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키고 세계적 문화유산으로 보전하고 계승시켜야...
- 강화도는 세계적인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갖고 있음에도 가치를 잘 몰라...
[ 조연행 컬럼 ] 강화도를 바라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섬 전체를 둘러싼 수많은 성곽과 해안 방어시설이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그것의 진정한 가치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강화의 돈대(墩臺)는 단순한 군사시설이 아니다. 한반도의 역사를 지켜낸 최전선이자,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운 해안 방어유산이다. 이제 강화도 돈대를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해야 할 당위성을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때다.
강화도는 고려시대 몽골 침략에 맞서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며, 조선시대에는 수도 한양을 지키는 해상 관문의 핵심 방어기지였다. 특히 병인양요와 신미양요를 거치며 강화는 외세 침략의 최전선이 되었다. 이러한 역사적 경험 속에서 구축된 것이 바로 강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수십 개의 돈대다. 현재 강화에는 50여 개의 돈대가 남아 있어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집단 군사유산 체계를 형성하고 있다.
강화돈대는 단일 건축물이 아니라, 섬 전체를 하나의 방어망으로 연결한 ‘네트워크형 군사유산’이라는 점에서 특별하다. 해안의 지형을 활용해 외적의 접근을 감시하고, 봉수와 포대를 연계한 체계적 방어시스템은 당시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정수를 보여준다. 이는 단순히 성벽 하나의 가치가 아니라 ‘전체 시스템’으로서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가진다.
세계문화유산의 핵심 기준은 인류 보편적 가치다. 강화 돈대는 동아시아 해양방어 체계를 대표하는 유산이며, 조선 후기 국제질서 변화 속에서 서구 열강과 맞선 역사의 현장이기도 하다. 특히 1866년 병인양요와 1871년 신미양요 당시 외세와 충돌한 역사는 단순한 지역사가 아니라 동서 문명 충돌의 세계사적 의미를 가진다. 이는 군사사, 건축사, 국제교류사 측면에서도 충분한 학술적 가치가 있다.
또한 강화 돈대는 자연환경과 결합된 독특한 문화경관을 형성한다. 서해 갯벌과 바다, 섬과 해안선을 따라 자리한 돈대는 인간이 자연을 이용해 방어체계를 구축한 대표적 사례다. 만약 강화 갯벌의 세계자연유산 추진과 연계된다면, 강화는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이 공존하는 세계적 모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경제적 측면에서도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막대한 의미를 가진다. 세계유산 브랜드는 단순한 관광객 증가를 넘어 국제적 인지도 향상, 문화예산 확보, 청년 일자리 창출, 체류형 관광 활성화라는 효과를 가져온다. 강화는 인천광역시에 속해 있으나, 인천 본토와는 떨어져 있고 김포를 거쳐야 하는 구조 속에서 심리적·지리적 소외감을 겪어왔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는 가장 강력한 전략 중 하나가 바로 세계적 브랜드 자산 확보다.
강화의 미래 경쟁력은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이미 있는 것을 세계 수준으로 키우는 것’에 있다. 돈대는 이미 존재한다. 문제는 우리가 그 가치를 얼마나 제대로 보존하고 세계에 알릴 것인가이다. 지금도 일부 돈대는 훼손과 관리 부족 속에 방치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원형 복원조차 어려워질 수 있다.
이제는 강화군과 인천시, 문화재청, 시민사회, 학계가 함께 나서야 한다. 강화 돈대 전수 학술조사, 국제학술세미나 개최, 유네스코 잠정목록 등재 추진, 병인양요·신미양요 스토리텔링과 관광 콘텐츠 개발 등을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무엇보다 주민 스스로 ‘우리 유산을 세계유산으로 만들자’는 공감대가 중요하다.
강화도의 미래는 교통 인프라 확충도 중요하지만, 강화만의 역사적 정체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일 또한 중요하다. 강화 돈대는 단순한 옛 군사시설이 아니다. 그것은 나라를 지키려 했던 선조들의 의지이며, 인류가 함께 보존해야 할 역사적 자산이다. 강화 돈대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선택이 아니라 시대적 과제다.(조연행 / kicf21@gmail.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