한국은행 금고에 돌아온 5만 원권은 발행액의 20.9%에 그쳤다. 한국뿐만 아니라 현금 접근성 제약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전 세계에서 고액 현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경제활동이 둔화되고 비대면 거래가 증가하면서 현금을 활용한 거래가 감소했지만 오히려 5만 원권을 중심으로 한 고액화폐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한국은 5만 원권 부족 현상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 6월 한 지역농협 지점에는 한국은행에서 5만 원권 발행이 잠정적으로 중단돼 ATM 출금 시 5만 원권이 출금되지 않을 수 있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당시 한국은행에선 5만 원권 발행 중단은 사실이 아니며 최근 증가하는 5만 원권 수요를 충족할 만큼 공급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이 밝힌 바에 따르면 2020년 5만 원권 제조 발주량은 전년도보다 3배 이상 증가했다. 5월엔 2조 원을 추가 발주했지만 늘어나는 고액 화폐 수요를 공급이 못 따라잡는 상태다. 2020년 3월에서 8월까지 5만 원권 환수율도 20.9%를 기록해 지난해의 60.1%에 비해 급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 국가들도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한국은행 보고서는 2020년 3월 이후 세계 각국 화폐 수요 증가세가 확대됐다고 말한다. 화폐 발행 증가액과 민간의 현금보유액도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면서 점점 증가했다. 호주는 고액권 수요가 크게 증가한 반면, 저액권의 수요가 감소하면서 한국에서 보이는 5만 원권 수요 증가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각국의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봉쇄 조치가 발생하고 현금에 대한 접근성이 제약될 우려가 커지면서 현금 재고를 미리 확보하려는 수요가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고액 화폐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또한, 경제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사람이 안전자산에 해당하는 현금을 보유하려 했고 이에 따라 예비적 화폐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금융기관들은 증가하는 현금 수요와 보관에 용이한 고액 화폐 수요에 대응하고자 적극적으로 현금 마련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비대면 거래가 늘어나고 경제활동이 줄어들면서 현금 입금 규모가 감소해 현금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은행은 고액화폐의 수요 증가가 한국에서 한정된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의 공통적인 현상이라고 밝혔다. 인터넷 금융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전자거래가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5만 원권에 대한 예비적 수요의 증가만으로 화폐 부족 현상을 충분히 설명할 수 없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8월 31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회의에서 5만 원권이 탈세의 수단으로 지하경제에서 많이 쓰인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부족한 5만 원권 환수율이 탈세와 지하경제 때문이란 주장이 나왔다. 당시 회의에 참석한 김대지 국세청장은 "고액 화폐 수요 증가 원인이 저금리 기조뿐만 아니라 탈세 목적도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고액화폐의 불법적 활용에 대한 가능성을 열어두었고 "정보 수집을 강화해 현금 거래에 엄정히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5만 원권은 2019년 5월 말 기준으로 19억 7천만 장이 유통돼 14억 8천만 장의 1만 원권이나 16억 장의 1천 원권보다 많은 지폐가 유통됐다. 10만 원 자기앞수표는 8천만 장이 유통되면서 2008년의 9억 3천만 장보다 유통량이 대폭 감소했다. 10만 원 자기앞수표의 감소를 볼 때, 과거 5만 원권이 출시될 때 인플레이션과 부정부패에 대한 우려로 취소된 10만 원권의 출시는 요원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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