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종복 글로컬 스토리] '글로컬 한가위', 2026 추석밥상은 전도, 홍동백서도 글로벌을 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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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종복 글로컬 스토리] '글로컬 한가위', 2026 추석밥상은 전도, 홍동백서도 글로벌을 품었다
  • 선종복
  • 승인 2026.09.15 1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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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AI 시대 명절은 마을 담장 안에만 머물러 있지 않다
지역의 정성과 세계의 흐름이 만나 완성되는 밥상, 글로컬추석

[소비라이프/ 선종복 글로컬스토리] 

한가위가 다가오면 어느 집이나 상차림 걱정이 앞선다. 송편을 빚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무치는 손길에는 오랜 세월 이어온 우리 고유의 정서가 담겨 있다.

그런데 명절 밥상을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뜻밖의 풍경이 보인다. 전통 음식 안에 지역의 농수산물과 세계 각지에서 건너온 식재료가 함께 들어 있다. 오늘날 한국의 추석(제사)상은 이미 글로벌 유통망 위에서 완성되는 ‘글로컬 밥상’이다.

 

​동태전의 냉동 명태는 러시아산, 탕국은 우리 땅에서 자란 무와 파, 외국산 고기나 해산물, 세계 곡물시장에서 들어온 콩, 홍동백서 옆에는 열대 과일인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이 놓인다. 신토불이가 담긴 글로컬 제사상이다. (이미지 : Chat GPT)
​동태전의 냉동 명태는 러시아산, 탕국은 우리 땅에서 자란 무와 파, 외국산 고기나 해산물, 세계 곡물시장에서 들어온 콩, 홍동백서 옆에는 열대 과일인 바나나, 망고, 파인애플이 놓인다. 신토불이가 담긴 '글로컬 제사상'이다. (이미지 : Chat GPT)

동태전 한 접시에 러시아 바다와 세계 곡창이 담긴다

추석상에서 빠지지 않는 대표 음식이 전이다. 그중 동태전의 이동 경로를 따라가 보자.

동태전의 주재료인 냉동 명태는 러시아산인 경우가 많다. 정부의 국내 명태 수급 자료에서도 동태가 주로 러시아에서 들어온다고 설명한다. 북태평양에서 잡힌 명태가 냉동·운송 과정을 거쳐 국내 항구와 수산물 도매시장, 대형마트와 재래시장을 지나 우리 가정의 프라이팬에 오른다. 

명태에 묻히는 밀가루도 대부분 수입 밀로 만든다. 여기에 달걀과 소금을 입히고 콩기름이나 카놀라유로 부친다. 식용유의 원료인 콩과 유채 역시 국제 곡물시장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추석 제사상에 올리는 한 접시의 동태전에는 러시아의 바다, 미국·호주·캐나다 등 세계 곡창지대, 국내 양계 농가와 식품회사의 가공·유통망이 함께 담긴다. 국제 곡물가격과 환율, 해상운임이 오르면 전 한 장을 부치는 비용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탕국 한 그릇, 국산 무와 수입 콩·쇠고기의 만남

탕국은 지역과 가문에 따라 재료가 크게 달라진다. 소고기를 넣는 집이 있는가 하면 조개, 문어, 홍합 같은 해산물을 쓰는 지역도 있다. 두부와 무는 비교적 널리 사용된다.

소고기 탕국을 예로 들면 국내산 무와 대파에 한우를 넣을 수도 있지만, 미국산이나 호주산 쇠고기를 선택하는 가정도 있다. 두부 역시 국내에서 생산됐더라도 원료 콩의 원산지는 외국일 수 있다. ‘국내 제조’와 ‘국산 원료’가 반드시 같은 뜻은 아닌 셈이다.

따라서 두부는 제품 앞면의 제조지보다 뒷면의 ‘대두 원산지’를 확인해야 한다. 쇠고기도 가격표에 적힌 원산지와 등급을 함께 살펴보면 국산이기도 하고, 글로벌이기도 하다. 농수산물과 가공식품의 원산지 표시는 소비자의 선택을 돕는 기본 정보다. 

탕국 한 그릇은 우리 땅에서 자란 무와 파, 지역에 따라 선택한 고기나 해산물, 세계 곡물시장에서 들어온 콩이 한 냄비 안에서 만나는 음식이다. 신토불이가 이제는 지키기 쉽지 않은 우리 전통이 되고 있다.

‘홍동백서’ 과일 옆에 자리 잡은 열대과일

차례상 과일을 말할 때 흔히 붉은 과일은 동쪽, 흰 과일은 서쪽에 놓는다는 진설(배열) 방식이다. 다만 이는 모든 가문이 반드시 따라야 하는 단일한 전통 규범은 아니다. 지역과 집안에 따라 과일의 종류와 놓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붉은 과일을 대표하는 사과와 흰색 계열의 배는 여전히 국산 비중이 높다. 경북의 사과나 전남·충남의 배가 산지유통센터와 도매시장을 거쳐 전국 소비자에게 전달된다. 이 과정에는 선별·저장·포장·냉장운송 비용이 붙는다. 이상기후로 생산량이 줄거나 명절 수요가 몰리면 소비자가 체감하는 과일 가격도 달라진다.

최근에는 사과와 배 옆에 바나나, 파인애플, 망고, 수입 포도(샤인머스캣은 국산이 많아짐) 같은 과일을 놓는 가정도 늘었다. 필리핀 등 열대지역에서 생산된 바나나는 선박을 타고 국내에 들어와 검역과 후숙 과정을 거친 뒤 매장에 진열된다. 전통적인 과일 배열에 수입 과일이 더해지면서 차례상과 가족 식탁의 경계도 한층 유연해지고 있다.

송편 옆에 놓인 세계의 명절 음식

다문화가정과 외국인 이주민이 늘면서 추석 풍경도 달라지고 있다. 베트남·필리핀·중국 등에서 온 가족 구성원들은 고향의 중추절 음식과 한국의 명절 음식을 한 상에 차린다. 송편 옆에 월병이나 고향식 튀김·국수 요리가 놓이는 순간, 식탁은 가족의 뿌리와 새로운 생활문화가 만나는 작은 지구촌이 된다. 바로 '글로벌 밥상'이다.

전통은 외부 문화를 밀어낼 때만 지켜지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과 재료를 받아들이면서도 가족이 모이고 조상을 기억하며 수확의 기쁨을 나누는 명절의 중심 가치를 이어갈 수 있다.

올 추석에는 전과 탕국, 과일이 어디에서 생산돼 어떤 경로로 식탁까지 왔는지 한 번쯤 살펴보면 어떨까. 포장지의 원재료명과 원산지, 유통 경로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명절 음식에 담긴 글로벌 세계의 움직임이 보인다.

식품 분야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만 비교하기보다 원재료의 원산지와 국내 제조 여부, 유통 과정과 신선도를 함께 확인하는 소비 습관이 필요하다. 지역 농가가 키운 사과와 배, 해외 바다에서 잡힌 명태, 수입 콩으로 국내에서 만든 두부, 다문화가정의 고향 음식이 한 상에서 어우러지는 시대다.

글로벌 재료와 문화가 한국의 정서 속에 자연스럽게 섞이면서, 우리 추석은 이제 ‘글로컬 한가위’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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