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안전 예방 컨트롤타워’가 되는 학교안전공제 중요
[소비라이프 / 선종복의 글로컬스토리]
올해 서울의 전체 학생수가 처음으로 80만명 아래로 떨어졌다. 2026학년도 서울 학생 수는 78만2,104명으로 지난해보다 2만 8,304명이 더 줄었다. 전국 초/중/고 학생 수도 2025년 501만 5,310명에서 올해 483만 6,890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됐다. 교육부는 2031년 전체 학생수가 381만명대로 내려 갈 것으로 전망한다.
학생이 줄면 학교는 더 안전해질까. 교실과 운동장이 한산해지니 사고도 자연스럽게 줄 것 같지만 현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통계가 입증한다.
학교안전공제중앙회(이하 공제중앙회)의 2025년 통계에 따르면 학교안전사고는 22만136건으로 전년보다 8,486건 증가했다. 이 가운데 체육공간에서 발생한 사고가 13만3,487건으로 60.6%를 차지했다. 학생 감소와 사고 증가 사이에 단순한 인과관계를 설정할 수는 없지만, 학생 수만 줄인다고 학교의 위험까지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는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아이는 줄고, 학교가 책임져야 할 공간은 넓어진다
저출생이 학교에 만드는 위험은 ‘학생 수’보다 ‘구조의 변화’에서 나타난다.
학생이 줄어든 지역에서는 소규모 학교와 복식학급이 늘어나고 학교 통폐합도 진행 중이다. 올해 졸업생이 10명 이하인 초·중·고교는 전국 1,863곳이며, 2030년에는 2,026곳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가운데 초등학교가 78.8%를 차지한다.
학교가 통합되면 학생들은 더 먼 거리를 이동해야 한다. 학교 안의 교실과 운동장뿐 아니라 집 앞 승차 지점, 통학버스, 환승 장소, 학교 정문까지 모두 학교안전의 영역에 포함된다. 농산어촌에서는 굽은 도로와 겨울철 결빙, 폭우와 폭설, 야생동물 출현까지 통학 위험에 포함된다.
소규모 학교는 교직원도 적다. 한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 행정업무와 안전관리를 동시에 담당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복식학급에서는 연령과 발달단계가 다른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한다. 체육수업이나 현장체험학습 때 학생별 운동능력과 안전 이해도의 차이를 함께 살펴야 한다. 사고가 발생해 교사 한 명이 학생을 병원으로 인솔하면 남은 학생을 돌볼 대체 인력이 부족한 문제도 대비해야 한다.
통폐합 학교에서는 서로 다른 지역과 학교문화를 경험한 학생들이 한 공간에서 새롭게 관계를 맺는다. 학교폭력 예방, 심리·정서 지원, 통합된 학생생활 규칙까지 안전정책에 포함해야 한다.
학생 수가 적다는 이유로 예산과 인력까지 비례해 줄이면 학생 한 명을 둘러싼 보호망은 오히려 느슨해진다. 저출생 시대에는 ‘몇 명을 관리하는가’보다 ‘한 명에게 어떤 위험이 집중되는가’를 살펴야 하는 이유다.
학교안전 - 보상기관을 넘어 예방기관이 역할을 높여야 한다
학교안전공제제도는 학생이 다친 뒤 치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은 학교안전사고의 예방과 피해의 신속·적정한 보상을 함께 목적으로 한다. 이 법에 따라 설립된 학교안전공제중앙회도 학교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조사·연구와 정책 지원 기능을 맡고 있다.
공제중앙회는 전국에서 발생하는 사고의 장소와 시간, 활동 유형, 피해 정도와 공제급여 자료를 축적하고 있다. 2025년부터 ‘학교안전사고 및 보상통계’는 국가승인통계로 관리되고 있다. 이 데이터는 사고 이후 지급액을 계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음 사고가 발생할 장소와 상황을 찾아내는 예방자료로 활용돼야 한다.
공제중앙회가 교육부, 시·도교육청, 지역 공제회와 학교를 연결하는 ‘학교안전 예방 컨트롤타워’로 기능을 현재보다 더 강화해야 한다. 필요성이 강조되는 교육환경을 6가지로 정리해 본다.
첫째, 작은 학교 안전 실태를 전수조사해야 한다
통폐합 학교, 분교장, 학생 수 일정 기준 이하의 소규모 학교와 복식학급 학교를 대상으로 특별 안전 실태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조사는 교실과 건물의 시설 상태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통학 거리와 소요시간, 통학버스 승하차 지점, 교직원과 보건인력 배치, 응급의료기관까지의 이동시간, 체육시설과 노후장비, 화재·재난 대피 여건, 학교폭력과 심리·정서 지원체계까지 포함해야 한다.
조사 결과를 토대로 ‘학교안전 취약도 지수’를 만들 필요가 있다. 학생 수가 아니라 통학 위험, 교직원 수, 복식학급 여부, 의료 접근성, 노후시설, 최근 사고 이력을 종합 분석해 지원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학생 수가 30명으로 같다 해도 도심 학교와 산간벽지 학교의 위험은 다르다. 지원은 동일 배분이 아니라 위험의 크기에 따라 달라져야 한다.
둘째, 통학로와 통학버스를 학교안전에 포함해야 한다
통폐합으로 통학거리가 늘었다면 그 위험은 학생과 학부모가 감당할 개인 문제가 아니다. 통폐합을 결정한 교육행정이 책임져야 할 공적 위험이다.
