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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봐주기 행태 근절” vs “기업 길들이는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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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봐주기 행태 근절” vs “기업 길들이는 수단”
  • 송민경 소비자기자
  • 승인 2022.03.08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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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속고발권 폐지 두고 재계와 법조계 이견

[소비라이프/송민경 소비자기자] 이번 대선 경제 정책의 핵심 쟁점이라 할 수 있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재계와 법조계가 엇갈린 입장을 보이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사업자가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행위를 한 경우 공정거래위원회의 고발이 있어야만 공소를 제기할 수 있도록 법제화(공정거래법 제129조)한 것이다. 기업에 대한 고소·고발이 남용되어 기업 활동을 저해하는 것을 막기 위한 목적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대선 공약으로 전속고발권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그러나 2020년 12월에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 공정경제 3법 중 하나인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전속고발권 폐지 조항은 빠져 있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은 전속고발권 폐지 시 검찰 권한이 커져 정부의 검찰개혁 취지를 훼손한다는 이유를 들었으나, 경제민주화 입법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여당 내에서도 이어졌다.

시민사회와 대한변호사협회는 전속고발권 폐지를 지지하는 입장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의적 고발권 행사로 기업 행위에 대한 처벌이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으며, 공정위가 불공정 행위에 과징금을 물린다 해도 그 규모가 작아 기업이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지난달 8일 대한변호사협회와 서울지방변호사회는 ‘공정거래위원회 개혁방안 모색’을 주제로 온라인 토론회를 열었다. 주제발표를 맡은 조순열 변호사는 “경제력 집중억제시책, 시장지배적 남용행위, 부당공동행위에 대한 형사처벌의 필요성이 높은 사안은 국가경제에 미치는 폐해가 크고 가벌성이 높은 것으로 검·경 수사를 통해 강력한 형사처벌이 필요함에도 불구하고 전속고발권으로 인해 공정위에서 고발권을 행사하지 않아 처벌이 어렵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한편 재계는 전속고발권이 폐지돼 시민단체나 소액주주, 경쟁기업이 특정 기업에 대한 불만을 품고 무차별적으로 소송을 진행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이는 기업을 길들이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검찰과 공정위가 담합 사건을 중복 수사하는 것은 기업경영에 대한 이중 규제며 특히 중소기업은 대응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대기업은 법무팀이나 법률 전문가를 두고 있지만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전문인력을 갖추지 못해 수사를 받는 것만으로도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정부가 전속고발제를 폐지하려면 중소기업에 변호사 등 법률 전문가를 지원하는 안전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비롯한 대부분의 대선 주자들은 전속고발권 폐지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한편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검찰총장 후보자 시절 전속고발권 폐지에 힘을 실었으나 지난달 24일 발행된 대선 공약집에는 ‘엄정하고 객관적인 전속고발권 행사’를 명시했다. 전속고발권을 유지하되 의무고발요청제와의 운용을 통해 공정거래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이다. 의무고발요청제는 중소기업벤처부가 중소기업에 미친 피해나 사회적 파급효과를 고려해 공정위원회에 고발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다.

공정거래위원회와 검찰 간 세력 경쟁, 재계와 법조계의 이해득실이 얽힌 전속고발권 폐지를 두고 대선 주자들이 이견을 보이고 있어 앞으로의 정책 변화에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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