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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아트테크에 눈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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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Z세대 아트테크에 눈뜨다
  • 이동윤 객원기자
  • 승인 2022.04.15 10: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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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작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Art-tech)’가 뜨겁다. 더 이상 아트테크는 프로 컬렉터의 전유물이 아니다. 최근 과열된 재테크 열기 속에 아트테크의 수익률이 주식 투자보다 훨씬 높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MZ세대가 아트테크에 뛰어들었다. 이제 아트테크는 작품의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컬렉팅을 하기보다는 투자의 한 종목이 된 것이다.


얼굴없는 아티스트 뱅크시의 ’소녀와 풍선‘
얼굴없는 아티스트 뱅크시의 ’소녀와 풍선‘

미술관이 ‘불장’*?
* 불장은 주식이나 코인시장에서 ‘bull market’ 즉 황소시장이란 의미로 주가가 상승하는 모습이 황소가 뿔을 밑에서 위로 올리며 공격하는 모습과 비슷하다 하여 붙여진 별명으로 ‘주가 상승장’을 뜻한다.

‘아트테크(Art-tech)’의 정의부터 알고 가자. 아트테크란 미술품을 사고팔아 발생하는 양도 차익을 비롯해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한 미술품 분할, 소유권 투자 등 미술품을 매개로 한 재테크 방법을 아울러 통칭하는 말이다.  

미술시장은 2009년 이후 성장세를 탄 이후 지금까지 열기가 식지 않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발간한 ‘2021 한국 미술시장 결산 컨퍼런스 자료집’에 따르면 작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는 약 2969억원으로 2020년 1139억원 대비 2.5배 이상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 16일부터 20일까지 열린 ‘2022 화랑미술제’에는 5일간 5만 3000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해 매출 177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면 왜 아트테크로 몰리는 것일까? 재테크에 있어 주식, 부동산 투자보다 수익률이나 세금 부담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투자와 비교했을 때 부동산 투자는 수요와 공급뿐 아니라 가격, 입지, 정책, 구매자의 미래 계획 등 고려해야 할 요소가 많은 반면 미술 투자는 따져야 할 조건들이 그리 많지 않은 편이다.

또 최소 천 단위 이상의 투자금이 필요한 부동산과 달리 아트테크는 단 몇 백원만 있어도 시작할 수 있다. 전문적인 미술 투자자들처럼 수백억 대 수익을 올리기는 어렵지만 투자한 만큼 고수익을 올릴 수 있고 무엇보다 부동산 투자 시 어려운 문제로 꼽히는 세금도 적다.

수익률은 주식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미술투자자문사 마스터웍스(Masterworks)가 현대미술과 금융투자자산의 25년간(1995~2020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현대미술(1945년 이후 제작 작품) 수익률은 14.0%로 S&P500(9.5%)이나 금(6.5%)보다 높았다.

또 극단적인 비교일 수 있지만 주식은 종잇조각이 될 수 있지만 아트테크에서 미술 작품은 훼손하거나 분실하지 않는 이상 영원히 내 작품으로 남는다. 주식과 달리 미술 투자는 중장기 재테크로 접근해야 하므로 수시로 가격을 확인하지 않아도 된다.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빼고 남는 시간에 재테크를 해야 하는 직장인과 MZ세대에게 편리한 투자 수단으로 여겨진다. 

정리하면 아트테크는 부동산이나 주식에 비해 비교적 적은 돈으로 시작할 수 있다는 점, 다양한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작품만 잘 선택하면 된다는 점, 여러 가지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점, 원금 보전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감상의 즐거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급증한 요즘 ‘홈 인테리어’의 요소가 된다는 것, 독점적 소유에서 오는 만족 등 부수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것도 아트테크 만의 매력이다.  

투자금이 없어? 작품도 ‘공동구매’
과거 미술품 투자라고 하면 고액 위주로 거래되어 진입 장벽이 높았다면 요즘의 아트테크는 미술품의 지분을 쪼개 구매하는 ‘조각투자’가 가능하다. 조각투자란 적은 돈으로도 투자 가능한 일종의 ‘공동구매’다

미술품 공동구매란 온라인 플랫폼의 사업자가 구입한 작품을 투자 금액에 따라 지분으로 나누었다가 추후 되팔아 발생한 양도차익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이다. 최근 2년간 아트앤가이드, 아트투게더, 테사, 소투 등 조각투자가 가능한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이 여럿 생겨났다. 최소 투자 단위는 1000원부터 설정할 수 있으며 국내외 유명작가의 작품부터 중견, 신진작가 작품까지 진행된다. 

테사에서 지난해 12월 뱅크시 작품 ‘러브 랫’을 1만 조각으로 나눠 판매한 결과, 시작한 지 1분 만에 완판되면서 쪼개기투자의 인기를 실감케했다. 무엇보다 20~40대 참여율과 초보투자자의 참여가 높았다. 

안전하게 미술품 투자를 시작하려고 계획했다면 공동구매 플랫폼을 활용해 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작품은 전문가들이 고르고, 고가라서 부담되는 작품도 함께 투자해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할 게 있다. 어떤 투자나 위험이 따른다는 점이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앞선 보고서를 통해 “미술품 공동구매 플랫폼을 이용할 때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조사가 철저히 이뤄지는지, 재판매가 가능할 정도로 가격 메리트가 높은 작품을 고르는지 잘 따져야 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플랫폼사가 투자 대상이 된 미술품을 공시한 가격보다 싸게 구매했거나 비싼 가격에 팔아도 투자자는 알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또 조각투자 플랫폼 업체 대부분이 금융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규제 밖에 있기 때문에 회사가 파산할 경우 작품 소유권을 놓고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또한 공동구매를 통한 조각투자는 미술시장의 경기를 탈 수밖에 없다. 지금이야 미술 시장이 한창 활황이지만 시장 흐름이 침체된다면 작품을 매각하기 어려워진다. 또 조각투자는 실물자산이자 정서적 즐거움을 주는 미술품이지만 직접 소장할 수 없고 마음대로 감상 할 수 없는 점도 아쉬운 부분이다.  

이동윤 객원기자 shygi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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