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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나빠요! 월급도 안 주고 퇴직금도 안주고….’   고용주가 월급과 퇴직금을 떼먹는 건 동서고금을 가리지 않고 늘 있는 일이다. 특히 노동자가 약자일 수밖에 없는 환경에선 더 많이 일어난다. 최근 상담한 사건을 소개할까 한다.  의뢰인은 2003년 2월 서울 강남역 부근의 법무법인에 들어가 최근 그만뒀다. 법무법인에선 의뢰인이 입사 때 퇴직금이 포함된 연봉제를 시행하면서 임금동의서와 연봉계약서를 썼다.   그에 따라 매달 월급날 때 퇴직금을 합쳐 줬으므로 더 이상 줄 퇴직금이 없다며 퇴직금을 주지 않겠다고 한다. 하지만 의뢰인은 매달 월급만 받았다. 이럴 때 퇴직금을 받을 수 있는지 물어왔다.  법 덕분에 먹고 사는 곳이 법무법인이다. 법무법인이 근로기준법에 어긋나는 퇴직금체계를 운영했을까. 법률전문가들이 모인 법인체라 상담초기엔 근로기준법을 지켰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법률과 판례를 검토하면서 이상한 점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연봉에 포함해도 효력 없어  연봉제란 업무성과에 따라 임금을 1년 단위로 계약하는 제도다. 고용주는 노동자와 연봉제계약을 맺으면서 해마다 주는 연봉 속에 퇴직금이 들어있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노동자와 고용주간에 해마다 연봉제계약을 맺고 연봉제계약체결일 기준 1년간 연봉의 1/12로서 매달 급여를 받았더라도 이는 임금인 연봉의 1/12을 준 것에 머문다고 봐야 한다.   이런 편법은 포괄임금지급에 불과하다. 강행법규인 근로기준법과 2005년도부터 시행 중인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에 어긋나므로 당연히 퇴직금지급 효력이 없다.5인이상 사업자 법으로 퇴직금 규정  고용관계가 성립돼 있는 직원 5인 이상의 사용자(고용주)의 경우 근로기준법 제34조는 퇴직하는 근로자(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줄 수 있는 제도를 만들 것을 규정하고 있다.   대법원도 ‘퇴직금은 근로관계 종료를 요건으로 생기는 것으로 근로계약이 있는 동안엔 원칙으로 퇴직금을 줄 의무가 생길 여지가 없다. 따라서 사용자와 근로자 사이에 매월 받는 임금 안에 퇴직금이란 이름으로 일정액을 주기로 하고 사용자가 이를 줬다고 해도 그건 구 근로기준법 제28조(현행 근로기준법 제34조 및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8조 참조)에서 정하는 퇴직금지급으로서의 효력은 없다’고 했다(대법원 1998년 3월 24일 선고 96다24699 판결, 2002년 7월 12일 선고 2002도2211 판결).  법을 잘 아는 게 아니라 고용주에게 편한 대로 법을 해석, 적용한 법무법인이다. 매 연말에 퇴직금명목으로 한 달 월급을 더 줬더라도 근로기준법상 요건들(피용자 대표와의 서면동의와 취업규칙)을 갖추지 못했으면 퇴직금지급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퇴직 때 퇴직금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을 주기 위한 고용주의 꼼수에 불과한 까닭이다. 법 덕분에 먹고 살면 법을 더 잘 지켜야 한다. 결론적으로 의뢰인은 법무법인에 퇴직금을 청구할 수 있다. 

소비라이프Q | 소비라이프뉴스 | 2009-08-25 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