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라이프/이강민인턴기자]
아침 식탁에서 사라진 계란 프라이
요즘 계란 하나 구하기가 쉽지 않다. 김밥 속 지단은 점점 얇아지고, 동네 빵집의 에그타르트에는 “수량 한정”이라는 팻말이 붙는다. 어린이집 급식표에서 계란말이는 자주 빠지고, 치킨 프랜차이즈 매장에는 “계란 부족으로 소스 공급이 불안정합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계란은 김밥, 반찬, 디저트, 치킨 소스까지 아우르는 ‘한국인의 식탁을 지탱하는 기본 식재료’다. 그런데 지금, 이 기본이 흔들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계란 한 판(12개) 가격이 4.33달러(약 6,314원)로 치솟으며, 아침 샌드위치와 베이커리 메뉴가 자취를 감추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치킨도, 김밥도 없다” : 식탁 위 바이러스의 습격
가장 직접적인 원인은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HPAI)다. 2024년 말, 미국에서는 단 두 달 사이 1,720만 마리의 산란계가 폐사하면서 계란 공급이 급감했다. 이로 인해 도매가는 전년 대비 180% 급등했고, 소매가격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한 대형마트 직원은 “계란 진열대가 텅 비어 항의 전화가 빗발친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다. 2025년 5월, 세계 최대 닭고기·계란 수출국인 브라질에서 H5N1형 조류인플루엔자가 상업용 농가에서 발생하자, 한국과 중국은 브라질산 계란과 닭고기 수입을 60일간 중단했다.
국내 치킨 프랜차이즈와 제과업체는 대체 공급처 확보에 애를 먹었고, 그 부담은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됐다. 실제로 특란 30구 도매가격은 5,193원으로 11.4% 상승했다. 한 분식집 사장은 “김밥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손님 눈치를 보게 된다”고 털어놨다.
숨은 주범은 기후위기였다
조류인플루엔자 확산은 단순한 가금류 전염병 문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기후위기가 있다.
기온 상승으로 철새의 이동 경로가 변하면서, 바이러스를 지닌 야생조류가 새로운 지역까지 퍼지게 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밀집 사육 환경이 전염병 확산을 부추기며, 기후변화가 이러한 위험을 가중시킨다”고 경고한다.
브라질의 열대 기후는 병원체 매개체인 모기 서식지를 확대시켜, 조류인플루엔자뿐 아니라 뎅기열과 같은 인수공통감염병의 확산 가능성도 높이고 있다.
한국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2024년 경북 산불과 울릉도의 지반 침하 같은 기후 재해는 식량공급과 지역 주민의 건강을 동시에 위협하고 있다.
수입 계란이 도착하지 않았다: 글로벌 공급망의 연쇄 반응
계란값 폭등은 결코 한 나라의 문제만이 아니다. 2024년 초, 미국은 계란 공급 부족을 메우기 위해 브라질산 계란 수입을 전년 대비 1,000% 이상 늘렸다. 그러나 브라질 내 전염병 발생으로 수출이 중단되자, 미국은 한국과 튀르키예로 눈을 돌렸다.
한국은 미국의 수요에 대응해 월 1억 개 규모로 계란 수출을 확대했지만, 이는 국내 공급 부족과 가격 상승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한 프랜차이즈 관계자는 “브라질산 순살이 끊기면서 원가가 20%나 올라 버티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한 나라의 위기는 글로벌 식량 공급망을 통해 우리 모두의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과점 시장이 불붙인 계란값
이 모든 외부 요인에 더해, 시장 구조 자체도 위기를 키우고 있다.
미국에서는 캘-메인 푸즈 같은 대형 업체가 계란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며 과점 체제를 구축했다. 전문가들은 이들이 공급을 조절해 가격을 인위적으로 올렸을 가능성을 제기하며 공정거래 조사를 촉구한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대형 유통업체와 농가 간의 불투명한 가격 협상 구조는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계란값 폭등은 바이러스와 기후변화뿐 아니라, 시장의 탐욕이 불붙인 결과이기도 하다.
위기를 넘는 방법: 예방과 협력
이 복합 위기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다층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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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감시 체계 강화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를 중심으로 실시간 감염 데이터 공유 및 조기 탐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브라질의 ‘지역화 정책’처럼 일부 지역만 수출 제한하는 방식은 오히려 신뢰를 해칠 수 있다. 국제 협력의 투명성 확보가 필요하다. -
백신 개발 투자 확대
조류인플루엔자 백신의 상용화는 아직 미흡하다. 한국, 미국, 브라질 등 주요 수출입국 간 공동 펀딩 및 기술 공유를 통해 백신 상용화를 앞당겨야 한다. -
기후위기 대응
철새 이동 경로 보호, 생태계 복원, 밀집 사육 환경 개선 등 탄소중립과 생물다양성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은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농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을 본격화해야 한다. -
지역사회 연대와 교육
월드비전이 경북 의성에서 개최한 기후위기 간담회는 청소년 기후불안과 건강 보호에 대한 지역 차원의 대응 모델을 보여주었다.
기후 건강 리터러시 프로그램 확대를 통해 시민의 대응 역량을 키워야 할 때다.
계란 한 알이 던지는 질문
계란 한 알은 더 이상 단순한 식재료가 아니다. 그것은 기후위기, 전염병, 식량 안보, 시장 구조가 얽힌 복합 위기의 상징이다.
이제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왜 계란이 없을까?”에서 시작된 질문은
“어떻게 우리의 식탁을 지속가능하게 만들 것인가?”로 이어져야 한다.
계란 프라이 한 조각이 다시 당신의 식탁에 오르기 위해서는 단순한 가격 조정 이상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 질문은 단지 계란에 관한 것이 아니다. 바로 우리의 미래에 대한 질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