공제중앙회는 전국 공통의 통학안전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 통학버스 운전자와 동승보호자 교육, 승하차 학생 확인, 차량 운행기록과 위치정보 관리, 과속·급정거 점검, 폭우·폭설·결빙 시 운행 중단 기준, 사고 발생 시 연락과 대체수송 절차를 표준화해야 한다.
학교·교육청·지자체·경찰·도로관리기관이 매 학기 통학로를 합동 점검하고, 위험구간과 개선 결과를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가 직접 위험 장소를 표시하는 ‘통학로 안전지도’도 정례화할 필요가 있다.
셋째, 체육 활동을 금지하지 말고 안전을 표준화해야 한다
학교안전사고가 체육 활동과 체육공간에 집중된다는 이유로 공놀이와 운동을 금지하는 학교가 늘어난다면 안전은 확보될지 몰라도 교육활동은 위축된다.
해법은 활동 금지가 아니라 안전한 활동 기준을 만드는 것이다. 축구·농구·뜀틀·수영 등 종목별 준비운동과 보호장비, 학생 수 대비 지도인력, 시설 바닥과 골대 점검, 학생 건강상태 확인, 폭염·한파·미세먼지 대응 기준을 표준화해야 한다.
교사가 종목별 위험을 모두 개인적으로 판단하게 해서는 안 된다. 공제중앙회가 반복 사고 사례를 분석해 수업 전 점검표, 연령별 활동 기준, 사고 발생 시 응급조치와 의료기관 이송 절차를 제공해야 한다.
안전 때문에 뛰어놀지 못하는 학교가 아니라, 안전하게 뛰어놀 수 있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예방정책의 목표가 돼야 한다.
넷째, 권역별 순회 안전지원팀이 작은 학교를 찾아가야 한다
소규모 학교에 안전업무 담당자를 별도로 배치하기 어렵다면 여러 학교를 지원하는 권역별 순회 안전지원팀을 운영할 수 있다.
안전전문가, 보건인력, 시설점검 인력, 상담인력으로 구성된 지원팀이 학교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시설점검, 응급처치 교육, 재난대피 훈련과 체육활동 컨설팅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사고 발생 시에는 현장 대응뿐 아니라 학생과 교직원의 심리회복까지 지원해야 한다.
중요한 것은 교사에게 점검표와 보고서를 맡기는 부담을 더 주지 말자는 것이다. 예방정책이 새로운 행정업무가 되면 교사가 학생을 관찰할 시간은 오히려 줄어든다. 부족한 전문성을 학교 밖 공공지원체계가 보충해야 한다.
다섯째, 보상 데이터를 학교별 예방경보로 바꿔야 한다
어느 학교급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활동을 하다가 사고가 반복되는지 분석하면 유사한 사고를 미리 막을 수 있다.
공제중앙회는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지역·학교급·시설·활동별 사고 유형을 분석해 학교에 맞춤형 위험경보를 제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노후 체육관 바닥에서 미끄럼 사고가 반복되거나, 특정 놀이기구와 체육 종목에서 골절 사고가 늘면 비슷한 시설을 가진 학교에 점검경보를 보내는 방식이다.
사고가 반복되는 학교에는 처벌보다 우선적으로 컨설팅과 시설개선비를 지원해야 한다. 예방 노력으로 사고가 줄어든 학교에는 추가 지원을 제공해 안전투자가 학교의 부담이 아니라 학생안전 관리성과가 되도록 해야 한다.
여섯째, 예방사업을 위한 별도 재원을 보장해야 한다
예방 역할을 강화하려면 선언만이 아니라 비용과 사람이 따라야 한다. 학교안전공제 및 사고예방기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소규모·통폐합 학교 예방사업에 우선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통학버스 안전장치, 노후 체육시설 교체, 자동심장충격기와 응급장비, 안전인력과 순회지원팀 운영비를 지원하고, 그 집행 결과를 매년 공개해야 한다.
공제중앙회도 매년 ‘저출생 지역 학교안전 보고서’를 발간해 위험 수준, 개선 실적, 사고 감소 효과와 남은 과제를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저출생 시대 학교안전선언
이제 국가와 교육당국, 학교와 지역사회가 다음과 같이 선언할 필요가 있다.
하나, 모든 학생은 학교 규모와 거주지역에 관계없이 동등한 안전을 보장받는다.
둘, 학교 통폐합으로 발생한 통학 위험을 학생과 학부모에게 떠넘기지 않는다.
셋, 학생 수가 적은 학교일수록 안전 인력과 전문 지원을 더 촘촘하게 제공한다.
넷, 학교안전공제제도는 사고 뒤 보상에 머물지 않고 사고 전 예방을 우선한다.
다섯, 학교와 교육청, 지자체와 지역사회는 학생의 등교부터 귀가까지 공동으로 책임진다.
여섯,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의 위험요인과 개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저출생은 학교를 줄여야 할 위기인 동시에 교육의 기준을 다시 세울 기회다. 학생 수가 많다는 이유로 놓쳤던 개인의 위험을 살피고, 한 명도 보호망 밖에 남겨두지 않는 학교로 전환할 수 있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학교 선택과 통폐합 과정에서 교육과정뿐 아니라 통학시간, 통학버스 운영, 보건·안전인력, 응급이송체계와 체육활동 안전기준을 확인할 권리가 있다. 공제중앙회가 데이터와 예방 재원, 현장 전문인력을 연결할 때 학교는 사고를 보상하는 공간을 넘어 사고를 막는 공간이 된다. 저출생 시대 학부모는 학교가 학생안전 보호공간이자 지역의 교육지킴이로 바로 설 때 아이를 믿고 맡기는 교육적 신뢰와 성원을 보낼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