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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호]제품을 내 입맛대로!...능동적 소비자 ‘프로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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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호]제품을 내 입맛대로!...능동적 소비자 ‘프로슈머’
  • 특별취재팀
  • 승인 2017.11.08 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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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제품 기획 및 개발, 시제품 테스트까지

[소비라이프 / 특별취재팀]기업과 소비자 간 소통의 기회와 창구가 많지 않았던 예전의 소비자는 기업이 생산한 재화를 수동적으로 소비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기술의 발달과 인식의 변화 등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방법이 마련되고 기업 또한 소비자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면서 소비자는 제품을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바꿔 생산할 수 있는 능동적인 소비자로 바뀌었다. 이렇게 적극적으로 제품 생산과 판매에도 직접 관여해 소비자의 권리를 행사하는 소비자를 ‘프로슈머(Prosumer)’라고 한다. 

제품 기획 및 개발, 시제품 테스트까지
 
 
‘프로슈머’는 생산자를 뜻하는 프로듀서(Producer)와 소비자를 뜻하는 컨슈머(Consumer)가 합쳐진 말로, 1980년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가 21세기 사회의 모습을 내다본 《제3의 물결》에서 처음 등장했다. 이처럼 ‘프로슈머’의 등장은 일찌감치 예견된 사회적 변화였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등장한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안된다.
 
이후 스마트폰과 SNS의 등장은 프로슈머를 더욱 확산하는 계기가 됐다. 기업은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등 즉각적으로 소비자 반응을 파악할 수 있는 SNS를 통해 소비자의 의견을 묻고 소비자는 ‘좋아요’를 누르거나 리트윗(Retweet)하는 간단한 방식으로 의견을 밝힌다.
 
기업들은 SNS를 통한 의견 청취를 넘어 더욱 적극적으로 프로슈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생활용품기업 ‘깨끗한 나라’의 기저귀 브랜드 ‘보솜이’는 지난 2005년부터 11년째 ‘맘스 마케터’를 모집해 의견을 듣고 있다. ‘맘스 마케터’로 선정된 프로슈머는 ‘보솜이’ 제품에 대한 기획 단계부터 개발, 시제품 테스트에까지 참여한다.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AI 스피커 ‘누구(NUGU)’를 선보이면서 소비자가 원하는 인공지능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누구나 주식회사’를 론칭했다. ‘누구나 주식회사’를 통해 제안된 우수한 아이디어들은 지속해서 ‘누구’에 적용되기 때문에 실생활에 필요한 인공지능 서비스를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SK텔레콤의 목표다. 이밖에 종합건축자재 업계인 LG하우시스와 한화L&C, 한솔홈테코 등 매년 주부 프로슈머를 모집하고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인테리어 시장의 경우 주부들의 선택권이 높기 때문에 그들이 프로슈머로써 활동하면서 제품의 질적 향상은 물론 입소문 효과까지 기대할 수 있다”고 말한다.
 
‘내’가 데뷔시키고 싶은 아이돌 직접 선택
 
산업 전반에 등장한 프로슈머는 제품뿐만 아니라 문화에서도 그 영향력을 미쳤다. 케이블 음악 방송 채널 M.net에서 선보인 <프로듀서 101>이 바로 대표적인 프로슈머 마케팅이다. 
 
H.O.T.나 god, 핑클 등이 등장한 1990년대 중후반부터 형성된 우리나라 ‘아이돌’ 산업은 연예기획사에서 자체적인 오디션을 통해 ‘연습생’을 뽑고 정식 가수로 데뷔할 ‘팀’을 만들어 시장에 선보이는 방식이었다. 그 과정에서 소비자가 개입하는 부분은 없었다. 기획사에서 모든 것을 만들어 내놓은 아이돌이 마음에 들면 소비하고,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른 아이돌을 좋아하는 방법밖에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이돌 산업이 어느덧 20여 년이 넘어서자 소비 시장에는 변화의 흐름이 맴돌았다. 이러한 변화의 기운을 더욱 본격적으로 활용한 것이 바로 <프로듀서 101>이다. <프로듀서 101>에는 아이돌을 꿈꾸는 101명의 연습생이 등장한다. 소비자는 그중 마음에 드는 연습생을 선택해 온라인으로 직접 투표하고 투표수 상위 11명은 한 팀을 이뤄 데뷔한다. 또한 가장 많은 투표를 받은 1위 연습생은 팀의 중심(센터)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팬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투표에 참여한다.
 
즉 소비자는 이미 만들어진 아이돌을 선택하는 ‘컨슈머’가 아닌, 그룹 멤버를 직접 원하는 대로 구성하고 조합할 권한을 부여받은 ‘국민 프로듀서’가 된 것이다. 또한 ‘내가 직접 만든 아이돌’이다 보니 그들의 성공을 바라며 소비자는 지갑을 열어 아낌없이 그들에게 투자한다.
 
에너지 자급자족하는 ‘에너지 프로슈머’
 
최근에는 전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에너지 프로슈머(Energy prosumer)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면서 앞으로의 소비자는 에너지를 직접 생산하고 사용할 뿐만 아니라 남는 에너지를 P2P 거래 등으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와 한국전력공사(한전)는 지난해 3월부터 ‘프로슈머 이웃 간 전력거래 실증사업’을 시범 도입하고 있다. 산업부는 “프로슈머가 생산하는 전기가 늘어나면서, 기존 전력판매사가 주도했던 전력거래시장에서 전기를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주체로 등장”했다며 “프로슈머와 이웃 간 거래는 프로슈머가 스스로 생산하고 남는 전기를 누진제 등으로 전기요금 부담이 큰 이웃에게 판매하는 혁신적인 전력거래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소비자는 그동안 유일하게 전기를 공급했던 한전 이외에도 전기의 일부를 에너지 프로슈머로부터 구매함으로써 전기요금 부담을 완화할 수 있다.
 
이밖에도 프로슈머에서 더욱 발전된 개념으로 스스로 제품을 창조하는 ‘크리슈머(Creative+Consumer)’와 체험적 소비자 ‘트라이슈머(Try+Consumer)’, 실용적 소비자 ‘스마트슈머’ 등 변화하는 소비문화와 더불어 새로운 소비자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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