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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작은 투자로 큰 만족도 얻는나만을 위한‘작은 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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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호]작은 투자로 큰 만족도 얻는나만을 위한‘작은 사치’
  • 기획취재팀
  • 승인 2017.03.09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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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탕 심리 자극하는 시장 커져

[소비라이프 / 기획취재팀]미국 대공황 시절이었던 1930년대, 당시 어려운 경제에도 불구하고 립스틱 매출은 상승하는 기이한 현상이 있었다. 경제학자들은 이를 근거로 경제가 불황일 때 높은 비용의 사치품을 구매할 수 없는 소비자들이 립스틱과 같은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제품을 구매하고 만족도를 얻으려는 소비패턴을 ‘립스틱 효과’라고 이름 붙였다. 최근 장기적인 경제불황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립스틱 효과’가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유행처럼 생겨나고 있는 ‘인형 뽑기방’과 ‘고급 디저트 가게’ 등이 대표적 사례이다. 특히 저렴한 비용을 투자해 인형을 뽑을 수 있는 ‘인형 뽑기’는 불황 속 소비자들의 ‘한탕 심리’를 자극하면서 전국적으로 불야성을 이루고 있다. 이 밖에도 합리적인 가격대의 소비를 통해 럭셔리한 기분을 느끼는 ‘작은 사치’ 열풍 등이 올해에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은 사치의 대표적 사례는 고급 디저트
 
하루가 다르게 경제불황에 대한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가계부채는 사상 최고인 1,300조를 돌파했으며 실업률은 날로 치솟고 있다. 지난 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6년 연간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층(15~29세)의 실업률은 9.8%로 전년 대비 3만 7천 명의 실업자가 더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실제로는 20%가 훨씬 넘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렇게 경제 불황이 장기화되고 실업률이 높아질수록 무기력증과 우울함, 상실감에 젖기 쉬운 사람들은 이를 벗어나기 위해 ‘나만을 위한 작은 사치’로 큰 만족도를 얻고자 한다. 이를 ‘작은 사치(Small indulgence)’ 또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라고 한다.
 
‘작은 사치’는 립스틱과 같은 작은 뷰티 제품을 구매하며 만족감을 느꼈던 ‘립스틱 효과’가 좀 더 확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작은 사치’의 대상이 되는 소비 시장은 뷰티와 패션뿐만 아니라 전방위로 그 영향력이 퍼져나가며 유통업계의 ‘블루칩’으로 떠오르고 있다.
 
‘작은 사치’로 가장 대표되는 것이 바로 디저트 시장이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2016년 국내외 디저트 외식시장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디저트 외식시장 규모는 지난 2014년 매출액 기준 8조 9,76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3.9% 성장한 것이며 전체 외식 시장(83.8조 원)의 약 10.7%를 차지한다. 디저트의 범위를 ‘식후에 제공되는 음식 또는 음료류와 더불어 간식으로 먹을 수 있는 가벼운 음식’으로 규정하고 시행한 이 조사에 따르면 국내 제과점업(제과·제빵)은 고품질·단일품목 전문점 등 시장이 더욱 다양화·세분화되면서 디저트 업종 중 기술력으로 가장 선진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또한 국내 커피 시장은 주 소비층인 30~40대를 중심으로 스페셜티커피 등 고급 커피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고 있는 추세이다. 더불어 전체 디저트 외식시장에서 떡이 차지하는 비중은 작으나, 한식 디저트와 프리미엄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퓨전 떡과 수제 프리미엄 떡 제품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로 나타났다.
 
한편 남성보다는 여성이, 50대 이상보다 20~30대 소비자가, 다른 지역보다 서울지역 내 소비자가 더 다양한 디저트를 구매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달콤한 맛으로 지친 소비자 마음 달래
 
프리미엄 디저트가 유달리 ‘작은 사치’ 품목에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은 화려하고 예쁜 외형과 달고 부드러운 맛으로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20~30대 청년층들의 눈과 입 모두를 만족하게 해주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예쁜 외형의 디저트들은 인스타그램과 같은 SNS를 통해 빠르게 전파되며 20~30대 여성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렇게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이 식음료 업계의 화두로 떠오르자 백화점에서는 국내외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앞다퉈 입점 시켰다. 롯데백화점 본점에는 프랑스 디저트 브랜드인 ‘위고에빅토르’가 입점해 있으며 신세계 백화점 강남점은 프랑스 유명 마카롱 브랜드인 ‘라뒤레’를 마카롱 카페 콘셉트로 오픈했다. 현대백화점은 미국의 정통 컵케이크 전문점인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와 대만의 ‘락카스테라’를 입점시켰다. 특히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매그놀리아 베이커리’의 매출은 전 세계 판매량 1, 2위를 다툴 정도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국내 소비자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핸드폰 케이스 자주 바꾸며 만족감 느껴
 
‘작은 사치’는 꼭 비싼 물건을 사는 것만 해당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핸드폰 케이스를 자주 바꾸는 것 또한 ‘작은 사치’의 일부라고 보는 견해가 늘고 있다. 100만 원을 호가하는 스마트폰은 자주 바꿀 수 없으니 대신 핸드폰 케이스를 자주 바꿈으로써 새로운 기분을 느끼고 만족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주얼리 시장도 ‘작은 사치’ 바람을 타고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과거의 주얼리 시장은 다이아몬드 등의 고급 보석(Fine Jewelry)이 주를 이뤘지만, 지금은 큐빅 등 저렴한 원석으로 만드는 코스튬 주얼리(Costume jewelry)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 소비자들은 얇은 실반지나 저렴한 귀걸이 등을 그날그날 기분과 옷에 따라 바꿔가며 착용한다. 크게 바뀌는 것이 없더라도 기분전환에 큰 도움이 되고 ‘패션 피플(패션에 관심이 있고 옷을 잘 입는 사람을 칭하는 신조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를 위해 투자하는 ‘포미족’
 
