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럼] 언제까지 '경자유전의 틀' 속에 빠져 허우적 댈 것인가?....농업정책 미래로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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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럼] 언제까지 '경자유전의 틀' 속에 빠져 허우적 댈 것인가?....농업정책 미래로 가자!
  • 조연행 기자
  • 승인 2026.10.03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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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정책 경자유전의 틀을 넘어, 미래로 넘어가야!
- 식량안보를 명분으로 한 관성적 지원에서 생산성·공익·농촌 활력 중심으로 바꿔야!

[ 조연행 컬럼 ] 인공지능이 생산을 관리하고 로봇이 농작물을 수확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다.

그런데 농지정책은 여전히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틀에 묶여 있다. 시대는 달라졌는데 정책의 기본 전제는 충분히 바뀌었는가. 이제 이 질문을 피해서는 안 된다. 경자유전은 지주와 소작농 사이의 불평등을 바로잡고 농민의 삶을 지키려는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그러나 과거에 정당했던 원칙이라고 해서 오늘날에도 같은 방식으로 적용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농민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가 새로운 투자와 전문 경영, 합리적인 토지 이용을 가로막는다면 그 운용 방식부터 재검토해야 한다. 헌법 제121조는 경자유전 원칙과 소작제도 금지를 규정하면서도, 농업생산성을 높이고 농지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기 위한 임대차와 위탁경영을 법률에 따라 인정하고 있다.

헌법 자체도 생산성과 합리적 이용의 필요성을 열어 놓은 것이다. 농지제도를 논의할 때 이 부분을 함께 봐야 한다. 문제는 농지의 소유와 경영을 지나치게 동일시하는 사고다. 토지 소유자, 자본 투자자, 전문 경영자, 실제 작업자가 반드시 같은 사람이어야 효율적인 농업이 되는가.

스마트팜과 자동화 시설, 공동 영농과 전문 농업경영이 필요한 시대에는 각자의 역할을 결합할 수 있어야 한다. 정책은 그 결합을 촉진하면서 실제 경작자의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

농업 재정도 냉정하게 따져봐야 한다. 2026년 농림축산식품부의 확정 예산은 20조 1,362억 원이다. 이 예산 전체가 적자 농사를 보전하는 지원금은 아니다. 식량 공급, 재해 대응, 농촌 생활 기반, 기술투자 등 여러 목적의 지출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막대한 재정을 투입하는 만큼, 어떤 사업이 농업의 자립과 생산성을 높이고 어떤 사업이 비효율을 연장하는지 엄격하게 평가해야 한다.

지원이 없으면 유지하기 어려운 생산구조를 장기간 보전하면서 이를 모두 식량안보로 설명하는 정책은 설득력이 약하다. 지원의 목적과 성과가 불분명하고, 구조 개선 없이 같은 지출이 반복된다면 국민은 그 비용을 계속 부담하게 된다. 식량안보는 중요하다. 국제 분쟁과 공급망 교란에 대비할 국내 생산 기반도 필요하다. 그렇다고 모든 작물과 모든 농지를 같은 방식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식량안보는 위기 때 국민에게 필요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할 능력이다. 핵심 품목의 국내 생산, 비축, 수입선 다변화, 물류와 저장시설, 종자와 농업기술을 함께 설계해야 한다. 정부는 전략적으로 유지해야 할 생산에 어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지 공개해야 한다. 시장 수익성은 낮아도 국가적으로 필요한 생산이라면 그 공익에 대한 대가를 명확히 지급하면 된다.

반대로 수요와 생산여건이 맞지 않는 분야는 작목 전환과 경영 개선을 지원해야 한다. 모든 비효율을 식량안보라는 말로 덮어서는 정책의 우선순위를 세울 수 없다. 농민의 생활 안정과 농업의 산업 경쟁력도 구분해서 다뤄야 한다. 고령 농민의 생계와 복지는 국가가 책임 있게 지원해야 한다.

다만 생활 지원을 받기 위해 경제성이 낮은 농사를 계속해야 하는 구조는 합리적이지 않다. 은퇴와 농지 이양을 원하는 농민에게는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농업을 이어갈 청년과 전문 경영자에게는 장기적으로 농지를 이용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경자유전의 낡은 농업정책을 미래로 향하는 농업정책으로 전홚라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조연행 필자
경자유전의 낡은 농업정책을 미래로 향하는 농업정책으로 전홚라 때가 됐다고 주장하는 조연행 필자

농지정책의 중심 역시 ‘누가 소유했는가’에서 ‘어떻게 이용하고 어떤 성과를 내는가’로 옮겨야 한다. 생산에 적합한 우량농지는 확실히 보호하되, 적법한 장기 임대와 공동 경영을 확대해 규모화와 기술투자가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투자자가 참여하더라도 실제 경작자의 계약 안정성과 정당한 보수가 보장되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농촌의 다양한 활용도 열어야 한다. 생산성이 낮거나 농업 여건이 불리한 토지는 지역계획과 환경 기준에 따라 가공·유통, 체험·관광, 돌봄과 생활서비스 등으로 활용할 길을 넓힐 필요가 있다. 농촌 주민이 농사 이외의 소득을 얻고, 청년이 들어와 일하며, 지역에 사람이 머물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농지 규제 개편이 무분별한 개발과 투기의 통로가 돼서는 안 된다.

우량농지 보전, 개발이익 환수, 환경 관리, 경작자 보호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투기 억제라는 목표와 생산성 향상이라는 목표를 정교하게 조정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농업 지원은 앞으로 무엇을 이루기 위한 지출인지 분명해야 한다. 생산비를 낮췄는가, 공급 위기에 대응할 능력을 높였는가, 토양과 물을 보호했는가, 농민의 소득과 농촌의 일자리를 개선했는가. 이러한 성과를 기준으로 예산을 평가하고, 효과가 부족한 사업은 전환해야 한다.

경자유전을 절대적인 금기로 취급해서는 미래 농업을 설계하기 어렵다. 현행 헌법이 허용하는 합리적 이용과 경영의 폭을 충분히 넓히고, 그것으로도 해결되지 않는 제약은 사회적 논의를 거쳐 헌법 개정까지 검토할 수 있어야 한다.

농민에게 필요한 것은 수익이 나지 않는 농사를 계속하도록 만드는 정책이 아니라, 안정된 생활과 새로운 선택의 기회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투입액을 자랑하는 농정이 아니라, 합리적인 비용으로 먹거리를 지키는 농정이다.

 과거의 소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한 틀만으로 미래의 농업을 운영할 수는 없다. 정부와 국회는 경자유전의 경직된 운용을 재검토하고, 생산성·식량안보·공익·농촌 활력을 중심으로 농업정책을 전환해야 한다. 농업의 미래는 지원 규모보다 정책의 방향에 달려 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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