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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코로나 옮으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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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 코로나 옮으면 어쩌나?
  • 이소라 기자
  • 승인 2020.02.26 1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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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라이프/이소라 기자] “이 돈, 새 걸로 바꿔주세요.”

설 명절이 한참 지난 요즘 은행 직원들은 고객들의 화폐 교환 업무에 응대하느라 정신이 없다. 코로나19 탓에 고객들이 은행을 찾아 지폐 교환을 요구하거나 소독을 하고 있냐고 문의하기 때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나 SNS에서도 지폐에 침이 묻지 않았을까, 그 침에 바이러스가 붙었을까 봐 찝찝하다는 글을 볼 수 있다. 청와대 신문고에는 '코로나 매개체 화폐 위험도'라는 제목으로 돈이 매개체가 될 수 있으니 지폐를 소독해 달라는 청원이 등장했다. 지폐는 누가, 언제, 어디에 썼는지 확인할 수 없고 면 대 면으로 주고받아야 하기에 사람과 사람 사이 접촉을 최대한 피하는 분위기가 조성된 현상황에서 위험도가 높다는 지적이다.

중국 인민은행은 코로나 집중 발병 지역에서 각 시중은행을 통해 현금을 회수하고 자외선 소독을 한 뒤 14일간 보관 후에 다시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게 했다. 또 일부 지점을 ‘위험지역’으로 지정하고 회수된 지폐를 파쇄하기도 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부터 해외에서 들여온 원화 지폐, 동전 교환 업무를 중단했다. 한은 관계자는 “중국은 심각한 상황이지만 국내는 아직 그 정도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인위적으로 수거해 지폐를 소독하거나 교환하는 건 불가능하다”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도 지폐를 통한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전했다.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이론적으로 가능성이 있지만 비말 중 바이러스가 살아 있는 시간, 습도 환경 등 여러 조건을 감안하면 감염력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는 물건에 묻으면 5~10분 정도만 살고 자연적으로 소멸한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신용카드는 어떨까? 미국 컬럼비아 대학병원 수전 휘티어 박사는 “지폐는 호흡기 바이러스의 효과적인 전파 매개체는 아니지만 카드는 그럴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조금 높다”고 말했다. 이는 섬유나 지폐 등 미세한 구멍이 많은 표면보다 신용카드나 동전같이 딱딱한 표면에서 바이러스가 더 오래 살기 때문이다. 휘티어 박사는 “기침을 한 누군가가 자신의 신용카드를 다른 사람에게 건넨다면 전파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 비상사태위원회도 코로나19가 사물에 묻은 바이러스로도 감염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공공시설 내 손잡이나 엘리베이터 스위치, 난간 등을 소독하고, 옷자락이나 장갑으로 접촉하는 일이 증가하고 있다. 개인 물품인 카드조차 감염 위험성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의심만 사고 있던 ‘사물 간 전파’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는 모양새다.

한편 지난 24일 한국은행은 지폐를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사태를 막기 위해 들어온 현금을 2주간 금고에서 보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 측은 “바이러스 생존 기간을 고려해 최소 2주간 금고에서 보관한 다음 정사기를 통해 손상 화폐와 사용 가능 화폐를 구분하고, 지폐 자동포장 절차를 거치게 된다”고 밝혔다. 또 일반 고객들이 돈을 교환할 경우 신권을 먼저 공급하고, 향후 지폐 살균기가 보급될 경우 최대한 소독 처리해 수납하기로 결정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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