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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국의 전통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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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한국의 전통주
  • 소비라이프뉴스
  • 승인 2022.10.05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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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 한 잔으로 오늘을 찬란하게!

2000년대 들어 막걸리붐과 함께 바뀌기 시작한 대중의 인식 변화를 통해 전통주는 더이상 올드한 술이 아닌, 세대를 아우르는, 말그대로 우리의 술이 되어가고 있다. 이는 통계를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2000년 9천만 리터에 불과하던 막걸리 생산량은 2021년 3억 6,300만리터로 400%에 이르는 성장세를 보였다. 이러한 전통주의 붐은 소비자의 인식 변화, 전통주 품질 개선, 그리고 우리 문화를 계승 발전하려는 정부의 노력에 의해 20여 년에 걸쳐 이뤄낸 결과이다. 

그중에서도 전통주의 고급화, 대중화를 위한 노력은 막걸리 주세의 종량제 전환, 전통주의 온라인 판매 허용, 소규모 주류면허 도입 등 다양한 제도적·법적 지원을 통해 뒷받침되고 있고, 특히 전통주의 맛과 멋, 문화적 가치를 알리고자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2015년 설립한 전통주갤러리는 2022년 한식진흥원, 식품명인체험홍보관과 함께 북촌으로 이전·개관하면서 우리술 온오프라인 플랫폼의 역할까지 담당하는 등 전통주 붐을 위한 노력은 많은 부분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전통주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을 확 끌어올렸던 뉴스가 있다. 바로 미국 국적으로 한국에서 활동중인 가수 박재범이 만든 전통주, 원소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것. ‘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는 가십성 기사에서 기분 좋게 출발한 이 뉴스는, “외국인이 만들어도 전통주?” “직접 공장을 운영하지 않고 위탁 생산해도 전통주?”라는 대중의 의구심과 함께, 또 마케팅에 절대 열세일 수밖에 없는 영세 전통주 양조장의 아쉬움이 섞이면서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로 번지게 되었다. 사실 이전에도 ‘무엇이 전통주인가?’ 하는 문제 제기는 지속적으로 있어 왔다. 과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바나나막걸리의 경우 주세법상으로는 기타주류에 속해 탁주와는 다른 주세가 적용되는 것에 대한 논란이 있기도 했고, 탁주로 지정되어 있는 장수막걸리의 경우 수입쌀을 사용한다는 이유로 전통주가 되지 못하고, 병의 모양부터 맛, 심지어 이름까지 이탈리아 어느 지역의 와인처럼 보이는 과실주들은 국산 농산물 100% 사용으로 전통주로 지정되는 것에 대한 모순을 지적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는 전통주의 지정 의의에 대해 살펴보면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문제이다. 전통주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전통주는 크게 3가지로 구분하는데, 국가 및 시도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무형문화재), 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명인주), 지역농업인이 지역 농산물로 만든 술(지역특산주) 중 하나여야 한다. 즉 전통주 지정의 주요 취지 중 하나가 국산 농산물의 소비 확대 및 농업 부가가치 증대에 있어, 생산주체가 무형문화재, 식품명인이 아닐 경우는 반드시 농업회사법인이어야 하고, 국산 농산물(주재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만드는 사람(회사)의 국적 규정은 없기 때문에, 박재범의 원소주는 국산쌀을 사용하고 농업회사법인에 위탁 생산하여 전통주의 지위를 누리는 것이다. 감정적인 문제로 외국인에 대한 면허를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WTO협정 위반에 해당할 수 있어 그리 간단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사실 국산 농산물 사용만 혜택을 주는 것 자체가 협정 위반 소지가 있어, (현재는 시장규모가 너무 작아 문제가 되지 않지만) 특정 국가 등에서 문제 제기 시 전통주에 대한 혜택을 대폭 축소해야 하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

결국 전통주 지정 의의를 충분히 공유하고, 시대상황에 따른 전통주의 지위, 인식, 소비형태 변화에 맞춰 제도적·법적 뒷받침을 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을 필요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각계의 의견수렴을 거쳐 정기국회를 통해 전통주, 지역특산주의 범위를 보완하고 이에 따른 제도적 보완을 준비중에 있다. 

전통주는 단지 음주의 문제를 넘어 식문화, 나아가 우리의 생활문화에 관련된 문제이다. 그래서 이렇게 많은 관심을 받으면서 부족한 점은 보완하고 더욱 좋게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의무이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바뀌는 세대의 입맛을 따라잡고 균일한 품질을 위한 생산자의 노력, 전통주의 매력을 세계 속에 드러낼 수 있는 적절한 기회를 잡기 위한 정부의 관심, 그리고 오늘 저녁 모임은 전통소주나 막걸리 한 잔으로 즐길 수 있는 우리의 여유가 더해진다면 전통주의 오늘, 나아가 우리문화의 내일이 더욱 찬란히 빛날 것이다. 

_ 기고 : 전통주갤러리 관장 남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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