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진 금감원장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규제샌드박스 검토”
[소비라이프 / 김현식기자]
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밀려나 불법사금융에 노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등록 대부업을 ‘서민금융’ 또는 ‘생활금융’으로 전환하고, 자금조달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이 국회에서 나왔다.
‘불법사금융 근절을 위한 서민금융 활성화 방안 정책토론회’가 지난 10월 1일 국회도서관 소강당에서 열렸다. 토론회는 강준현·박상혁·손명수·이강일·김용만·한민수 국회의원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대부금융협회가 후원했다.
이날 참석자들은 제도권 금융의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이 불법사채 시장으로 내몰리는 구조를 끊으려면 등록 대부업의 역할을 다시 정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부업’ 낙인 없애고 서민금융 기능 강화해야
토론회에서는 ‘대부업’이라는 명칭이 합법적으로 등록·감독받는 금융회사까지 불법사채업자와 동일하게 인식하게 만드는 부정적 효과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대부업법을 개정해 업종 명칭을 ‘서민금융업’이나 ‘생활금융업’으로 바꾸고, 불법사금융과 등록 금융회사를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만 단순히 이름만 바꾸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소비자 보호와 준법경영 요건을 충족한 우수 등록업체를 선별하고 은행권 차입 규제 완화, 정책금융 연계, 신용보증 지원 등 실질적인 자금조달 통로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중·저신용자가 제도권 금융에서 배제돼 불법사금융으로 이동하지 않도록 등록 대부업을 합법적인 서민금융의 한 축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대부업체가 은행보다 높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우수 업체의 은행권 차입을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덕주 골든캐피탈대부 대표도 대부금융시장 위축이 불법사금융업자에게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며 차입 규제 완화와 정책금융·신용보증 연계 확대를 요청했다.
금감원,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 검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와 함께 대부업권의 사회적 책임, 준법경영 문화 정착을 주문했다. 특히 은행 등이 중·저신용자에게 대출할 때 대부업체가 심사와 보증을 맡는 ‘일본식 보증사업 모델’에 관심을 보이며 규제샌드박스를 통한 시범 운영 가능성을 밝혔다.
송경용 금융감독원 서민금융보호국장은 개인 신용대출과 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방안과 함께 온라인 불법사금융 노출을 줄이기 위한 공동 대부중개 플랫폼 운영 방안을 제안했다.
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장은 등록 대부금융회사에서 법정 최고금리를 위반한 사례가 확인될 경우 협회가 피해 확인과 초과 수취 이자 환급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강준현 의원은 “돈이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불법사금융에 손을 내밀지 않아도 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며 토론회에서 제시된 방안을 대부업법 등 실질적인 제도 개선으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
대부업, 등록업체에게는 자금조달 확보, 소비자에게는 안전한 이용이 중요
소비자 측 토론자로 참석한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부회장은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공급 확대가 무분별한 대출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지적하면서, 차주의 소득과 부채, 상환능력을 면밀히 심사하는 책임대출 원칙을 확립하고 과도한 채권추심 관행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금융당국에게는 우수 대부업체의 영업환경과 자금조달을 지원하되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를 함께 강화해 저신용자가 불법사금융으로 밀려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금융소비자 입장에서는 명칭 변경보다 저신용자가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금융 통로를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등록업체에는 자금조달 기회를 넓혀 주되 금리·추심·설명의무에 대한 감독과 소비자 피해구제를 강화해야 한다.
대부업이 불법사금융으로 넘어가는 길목을 차단하는 ‘마지막 금융 안전망’으로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불법사금융 근절의 출발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