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이팬도 사용법 주의 필요
[소비라이프 / 이강민 기자]
아침에 코팅 프라이팬으로 계란프라이를 부치고, 비 오는 날에는 방수 재킷을 걸친다. 점심에는 종이 포장지에 싸인 햄버거를 먹고, 외출 전에는 오래 지속되는 화장품을 바른다. 너무나 평범한 일상이다. 그런데 이 익숙한 생활용품들 속에 공통적으로 숨어 있을 수 있는 물질이 있다. 바로 PFAS, 이른바 과불화화합물이다.
PFAS는 물과 기름을 잘 밀어내는 성질을 가진 화학물질이다. 쉽게 말해 잘 눌어붙지 않게, 잘 젖지 않게, 잘 번지지 않게 만들어 주는 물질이다. 그래서 코팅 프라이팬, 방수 의류, 식품 포장재, 화장품, 치실, 일부 방수 처리된 의류나 교복 소재 등에 사용되어 왔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 편리한 물질이었다.
문제는 이 편리함의 흔적이 너무 오래 남는다는 점이다. PFAS는 자연 상태에서 잘 분해되지 않아 ‘영원한 화학물질’이라는 별명을 얻고 있다. 한 번 자연환경으로 흘러나가면 물과 토양에 오래 남을 수 있고, 먹이사슬과 생활환경을 거쳐 사람에게 다시 노출될 가능성도 있다.
오늘의 편리함이 내일의 부담으로 돌아올 수 있는 셈이다.
물론 PFAS가 들어간 제품을 한 번 사용했다고 곧바로 건강에 이상이 생긴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매일 사용하는 생활용품을 통해 미량씩 오랜 시간 노출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더 큰 문제는 소비자가 이를 쉽게 알기 어렵다는 점이다. 제품 겉면에는 '방수', '롱래스팅', '논스틱' 같은 장점은 크게 적혀 있지만, 어떤 화학물질이 쓰였는지는 한눈에 확인하기 어렵다.
최근 해외에서는 PFAS 규제가 강화되고 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PFAS가 포함된 일부 생활용품에 경고 표시와 신고 의무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유럽연합(EU)도 식품 접촉 포장재의 PFAS 함량 기준을 강화하며, 일정 기준을 넘는 제품의 시장 출시를 제한하는 흐름으로 가고 있다. 이는 소비자에게 알 권리를 주고, 기업에는 더 안전한 대체 소재를 찾으라는 압박이다.
이제 기업의 ESG경영은 탄소배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업이 어떤 원료를 쓰는지, 소비자의 건강과 환경에 부담을 주는 물질을 얼마나 줄이는지, 성분 정보를 얼마나 투명하게 공개하는지도 중요한 기준이 됐다. 진짜 친환경 기업이라면 눈에 보이지 않는 성분까지 책임져야 한다.
소비자 역시 달라져야 한다. 모든 제품을 당장 버리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다만 제품을 고를 때 한 번쯤 질문해야 한다. 이 방수 기능이 정말 필요한가? PFAS-free 표시가 있는가? 기업은 성분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는가? 성분 정보가 숨겨져 있다면 해로움을 알면서도 계속 쓸 것인가?
편리함은 우리의 삶을 쉽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편리함이 사라지지 않은채 오염으로 남는다면, 이제는 더 안전한 선택을 고민해야 한다.
프라이팬 하나, 화장품 하나를 고를 때 성분표를 들여다보는 작은 습관이 ‘영원한 화학물질’과 멀어지는 첫걸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