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5 11:09 (월)
[제152호] “은행 가기가 겁나요”
상태바
[제152호] “은행 가기가 겁나요”
  • 전지원 기자
  • 승인 2020.06.08 11: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한국소비자원 설문 조사 75세 이상 고령자 97.8%가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
디지털 혁신 가속화로 커지는 디지털 격차

[소비라이프/전지원 기자] 무인결제시스템, 종업원 없는 매장, 스마트폰 앱 등 디지털 혁신이 가속화되면서 자동화·무인화 시스템에 익숙지 않은 노년층들의 소외감이 커지고 있다. 디지털 격차는 ‘소비의 세대 차’로 이어지기에 사회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 각종 사회적 장치나 서비스들이 디지털화되고 있지만 그만큼 정보 기술에서 소외되는 계층도 늘고 있다. 정보통신의 발달이 오히려 또 다른 장벽을 만드는 상황은 디지털 소외를 부르고 이는 심각한 사회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을 고령화 사회라고 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0년 65세 이상 인구가 600만 명으로 우리나라 인구 7명 중 1명이 노인이다. 2026년에는 고령 인구가 총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초고령화 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회가 점차 디지털화하고 있지만 그 안에서 노년층은 어떤 삶을 살게 될지 생각해봐야 할 때이다.

한국의 성인을 기준으로 10명 중 9명 이상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최근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기기 보유 조사결과에 따르면 20~40대는 99%가량이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지만, 60대의 스마트폰 보유율은 79%, 70대의 경우 35%로 연령이 높을수록 스마트폰 보유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또한 적지 않은 이들이 스마트폰 사용에 서툰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년 디지털 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60대 이상의 경우 28.7%만 ‘인터넷 연결 및 사용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29.2%가 ‘필요한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이용할 수 있다’고 응답했다.

이런 디지털 소외현상은 특히 금융 부문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의 설문 조사에서는 75세 이상 고령자의 97.8%가 “온라인뱅킹을 할 줄 모른다”고 답변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금융거래 방식은 ‘영업점 방문’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였으며, 이들은 “인터넷뱅킹을 이용할 때 긴장감을 느낀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무소속 장병완 의원실이 발간한 ‘고령자 금융 디지털 소외해소를 위한 정책방안’에서도 70대 인터넷뱅킹 이용률이 5.4%로 저조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은행에서의 금융 거래 장벽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전국에 설치된 은행 무인자동화기기는 지난해 12월 말 233대로 전년 133대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무인자동화기기는 예·적금 신규가입, 인터넷·모바일뱅킹 가입, 카드 발급 등 창구 업무의 80% 이상을 수행한다. 365일 이용도 가능해 실질적인 무인점포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은행 관계자는 “무인자동화기기가 새로 도입된 측면이 있어 낯설 수 있지만 기존 ATM과 사용법이 크게 다르지 않고 상담원과 화상 연결도 요청할 수 있다”면서 “기존 ATM의 역할을 보완하는 측면으로만 도입하고 있고, 영업점별로 기기 사용이 어려운 고객층을 돕기 위한 직원이 있기 때문에 이용의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무인자동화기기 사용에 익숙지 않은 고령층은 인터넷뱅킹에 이어 또 다른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 영업점도 감소 추세다. 신한·국민·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국내 점포 개수는 2015년 5,093개에서 지난해 4,682개까지 줄었다. 5대 은행은 비용 절감 및 효율화 차원에서 올해 초까지 국내 점포 89개를 통폐합할 계획이다. 기존 ATM도 줄어들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말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ATM 수는 총 3만 7,673개로 1년 전 3만 9,980개보다 2,307개 감소했다. 하루 평균 6개 이상이 줄어든 셈이다. 구역별 점포 수 및 ATM 수가 줄어들면서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의 금융 거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도 디지털 문화는 우리 생활 깊숙이 뿌리내릴 것이다. 반면 노인 등 디지털 소외계층은 더욱 도태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이들을 단순히 정보에서 멀어져 있다고 바라봐서는 안 된다. 정보격차는 개인의 학습을 비롯해 향후 경제 능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제 우리는 디지털 소외계층을 눈여겨보고 디지털 격차가 세대 간 갈등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디지털 환경만 갖춰진다면 소외계층에 해당하더라도 온라인을 활용해 ‘격차’를 완화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