 
최근 1인 가구의 비중이 급격하게 상승하면서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포미족(For Me 族)’이 등장했다. 포미족은 건강(For health), 싱글족(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알파벳 앞글자를 따 만든 신조어이다. 포미족들은 오늘의 행복을 내일로 미루지 않고 ‘현재의 자신’이 행복한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기존 세대들이 ‘더 나은 삶을 위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자동차를 사기 위해’ 등 어떠한 미래의 목표를 위해 고된 현실을 인내하고 감내해왔다면, 최근의 ‘포미족’들은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 현실을 즐기면서 온전히 ‘나’를 위해 투자한다. NH투자증권은 지난 2015년 7월 발표한 <이건 지를래! 나만의 위한 작은 사치> 시장분석 보고서를 통해 “줄어든 월급봉투에 팍팍한 일상에도 애견용품, 고가의 자전거, 프리미엄 오디오, 피규어, 럭셔리 여행, 고급레스토랑 등에 대한 수요는 확대되고 있다”며 “작은 사치는 불황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심리 약화로 부동산 등과 같은 자산에 대한 구매 욕구가 저하되면서 먼 미래보다 현재의 나에게 보상을 주고자 하는 심리의 발현”이라고 말했다.
 
이런 포미족들은 가족부양의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 1인 가구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통계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한국의 사회 동향 2016’에 따르면 25~39세 1인 청년 가구의 경상소득 대비 소비지출 비중은 2015년을 기준으로 각각 여성 청년 가구는 64.7%, 남성 청년 가구는 53.5%로 조사됐다. 소비지출 중 식사비 지출 비중은 남성이 21.1%로 여성(12.8%) 보다 높은 반면, 의류 및 신발 지출 비중은 여성이 9.5%로 남성(6.3%)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포미족들은 경제적 여유가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작은 사치’를 누린다. 주로 프리미엄 디저트를 즐기고 네일아트샵이나 마사지샵, 피부관리실 등에서 관리받으며 만족감을 느끼고 스트레스를 풀거나, 특별한 기념일이 아닌 평소 같은 날에도 훌쩍 호텔로 떠나 1박을 묵으며 일탈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렇게 자신을 위해 스스럼없이 지갑을 여는 포미족이 늘자 호텔업계에서는 포미족을 타깃으로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등을 선보이고 있다.
 
그랜드 힐튼 서울은 지난달 1인 숙박객을 위한 ‘포미 패키지’를 60객실 한정 선착순으로 선보였다. 패키지는 주로 객실 1박, 1인 조식, 사우나 무료 이용 등의 혜택이 포함돼 있다. 더불어 쉐라톤 서울 디큐브시티 호텔은 객실 1박과 스파 이용, 조식 등이 포함된 ‘힐링 스파 패키지’를 포미족을 위해 출시했다. 
 
이외에도 LG전자는 와인을 즐기는 포미족을 위한 ‘디오스 와인셀러’를 출시했으며 깔끔하게 옷을 관리할 수 있는 ‘트롬 스타일러’ 등을 출시했다. 편의점 또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포미족이 대부분 1인 가구인 것에 착안해 이들을 겨냥한 프리미엄 도시락, 디저트 등을 자체브랜드(PB) 상품으로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한탕 심리 자극하는 시장 커져
 
한편 경제가 침체될수록 많이 팔린다는 ‘복권’, ‘담배’, ‘술’ 등은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2016년 상반기 복권 판매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동안 판매된 복권은 총 1조 8,925억 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6.9%나 증가한 것이다. 또한 지난해 전체 판매규모는 약 3조 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복권 등과 같은 ‘한탕 심리’를 자극하며 최근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이 바로 ‘인형 뽑기 방’이다. 문화체육관광부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따르면 가게 이름에 ‘뽑기’가 들어간 업체 수는 지난 2015년 21곳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8월 147곳으로 증가했고 11월에는 500곳으로 급증했으며 올해 1월을 기준으로 1,160곳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무려 1년 사이에 약 50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인형 뽑기 방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는 것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물가상승과 경기 불황 등으로 힘든 서민들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인형을 뽑아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성취감을 얻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우리나라보다 먼저 장기불황을 겪었던 일본에서도 인형 뽑기 방이 크게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이런 인형 뽑기 방이 성행하는 모습 등은 우리나라의 슬픈 자화상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우리나라 청년층 사이에서 헬(Hell; 지옥)과 조선을 합친 신조어인 ‘헬조선’이란 단어가 유행하며 우리나라를 지옥과 같다고 느끼는 가운데, 취업 전쟁이 지친 청년들이 일상 속에서 작은 만족감과 성취감을 얻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인형 뽑기 방을 찾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트위터 등의 SNS에서는 청년들이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바탕으로 금전적인 여유가 있는 삶을 누리고 있다면 인형 뽑기 방에서 인형을 뽑고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이나 취미생활 등으로 삶을 즐겼을 것이란 자조적인 목소리가 큰 공감을 얻고 있다.
 
‘작은 사치’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제품과 마케팅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이를 경제 불황의 슬픈 모습으로 인식하고 건강하게 나아갈 방향을 찾는 것도 중요해 보인다. ‘작은 사치’의 주요 소비자층인 청년층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안정적인 구직 시장과 취업을 통한 재정적 기반 마련으로 자신이 원하는 여유로운 취미생활을 갖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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