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 전 6백만 원이 ‘인생 족쇄’로... 금융소비자연맹, “장기부실채권 전수조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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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전 6백만 원이 ‘인생 족쇄’로... 금융소비자연맹, “장기부실채권 전수조사하라”
  • 김현식
  • 승인 2026.02.11 13: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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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금 다 갚았는데 남은 이자 때문에 25년 추심... 경제적·사회적 살인과 다름없어”
15년 넘은 장기채권 일괄 상각 및 공적 기관 추심 가이드라인 강화 강력 제안

[소비라이프 / 김현식 기자]

25년 전 발생한 연체이자 628만 원 때문에 한 개인의 삶과 가정이 통째로 파괴되는 비극적인 사례가 드러났다. 금융소비자연맹(이하 금소연)은 정부에 공적 기관 및 신용보증사의 장기부실채권을 전수조사하고, 채무자의 고통을 끝낼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강력히 촉구했다.

원금 전액 상환에도 ‘이자 628만 원’ 위해 25년간 집요한 추심

금소연이 공개한 민원상담 사례에 따르면, 채무자 최 모 씨는 1995년 주택담보대출 4,000만 원을 받았으나 IMF 사태로 채무불이행 상태에 빠졌다. 채권자인 케이알앤씨(KR&C, 예금보험공사 자회사)는 2000년 경매를 통해 원금 전액과 체납 이자 800만 원을 이미 회수했다.

문제는 그 이후였다. 채권자인 케이알랜씨는 남은 연체이자 628만 원을 받아내기 위해 지난 25년간 시효연장 소송 2회, 재산명시 신청,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통장 및 급여 가압류 등 무려 8차례에 걸쳐 집요한 법적 조치를 강행했다. 심지어 경매비용보다 낮은 가격(63만 원)으로 기각된 임야까지 다시 강제경매를 신청하는 등 ‘피도 눈물도 없는’ 추심을 지속해 왔다.

25년전 IMF로 채무불이행을 했던 최모씨는 4000만원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지만 628만원때문에 파괴된 인생을 살고 있다 (이미지는 Goole Gemini)
25년전 IMF로 채무불이행을 했던 최모씨는 4000만원 원금과 이자를 상환했지만 628만원때문에 파괴된 인생을 살고 있다 (이미지는 Goole Gemini)

 

파탄 난 가정과 사회적 고립... “인간 존엄성 훼손하는 경제적 살인”

25년간 이어진 추심의 칼날 앞에 최 씨의 삶은 처참하게 무너졌다. 극심한 경제적 궁핍 속에 가정이 파탄 나 이혼에 이르렀고, 형제자매들과도 관계를 단절한 채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금소연은 이에 대해 “채권자가 원금과 이자 상당 부분을 회수했음에도 소액의 잔여 이자를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추심하는 것은 ‘보복적 추심’이자 ‘반인륜적 행위’이다”라며, “이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경제적·사회적 살인과 다름없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정부에 3대 핵심 대책 요구: “15년 이상 채권 일괄 상각하라”

금소연은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공적 기관의 추심 행태를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채권 추신시스템 개선을 제안했다.

첫째는 장기부실채권 전수조사 및 일괄 소각이다. 15년 이상 된 장기 부실 채권 중 원금 상환 후 미수이자만 남았거나 회수 가능성이 낮은 채권은 즉각 일괄 소각을 요구했다.

둘째는 추신가이드라인 및 감독 강화다. 공적 기관이 민간 금융사보다 가혹하게 시효를 연장하는 행태를 중단시키고, 원금 변제 시 잔여 미수이자에 대한 추심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기준 마련을 요구했다. 

셋째는 공적 기관 추심윤리 제고다. 무분별한 시효연장 소송과 경매 재신청을 제한하고, 공적 기관으로서의 사회적 책임 강화를 강조했다.

공공 금융기관별 특수채권 규모 (출처: 각사 자료 조사)
공공 금융기관별 특수채권 규모 (출처: 각사 자료 조사)

실제 밝혀진 통계도 공적 채권추심의 가혹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인 2025년 10월 23일 박찬대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국회 정무위원회)이 캠코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캠코는 지난 2000년 인수한 총 22만8293건(채권액 5조1577억원) 가운데, 2025년 8월 말 현재 2만1433건(1조7704억원)이 아직 미해결 상태임을 알 수 있다. 개인 채무는 1만8010건(3662억원), 법인 채무는 3423건(1조4042억원) 수준이다.

캠코가 인수했던 채권의 90.6%는 채무조정, 법적 조치, 소각 등의 방법으로 정리되었지만 잔여 채권은 25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해결 상태로 남아 있어 큰 문제로 지적되었다. 이들 채권에는 채무조정, 개인회생, 파산면책 등이 진행 중인 경우도 포함되어 있다.

장기 부실채권들을 새도약기금(SSY Fund)에 넣어 적극적으로 소각하거나 정리해야 한다는 여론도 많다. 정부는 지난 2025년 7월, 7년 이상 장기 연체된 채권과 5000만원 이하의 채무를 대상으로 하는 배드뱅크인 새도약기금을 출범시켜, 연체자들의 지원과 채권 정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공적 추심기관인 케이앤알씨는 입장 및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 법적 의무와 내부 규정을 준수한다는 것이다. 채무자에게 조금이라도 재산이 있다면 그 가치를 따져 원금뿐만 아니라 이자, 연체이자까지 끝까지 회수해야 한다는 것이 내부 규정이라는 것이다.
  • 채권 관리의 정당성도 주장한다. 민원 제기에 대해 기관 측은 이를 '내부 규정에 따른 정당한 집행'으로 간주하며, 스스로 면죄부를 주는 방식의 답변으로 대응하고 있다.
  • 공적 자금 회수 논리를 강조한다. 공적 기관으로서 부실채권을 양수하여 관리하는 만큼, 소액이라도 국민의 세금과 직결된 자산을 끝까지 회수해야 한다는 원칙론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금소연의 민원 사례처럼 원금과 이자를 회수한 채권인데 소액의 잔여이자를 받아내려는 무분별한 법적조치로서 채권추심을 8차례나 강행한 것은 가혹함을 넘어서 반인륜적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는 의견이 많다.        

금소연 강형구 부회장은 “공적 기관 채권자가 민간 채무자의 인생에 빨대를 꽂아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짜내는 행위는 국가적 비극이다”라며, “정부는 ‘채무 리셋’ 정책의 사각지대를 전수조사하여 채무자의 피눈물을 닦아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과 규정"이라는 이름 아래 25년간 한 개인의 삶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것은 공공기관의 본래 목적에 어긋나는 것이다. 이제는 '기계적 회수'가 아닌 '인간적 재기'를 우선하는 법적 가이드라인이 강제되어야 할 때라는 여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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