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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제, 주연상의 남녀 구분 없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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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영화제, 주연상의 남녀 구분 없앤다!
  • 한서라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9.15 09: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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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없애고 주연상, 조연상으로 대체
베를린 공동 집행위원장... "영화 산업계의 성인지 의식을 개선하는 노력"

[소비라이프/한서라 소비자기자] 베를린 국제 영화제가 내년부터 '젠더 프리(gender-free) 연기상'을 시상한다고 밝혔다. 

출처 : unplash
출처 : unplash

베를린 영화제 측은 2021년 영화제부터 기존의 여우주연상, 남우주연상을 없애고 대신 '은곰상-주연상(Silver Bear for Best Leading Performance)', '은곰상-주연상(Silver Bear for Best Supporting Performance)'을 시상하기로 밝혔다. 이는 주요 국제영화제 충 처음 시도한 방식으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고 있다. 베를린 영화제 공동 집행위원장인 카를로 샤트리안과 마리에트 리스벡은 "은곰상을 성으로 구분 짓지 않고 시상함으로써 영화 산업계에서 성인지 의식이 향상될 것"이라고 설명하며 이번 변화로 인해 성 의식이 개선될 것에 대한 기대감을 보였다. 두 명의 집행위원장은 올해 교체되어 2020 영화제를 처음으로 이끌었으며, 특히 마리에트 리스벡은 베를린 영화제의 첫 여성 집행위원장으로 영화제에 다양한 변화를 꾀하고 있는 인물이다.

영화계에서 젠더 프리 연기상이 처음 도입된 것은 'MTV 무비 앤 TV 어워즈 시상식'이다. 'MTV 무비 앤 TV 어워즈 시상식'은 2017년 기존에 있던 남우주연상과 여우주연상을 폐지하고 '젠더 뉴트럴(Gender-Neutral) 상'으로 통합하여 시상했다. 이에 대해 MTV 국장은 "좋은 연기는 좋은 연기일 뿐"이라며 연기를 성별과 관계없이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상의 첫 시상자는 '젠더 넌 바이너리(gender non-binary=전적으로 여성 혹은 남성 젠더라고 정의하지 않는 사람)'인 배우 아시아 케이트 딜런이 맡았고, '미녀와 야수'의 '엠마 왓슨'이 수상했다.

세계 3대 국제 영화제 중 하나인 베를린 영화제가 젠더 프리 시상을 도입한 것은 최근 영화계에 대두된 '성인지 의식'과 관련이 깊다. 특히 2017년 할리우드 거물 제작자인 '하비 와인스타인(Harvy Weinstein)'이 30년 가까이 성추행과 성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영화 산업계의 성 평등에 의구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은 할리우드에서 가진 본인의 막강한 지위와 권력을 이용해 유명 배우를 포함한 모델, 영화 스태프 등 100여 명이 넘는 여성에게 성추행을 저지른 인물이다. 그는 본인과 성관계를 하면 경력에 도움을 주겠다며 여성들을 협박했으며, 요구를 거절했을 경우 실제로 배우의 커리어를 방해하며 할리우드에서 활동하지 못하게 하기도 했다. 하비 와인스타인에 대한 폭로는 나날이 커져 이후 '미투 사건'의 촉발점이 되기도 했다.

이후 하비 와인스타인이 영화제에서도 여러 건의 성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드러났고, 이를 막지 못한 영화제에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따라 칸 영화제는 성범죄를 막기 위한 '성범죄 신고 핫라인'을 개설했고, 베니스 영화제는 고위직의 성 비율을 동등하게 하는 등 성 평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처럼 세계 3대 국제 영화제는 다양한 방법으로 성차별을 없애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영화제에서 성차별이 사라졌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 아직도 영화제에는 '남자는 검은색 정장, 검은색 넥타이와 구두, 여자는 드레스와 하이힐'의 복장 규정이 남아있으며 영화제에 초청받는 남자 감독의 수가 여성 감독보다 현저히 많다. 대부분의 영화제에서는 연기상의 남녀를 구분하고 있기도 하다.

대표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는 올해의 배우상에 남녀 배우를 구분해 시상하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으면 오히려 남자 배우가 상을 받을 비율이 높아져 심화된 성차별을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를 보였다.

하지만 베를린의 젠더 프리 시상은 성인지 의식이 한걸음 향상되는 시도임에는 분명하다. 베를린 영화제의 변화와 함께, 우리나라를 비롯해 다른 영화제도 젠더 프리 시상을 도입할지에 대해서도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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