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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통과, 강력범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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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처벌법 통과, 강력범죄 막을 수 있을까?
  • 이은비 소비자기자
  • 승인 2021.04.12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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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 범죄, 조기에 막지 못하면 강력범죄로 이어질 가능성 커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사건, 뒤늦은 입법으로 막지 못한 안타까움
출처 : Pixabay
출처 : Pixabay

[소비라이프/이은비 소비자기자] 지난달 24일 스토킹 처벌법이 본회의를 통과한 가운데, ‘세 모녀 살해’ 김태현 살인사건이 수개월의 스토킹 끝에 발생한 범죄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에 대해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99년 발의된 스토킹 처벌법이 22년 만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전까지 경범죄로 분류돼 있던 스토킹 범죄는 ‘10만 원 이하 벌금이나 구료 또는 과료’ 정도의 처벌만 가능했고, 형사처벌이 불가능해 폭행죄나 협박죄로 처리됐다.

본회의 통과로부터 6개월 후인 9월부터 적용되는 스토킹 처벌법은 스토킹 범죄자에게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흉기를 소지한 경우에는 형량이 가중돼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또한, 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통신이용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다.

스토킹 행위는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직장·학교 등 일상적으로 생활하는 장소 또는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정보통신망 등을 이용하여 물건·글·말·영상 등을 도달하게 하는 행위 중 하나를 하여 상대방에게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으로 정의되며, 이러한 행위가 지속·반복된다면 스토킹 범죄로 정의돼 처벌할 수 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통과되기 전날, 노원구에서 발생한 ‘세 모녀 살인사건’이 국민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처벌의 부재가 참혹한 결과를 불러왔다는 것이다. 피의자 김태현은 큰 딸인 피해자 A 씨에게 호감을 느꼈으나 A 씨가 자신의 연락을 피하자 앙심을 품어 수개월간의 집요한 협박과 스토킹 끝에 A씨의 주소 등 개인정보를 알아냈고, 지난달 23일 택배기사로 위장해 A 씨의 집에 침입한 후 일가족을 차례로 살해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6일 KBS 라디오 프로그램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스토킹 처벌법이 현재 시행되고 있었다면 경찰이 제재를 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된다면 “상해나 폭행의 피해를 보지 않아도 접근 금지 명령이나 유치장에 유치 또는 구속을 할 수 있으며, 실질적으로 스토킹 행위를 멈출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었다”라고 분석했다.

조혜연 프로 바둑기사도 스토킹 피해로 고통받았던 사실을 털어놨다. 바둑 아카데미 건물에 낙서하는 것으로 시작된 스토킹은 낙서의 수위가 점점 심해지더니, 급기야 술에 취한 채 조 씨의 앞에 나타나 행패를 부리기까지 했다. 경찰에 여러 번 신고했지만, 가해자에게 맞는 등 물리적인 피해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는 대답과 함께 훈방조치 될 뿐이었다. 훈방 조치된 가해자가 조 씨를 다시 찾아오는 등 피해가 계속됐고, 결국 가해자는 징역 2년을 선고받았지만, 스토킹 관련 법이 제정돼 있지 않아 재물손괴·업무방해·협박의 혐의로 처벌됐다.

뒤늦게 제정된 스토킹 처벌법의 실효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스토킹 처벌법이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이다. 반의사불벌죄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다. 그렇기에 피해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표시하도록 협박당하거나 보복이 두려워 처벌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피해자 보호 조치에 대한 논의가 더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0m 이내 접근금지나 통신을 이용한 접근금지와 같은 응급조치가 존재하지만, 이를 어길 시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에 그친다. 이를 두고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임시조치를 위반하면 과태료를 부과하는 것으로는 규정 준수를 담보할 수 없다"라며 "가정폭력처벌법처럼 위반하면 형사처벌이 가능하도록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성가족부는 스토킹 피해자를 보호시설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하는 등의 보호조치에 관한 연구 용역을 진행해 관련 법안을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현재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피해자의 경우만 보호시설에 입소할 수 있어 스토킹 피해자는 보호받지 못했다"라면서 "만약 스토킹 처벌법이 시행되는 9월 이전에 피해자 보호법이 제정되지 못하더라도 사업 운영지침을 변경해 피해자 보호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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