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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게임 속 무분별한 언어폭력에 노출된 여성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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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게임 속 무분별한 언어폭력에 노출된 여성들
  • 전유진 소비자기자
  • 승인 2020.06.15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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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중 '여성'임을 밝혔더니 쏟아진 성희롱, 비속어
게임 하나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여성들

[소비라이프/전유진 소비자기자] 오늘날 게임은 전 국민이 즐기는 여가 문화로 자리 잡았다.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거나 스트레스를 푸는 등 많은 사람이 저마다의 이유로 게임에 접속해 희로애락을 느끼며 게임을 즐긴다. 하지만 게임 접속을 머뭇거리는 사람들도 있다. 바로 게임 속 무분별한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노출된 여성들이다. 

기자는 여성들이 게임 속에서 받는 언어폭력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현재 게임을 이용 중이거나, 과거 게임을 이용했던 대한민국 여성 105명을 대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이 설문조사는 6월 5일부터 10일까지 총 6일간 이뤄졌으며, 백분율로 나타낸 수치는 모두 소수점 첫째 자리에서 반올림했다. 

게임 이용 중 언어폭력, 성희롱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응답자의 절반이 넘는 74%(78명)가 ‘그렇다’고 답했으며, 26%(27명)가 ‘아니다’를 선택했다. 해당 질문에 긍정한 응답자를 대상으로 연령대를 조사한 결과 20대가 47%(37명)로 가장 많았으며 그 뒤를 이어 10대가 27%(21명)로 많았다. 10대 미만과 50대 이상은 응답자가 존재하지 않았고 30대 17%(13명), 40대 9%(7명)로 나타났다.

게임 이용 중 언어폭력, 성희롱을 경험한 사례를 적어달라는 주관식 질문에 많은 여성이 자신의 이야기를 적어주었다. 공통점은 게임 중 ‘여성’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함께 게임하고 있던 이용자들의 태도가 바뀐다는 것이었다. 

FPS 게임을 즐겼다고 밝힌 20대 여성 A씨는 팀원들과의 원활한 협동을 위해 ‘팀 보이스’에서 목소리를 냈다가 게임 내내 언어폭력에 시달렸다. 팀원들은 A씨의 목소리를 듣고, 여자임을 안 뒤 “목소리 좋다. 계속 내달라”, “남자친구 있느냐”, “여자는 지원이나 해라”와 같은 성희롱과 비방을 일삼았다. A씨는 게임 내 상황 파악을 위해 팀원들의 보이스를 끄지 않았지만 반복되는 성희롱과 언어폭력에 결국 팀원 모두를 차단하고 게임에 임했다.

10대 여성 B씨는 AOS 게임 중 ‘여성스러운’ 닉네임과 서포터라는 역할로 인해 팀원들에게 ‘여성’임이 낙인찍히며 언어폭력을 당했다. 팀원 중 한 명은 B씨의 성(姓)을 속단한 뒤 “김(金) 씨면 이름이 ‘김혜지’겠네”라며 웃었다. ‘혜지’란 게임 커뮤니티 내에서 여성 유저와 여성 게임 캐릭터를 비하하는 목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은어로, 남성 유저와 남성 게임 캐릭터에게 승리를 의존하는 가상의 여성 유저를 의미한다.

게임이 끝날 때까지 ‘보포터(여성의 성기와 게임 내 역할인 서포터를 합친 말로, 서포터를 하는 여성 유저를 비하하는 의미를 담고 있음)’라는 말을 들은 B씨는 게임이 끝난 직후 팀원 모두를 신고했고, 이후 게임 계정을 삭제했다. B씨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게임 내에서 언어폭력을 당한 것이 큰 트라우마가 되었다”며 계정을 삭제한 이유를 밝혔다. 

이처럼 오늘날 여성들은 게임 내 무분별한 언어폭력과 성희롱에 노출되어 있다. 여성이기에 마땅히 언어폭력과 성희롱을 감내할 이유도 없는데 말이다. 여성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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