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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유동성 과잉의 시대-③산 넘어 산, 인플레 뒤에 디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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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의 질풍노도] 유동성 과잉의 시대-③산 넘어 산, 인플레 뒤에 디플레
  • 이강희 칼럼니스트
  • 승인 2020.08.20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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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과잉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 뒤에서 손잡고 따라오는 디플레이션도 준비해야...

[소비라이프/이강희 칼럼니스트] 전 세계적으로 오랜 디플레이션을 겪는 나라가 있다. 우리나라를 35년간 수탈하며 성장했고 해방 후에 발발한 6.25 전쟁 덕분에 기사회생하며 경제 성장을 했던 나라. 바로 우리 옆 섬나라 일본이다. 유동성 증가로 발생한 부동산 버블은 도쿄를 팔아 미국 전체를 살 수 있는 상황까지 만들어냈다. 그런 일본의 잃어버린 30년은 세계 경제에서 디플레이션의 표본이 되었다. 우리가 디플레이션의 길을 가지 않으려면 먼저 가던 나라들을 통해 배워야 한다.
 
디플레이션은 무엇일까? 경기가 팽창하면 통화의 유동성 공급이 증가해서 물가가 지속해서 오르는데 이것을 인플레이션이라고 한다. 반대로 경기가 위축되면 통화의 유동성 공급이 낮아져 물가도 꾸준히 떨어지는 것을 디플레이션이라고 한다. 국민의 살림살이 무게를 좌우하는 물가가 떨어진다는 것은 그만큼 비용을 줄여주기 때문에 좋은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돈으로 구매한 소비재 가격이 하락하면 지갑의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디플레이션으로 촉발되는 다양한 경제 현상을 살펴보면 우리의 생각은 조금 달라질 수 있다. 
 
전 세계가 디플레이션을 경험한 경우도 있다. 1929년부터 시작된 세계 대공황과 2008년에 있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대표적이다. 둘 다 소유하고 있던 실물자산의 값어치가 하락하던 시기다. 자본주의 시스템을 이용한 대출과 증권으로 빚을 조달해서 부동산이나 주식 같은 실물자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막대한 손해를 봤다. 자산가치의 하락은 대출의 평가기준인 자산의 담보가치 하락으로 이어져 은행은 과도하게 지급된 대출을 급히 회수하게 된다. 대출을 갚지 못하면 기업은 파산한다. 부실자산이 많아지면서 은행마저 무너질 수 있다. 갚더라도 활동자금이 줄어든 기업의 생산 활동은 위축되어 일자리가 줄고 가계의 수입도 줄어든다. 소비도 줄어들어 기업의 이익이 줄어들면 주가 하락까지 연쇄 반응이 생긴다. 미국에서 1920년대 초부터 시작된 감세 정책은 유동성 증가를 낳았고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이어진 저금리 정책도 유동성 증가를 야기했다. 유동성 과잉은 뒤끝이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기업은 생산 활동으로 이윤을 창출하지만, 실물자산시장이 발달하면 양상은 달라진다. 기업이 거둔 이윤으로 기업의 유동성은 증가한다. 유동성은 생산을 위해서도 사용되지만, 부동산과 금융상품 같은 실물자산을 구입하는 데도 쓰인다. 그러다 실물자산으로 거두는 이윤이 생산 활동으로 인한 이윤보다 커지면 더 큰 이윤을 위해 생산 활동에 써야 할 자금을 줄여 실물자산을 취득하게 된다. 생산은 위축되고 기업들이 경쟁하듯 실물자산을 사들이면서 가격은 상승한다.
 
‘코로나 19’로 인해 시장에 많은 유동성이 공급되었다. 따라서 유동성 과잉으로 시장의 실물자산 가격은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시장경제에서 실물자산 가격의 상승은 소비자들의 경쟁과 거래가 유지될 때 가능하다. 소비자들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가격이 아닌 소비자들의 눈높이를 맞춘 가격일 때 거래가 되고 유지된다. 그러나 한계치를 넘는 순간 가격은 숫자일 뿐이다.
 
사회구성원의 대다수가 감당할 수 있는 실물자산의 가격은 정당한 가격으로 인정받을 수 있지만, 구성원의 소수만이 감당할 수 있는 실물자산의 가격은 시장에서 외면당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버블이다. 유동성 과잉으로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자산의 가격이 상승하고 있지만, 그 뒤에서 손잡고 따라오는 디플레이션도 맞이할 준비를 우리는 해야 한다.

이강희 칼럼니스트
이강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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