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3 15:17 (화)
시각장애인 소비자의 권리, 점자 표기제 의무화
상태바
시각장애인 소비자의 권리, 점자 표기제 의무화
  • 유민재
  • 승인 2023.03.13 11: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24년 7월 점자 표기제 - 일반의약품 도입 시행
점자표기 표준화, 전문의약품에 적용 필요

[소비라이프/유민재 기자] 점자 표기가 없는 식품과 의약품, 생활용품으로 시각 장애인은 소비 생활을 하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표기가 되어있다 하더라도, 범위가 광범위하여 정확히 어떤 물건인지 알 수가 없거나 너무 약하게 표기되어 있어 가독성이 낮아 제품을 고를 때마다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현재 판매되고 있는 음료의 경우, 점자 표시가 되어 있는 음료수들의 점자를 살펴보면 '음료', '탄산', '맥주'라고 광범위하게 표기되어 있다. 점자 표기가 없는 제품도 다수다. 시각장애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음료를 고르는 것은 랜덤박스를 고르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의약품의 경우는 어떨까?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2020년 식약처 발표에 따르면 전문 의약품과 일반 의약품을 합친 전체 44,751개의 의약품 중 점자 표기가 되어 있는 의약품은 94개에 불과했다. 정말 위급한 상황에서 시각장애인 스스로 약품을 복용하려 시도할 때, 어떤 약을 복용해야 하는지 구분이 어려울 수 있으므로 점자 의무 표기제가 필요한 상황이다. 

 

점자 표기와 관련하여 유럽연합의 경우 2004년 3월 의약품 관련 지침을 개정하면서 의약품 외부 포장에 제품명 점자표시를 의무화했고, 성분의 함량이 두 가지 이상으로 판매되는 의약품은 함량도 점자표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미국은 의약품에 대한 점자 표시 의무는 없지만, 의약품 포장 관련 산업 협회와 점자 단체들이 협력해 2009년 5월 미국과 캐나다에서 통용되는 의약품 점자표시 가이드라인(Can-Am Braille)을 제정하고 의약품 포장 관련 업계 등에 보급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의약품 등의 안전에 대한 규칙 제69조에 따르면 '시각장애인을 위하여 제품의 명칭, 품목허가를 받은 자 또는 수입자의 상호 등은 점자 표기를 병행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2024년 7월부터는 안전상비의약품에 반드시 '점자'를 표기해야 한다. 지난 2021년 6월 약사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시행이 예정되고 있다. 다만 의약품 점자 표기 의무화를 위한 보건당국의 태도는 여전히 애매하다. 개정안이 안전상비의약품으로 제한되었고, 점자표기의 규격이 각기 다르기때문이다. 의약업계에선 의약품 점자 표기를 위해 전문 인력과 포장지 교체 등 추가 비용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하다고 강조한다.

 

표준화된 점자표기 기준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점자표기가 실용성을 가지려면 점자의 크기와 높이, 간격이 중요하다. 시각장애인은 점자의 돌출 높이가 너무 낮거나 점간 간격이 넓으면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점자표기 의약품 중에도 점자 크기가 너무 작거나 돌출 높이가 낮아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자발적으로 시각장애인의 고충을 해결하려고 나서는 제약사도 있다. 동화약품은 지난 2006년부터 '후시딘' 등 일반의약품에 점자표기를 해왔다. 이후 "점자가 잘 안 읽힌다"는 사용후기를 받은 뒤부터는 식약처와 맹인협회에 점자표기 검수를 받고 있다. 다만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점자표기 제품을 민간업체들이 교정까지 빋아가면서 만드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제약업계에서는 장애인 소비자도 제품을 선택할 권리를 가진 만큼 의약품 점자표기는 필수이므로 관련 기관들이 협의하여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부의 지원책이나 혜택을 받아 참여기업을 늘리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