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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능욕', '딥페이크'...만연한 디지털 성범죄 실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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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능욕', '딥페이크'...만연한 디지털 성범죄 실상
  • 전유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4.27 13: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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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번방 사건' 이후 심각성 대두된 디지털 성범죄...일반인에서 공인(公人)까지,
수많은 피해가 발생함에도 변함없는 암담한 현실

[소비라이프/전유진 소비자기자]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을 협박해 얻은 성 착취물을 판매·유포하여 큰 이득을 챙긴 일명 N번방 사건 이후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대두된 가운데, 기존 디지털 성범죄의 대표적 양상이었던 지인 능욕과 딥페이크 범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인 능욕은 '아는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범죄로, 친구와 직장 동료에서부터 심지어 여자인 '가족'까지 피해자가 될 수 있다. 가해자는 세 유형으로 세분화할 수 있는데, 먼저 공개적인 SNS에 지인 능욕 계정을 운영하는 운영자가 있으며, 해당 계정으로 지인 및 일반인의 원본·합성 사진과 신상 정보, 거짓된 성희롱을 제보하는 제보자가 존재한다. 한편 제보에 따라 운영자가 게시글을 올리면 참여자는 피해자에 대한 성희롱을 늘어놓으며, 다른 지인 능욕 계정으로 공유해 피해를 키우는 역할을 한다. 

출처-  트위터
출처 : 트위터 로고

이처럼 집단적으로 행해지는 지인 능욕 범죄의 온상은 불과 2년 전까지만 해도 해외 SNS인 '텀블러'가 차지했다. 구글, 페이스북 등 주요 SNS가 2015년부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의 음란물 자율규제에 협조하는데 반해, 텀블러의 경우 방심위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해당 사항이 아니라며 회피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난 2018년 6월 22일 텀블러가 방심위와 협력해 음란물 자율규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로 결정하며 수많은 가해자들은 갈 길을 잃었다. 그런데 텀블러와 유사한 해외 SNS 트위터에서 다시 이 같은 범죄가 살아났다.

출처- 트위터 '지인 능욕 계정' 캡처
출처 : 트위터 '지인 능욕 계정' 캡쳐

트위터 역시 2015년부터 방심위의 음란물 자율규제에 협조하고 있는 SNS 중 하나이나, 현재로서는 사용자들이 문제가 되는 계정을 집단적으로 신고하지 않는 이상 원활한 자정 작용이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지인 능욕 범죄의 새로운 온상으로 자리 잡았다. 트위터에 지인 능욕을 검색하면 당장 지인과 가족의 얼굴을 성적으로 합성해 능욕해 주겠다는 글을 손쉽게 찾아볼 수 있으며, 지인 능욕이란 이름의 사용자를 수도 없이 볼 수 있을 만큼 그 상황은 심각하다.

같은 연유로 트위터에서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딥페이크 범죄는 일반인 및 공인의 얼굴을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포르노 등 성(性)적인 영상에 합성해 공개적인 SNS에 유포하는 것을 말한다. 과학 기술의 발달로 한층 정교해진 딥페이크 범죄는 진위를 가리기 어려울 만큼 발전했으며, 지인 능욕 범죄와 마찬가지로 집단적인 계정 신고가 없는 한 SNS 내에서는 자정 작용이 불가능하다. 

출처- 트위터 캡처
출처 : 트위터 캡쳐

이처럼 심각한 수준의 디지털 성범죄가 벌어지고 있는 SNS상에서 사용자들은 자체적인 자정 운동을 통해 정화에 나서고 있다. 자정 운동의 구조는 크게 자정 운동 계정을 운영하는 운영자와 운영자의 지침에 따라 행동하는 참여자로 나뉜다. 운영자는 디지털 성범죄를 가하는 계정의 아이디를 모아 참여자의 신고를 독려하고, 참여자는 독려에 따라 해당 계정을 신고·차단하는 방식이다. 마땅한 단속이 없는 현재로서는 피해자의 피해 규모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기도 하다.

N번방 사건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악랄함이 전 국민에게 큰 충격을 준 가운데, 지인 능욕과 딥페이크 범죄는 유통 매체와 가해자, 피해자만 바뀌었을 뿐 근절되지 않으며 여전히 수많은 피해자를 낳고 있다. 23일 당정에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대책'을 내놓은 가운데, 명백히 디지털 성범죄의 온상인 대한민국이 큰 변화를 맞이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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